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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추억만 가득 쏘아 올린 영화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by 썬도그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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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신기해요. 안 좋은 기억은 싹 휘발시키고 좋은 기억만 저장해요. 그래서 우리는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무드셀라 증후군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안 좋은 기억을 평생 기억하면 신경쇠약에 걸릴 겁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 안 좋은 기억은 삭제하거나 좋은 기억으로 덮어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과거는 항상 아름답고 포근하며 행복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전 그 과거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간단한 이유는 현재라는 불안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희망이 있고 과거는 불안이 없기에 우리가 현재보다 좋다고 생각하고 항상 현재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아폴로 11을 기억하는 세대를 위한 애니 아폴로 10 1/2

아폴로 10 1/2

3월 말에 넷플릭스에서 오픈한 넷플릭스 애니 <아폴로 10 1/2>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애니는 아폴로 우주 항해 시대의 추억을 담은 애니입니다.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이 아폴로 13호인지 11호인지 바로 아는 분들이라면 이 애니가 꽤 반가울 겁니다. 

아폴로 10 1/2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의 감독은 성장 영화 잘 만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입니다. 2014년 아카데미 상을 받을만한 영화였지만 아쉽게 받지 못한 성장 드라마 <보이후드>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보이후드>는 주인공인 소년의 성장에 맞춰서 10년 넘게 촬영한 놀라운 영화로 성장의 고통과 환희를 잘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비포 3부작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아폴로 우주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 드라마를 만들었네요. 

아폴로 10 1/2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는 우주 개발 최전선에서 회계 업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휴스턴으로 이사를 온 스탠이라는 꼬마 아이의 시선으로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 휴스턴은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휴스턴 기지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 중에서 최고 전성기는 언제였을까요? 1920년대 프랑스의  '벨 에포크'가 있었다면 미국은 1960~70년대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최강의 나라이자 기술 발전 속도가 엄청나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생활용품이 이 시기에 기초를 마련하거나 만들어졌습니다. 과학 기술이 세상을 구원할 기세였고 밝은 미래가 가득한 시절이었습니다. 저도 태어난다면 미국의 1960년대에 태어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1960년대 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승리 후 찾아온 긴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냉전 시대라서 항상 소련의 핵 미사일 공격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소련과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세계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낸 나라가 되었고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어떻게 1969년에 인류가 달에 갔다는 것은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달 착륙 음모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거죠. 기술이 더 발달한 지금도 달에 사람이 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1969년에 갔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이 1969년은 기술 발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엄청난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자본의 힘이 중요합니다.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일을 소련을 이기겠다는 신념으로 만들어낸 블럭버스터급 드라마입니다. 지금은 달에 사람이 갈 수 있어도 돈 낭비라는 생각에 가지 않습니다. 화성이라면 몰라도요. 

스탠은 휴스턴 기지에서 근무하는 엄마 아빠를 따라 이주해온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찾아와서는 스탠을 데리고 갑니다. 집에는 여름 캠프 갔다고 둘러대고 혹독한 훈련을 시킵니다. 이유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가기 전에 테스트 우주선을 쏘는데 설계를 잘못해서 어린 아이만 탈 수 있는 우주선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초등학생인 스탠은 우주비행사 훈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스탠이 나레이션을 하면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소개합니다. 

추억팔이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방영한 TV드라마, 당시의 풍경, 놀이기구 등등 한 소년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쏟아냅니다. 이런 걸 우리는 추억팔이라고 하죠. 추억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참 많습니다. 최근에 종영한 스물다섯스물하나도 그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건 추억 이야기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 액세서리로 사용해야지 그걸 핵심 이야기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럴 거면 뭘 남의 추억을 보려고 하겠어요. 차라리 그거 볼 시간과 돈으로 초등학교 동창 만나서 수다 떠는 게 더 낫죠. 

남의 추억과 나의 추억이 연결되는 힘은 이야기를 발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해야지 그걸로 계속 이야기를 끌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핵심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 시절의 추억을 뿌려 놓고 난 그런 시대에서 이런 삶을 살았다면서 고통과 환희나 고통 속에서 성장을 한다는 흔한 성장 스토리가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놀랍게도 이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는 이게 없습니다. 주인공이 고통 받는 게 없고 성장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꿈결 같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꿈속에서 우주인이 되어 본 듯한 유년시절의 자각몽 같은 이야기를 펼쳐 넣습니다. 이게 독특할 수 있지만 너무 밍밍한 이야기라서 이야기가 주는 재미도 흥미도 떨어집니다. 오로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의 풍경만 가득 펼쳐집니다. 

따라서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있겠지 했는데 너무 없어서 실망만 하다 끝나 버리네요. 돌아보니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즉흥 시나리오를 좋아하고 그의 영화 중에 즉흥성으로 성공한 영화가 모두 2편이나 되는 점도 눈에 들어오네요. 아무튼 시나리오 자체는 너무 실망스럽기만 하네요.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애니 작화입니다.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만든 아폴로 10 1/2

아폴로 10 1/2

애니지만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작화와 움직임에 깜짝 놀랄겁니다. 이 아폴로 10 1/2는 셀 애니메이션도  3D 애니메이션도 아닙니다. 실제 배우들이 연기를 해서 실사 영화로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애니로 컨버팅 한 애니입니다. 이런 기법을 로토스코핑 기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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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법은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은 애니에서 덫칠을 해서 만들고 애니에서 구가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은 실사를 카툰랜더링으로 재현을 합니다. 그래서 움직임은 실사 영화 멱살을 잡고 화려한 색은 애니의 장점을 흡수했습니다. 

아폴로 10 1/2

이렇게 실제 배우들이 블루 스크린 또는 실외에서 촬영을 한 후에 

로토스코핑기법

복잡한 인테리어나 배경을 애니로 넣어서 만듭니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미 2014년에 이 로터스코핑 기법의 영화 <21 이어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화 보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그럼에도 추억만 팔아서 실망스러웠던 <아폴로 10 1/2>

리차드 링클레이터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유년 시절의 기억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10대였던 1969년 전후의 추억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보일 정도로 추억의 깊이는 아주 깊고 디테일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추억담일 뿐 그 추억에 많은 시청자들이 동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추억을 넘는 무엇인가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추억 앨범을 들쳐보는 정도로만 끝나네요. 이점이 꽤 아쉽습니다. 따라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아폴로 우주선이 쏘아올린 건 추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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