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32분 신한은행에 도착하니 셔터문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동한 씩씩거렸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직접 은행에 갈 일이 아니었는데 은행에 가게 만들었습니다.
입출금통장을 급하게 만들어야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재직자는 재직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학생이나 주부나 직장이 없는 분들은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게 좀 애매하죠. 그냥 주민등록증만 가져가서 입출금통장 만들면 무슨 입출금 제한이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직장인도 그냥 일반 입출금통장 만들면 무슨 불이익이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돌아보면 제가 입출금통장을 만든 것이 20년이 넘어가네요. 그때 만든 걸 지금도 쓰고 있고 입출금 통장은 보통 주거래은행 1개만 두잖아요. 그리고 당시는 너무 쉽게 만들었고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네요.
그래서 신한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몇 개만 물어보면 되거든요. 은행 가기 전에 필요한 서류는 물론 제 상황을 설명하고 서류가 뭐가 필요하고 당장 필요한지 나중에 필요한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AI 상담사가 받아요. 쏠리인가 뭔가 하는 AI 상담사요.
너무 멍청한 AI 상담사를 제발 사람으로 바꿔주세요.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 줄이겠다고 AI를 적극 활용합니다. 그런데 AI는 데이터 처리 쪽이나 반복 작업이나 계산을 하는 쪽에 활용해야지 대민 서비스에 활용하면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보다 AI가 너무 멍청해요. AI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사람 같다고 느끼는 서비스가 있나요? 하루 종일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기계구나 느끼면 AI 기능 쓰지도 않고 꺼버리거나 귀찮아합니다.
하물며 고객 상담을 AI가 한다고요? 제가 모 가전업체 AI 챗봇과 상담하다가 회사 이미지를 이런데서 깎아 먹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AI 상담사나 AI 대면 서비스 줄이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불만은 늘고 업무 처리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요. 물론 간단한 안내, 지점 위치나 이런 것 안내할 때는 좋죠. 그런데 사람들이 초단순 상담으로 전화하지 않고 저같이 사람이 응대해야 하는 상담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래가 없는 신규 고객은 AI 상담사가 받아서 바꿔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AI 상담사가 보내온 메시지입니다. 이걸 누가 몰라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데. 웃긴 것은 이 필요서류가 현장에 가보면 정확하게 맞지가 않습니다. 그럼 좀 더 자세히 써 놓던가요.
제 주거래은행은 다릅니다. 사람이 받습니다. 제가 거래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받고 그것도 대기시간이 2분도 안 됩니다. 척척 받고 척척 잘 안내해 줍니다. 다른 은행 서비스 사용해보니 주거래은행이 서비스가 좋았던 것을 깨닫게 해주네요. 제발 좀 AI 상담사 좀 없애 주세요. 아니면 AI 상담사로 1차 상담 거르고 좀 더 복잡한 상담은 사람이 받게 하던가요. 그리고요. 인력 줄일 걸 줄이세요. 서비스 사용자나 사용을 예정한 예비 고객을 AI가 어서 옵시오라고 하면 기분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가상인간 모델도 신한 모델이네요. 인공지능 좋아하다가 인심 다 잃을 겁니다. 그렇게 인공지능에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으로 신한은행에 갔더니 안내하는 분이 좀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통장 개설하려고 왔다고 하니 서류 가져왔냐고 묻더군요. 서류는 팩스로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안 될 것이라고 합니다.
와! 기분 확 상해버리네요. 아니 은행에 팩스가 없어요? 필요한 서류는 팩스로 받으면 되고 보통 그렇게 하잖아요.
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안 될 것이라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안 된다. 된다 말을 하던가 모르면 아무 말을 하지 말아야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해요. 순간 이거 서류받아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입구에서 머무는 사람들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발열체크하고 QR코드 대신 전화번호 입력하게 하더라고요. QR코드보다 08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입력 후 전화 걸면 바로 등록되는 게 더 편리하네요.
통장 개설하면서 옆에 증빙자료를 자세히 봤습니다.
먼저 통장 개설하려면 그 목적을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게 왜 이리 바뀌었냐면 보이스 피싱이 심해지면서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통장을 만드려는 목적을 말하는 것을 넘어서 증빙 서류도 필요하면 내면 됩니다.
직장인 급여 통장 계좌는 재직증명서 또는 급여명세표, 명함이나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중 1개가 필요한데 보통 재직증명서 가져가면 됩니다. 주부나 학생이나 보통의 분은 공과금 납입 영수증, 관리비 영수증이 필요하다네요. 그런데 요즘 공과금 납부를 온라인으로 하고 보통 폰뱅킹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하는데 어떻게 영수증을 받아요? 어쩌라는 건지 참 골치가 아프네요.
그렇게 통장 개설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등록증은 꼭 필요해요. 이거 없으면 시작 조차 못하고 개설 컷 당합니다.
그렇게 개설을 시작하면서 용도를 묻기에 급여 통장이라고 했습니다. 재직증명서 가져와야고 물으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으잉? 뭐지? 일단 입출금통장 개설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무조건 해줍니다. 다만 지점마다 안 해주는 곳이 있고 서류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화하려고 해도 AI 상담사가 받아서 짜증 났다고 했습니다.
통장 개설은 바로 해주는데 초기 3개월은 입금은 무제한이지만 출금은 제한을 받는다고 하네요.
개설후 3개월 동안 창구에서는 출금/이체 합산 1일 최대 100만 원, ATM 기기에서는 출금/이체 각각 최대 30만 원으로 출금 제한을 겁니다. 아마도 보이스피싱범들이 신규 통장 개설해서 3개월 정도는 이렇게 출금 액수 제한해서 큰 돈 인출 못하게 하려는 목적인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3개월 유예를 둔다고 보이스피싱범들이 큰돈 인출 못할까?
그럼 재직증명서는 언제 제출하면 되냐고 물으니 언제든지 편할 때 와도 되고 3개월 지나서 와도 되고 어느 지점에 가도 다 받아주면 된다고 하네요.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3개월 후 입금은 이전처럼 무제한, 출금/이체는 은행 창구에서는 1일 최대 500만 원, ATM 기기에서는 150만 원으로 올라간다네요.
그런데 꾸준히 거래를 하면 신용이 쌓이기 때문에 저 하루 이체 및 출금 금액을 크게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전세금이나 집 살 때 이체한도를 한시적으로 올렸다가 내려주면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큰 돈이 빠른 시간 안에 빠져나가잖아요. 그럼 은행에서 전화가 와요. 혹시나 하고 보이스 피싱인가 해서요. 다 오는 건 아니고 한 번은 전화가 와서 좀 놀랬네요. 이상 거래 징조를 발견하고 은행이 감지하고 바로 전화가 왔는데 그 전화를 받고 주거래은행이 일을 잘하는구나 느꼈다니까요.
통장 개설 시간은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가면 개설해주고 재직증명서는 가져가도 돼고 나중에 제출해도 되네요. 단 모든 지점이 그런 것은 아니니 직장인은 재직증명서 출력해서 가져가보시고 직장인이 아니면 그냥 주민증만 들고가도 개설해 줄 겁니다. 어차피 3개월 간은 1일 출금 제한이 걸려 있어서 큰돈 바로 못 뽑게 바뀌었네요. 현명한 제도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보이스피싱이 줄지 않은 걸 보면 이게 효과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