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 2번째 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15조 8천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의 17조 5749억 원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왔지만 주가의 슈퍼사이클은 안 왔다
반도체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PC를 뜯어보면 CPU와 GPU라는 시스템 반도체가 있고 메모리 반도체가 있습니다. 이 둘이 없으면 PC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 중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로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듭니다. 한국의 수출품 중에 제1의 수출품이 반도체입니다. 한국이 이렇게 잘 사는 것도 반도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모리가 이렇게 많이 팔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메모리라고 하면 PC나 서버 메모리만 생각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죠. 요즘은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각종 스마트 기기에 메모리가 하나둘씩 들어가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자동차에도 메모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모리 사용처가 늘다 보니 메모리 산업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겁니다. 다만 메모리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사이클이 있습니다.
수요가 많으면 메모리 가격은 오르지만 수요가 줄어들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과도한 출혈 경쟁인 치킨게임을 통해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사라져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줄어들고 정리되어서 슈퍼사이클이 있었지 이전에는 1년 내내 원가보다 싼 메모리를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치킨게임에 참여했고 자본력이 딸린 해외 메모리 제조사들이 두 손 들고나가떨어져서 지금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서 메모리 가격이 수시로 변동되고 있습니다.
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당시 막 부상하던 AI 산업과 해외 유명 IT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에 만들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가격대로 그냥 막 쓸어 담아서 가능했었습니다. 당시 얼마나 많이 사갔는지 높은 가격에도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는 올것 같지 않았던 슈퍼사이클이 2021년에 온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외쳤습니다. 이에 2021년 초에 주식 시장에 뛰어난 초보 개미들이 가장 망할 염려 없고 안전하고 슈퍼사이클이 온다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너도나도 8만 원 대에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삽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8만 전자에서 9만 전자로 가는 것이 아닌 7만 전자로 전락합니다. 이에 많은 초보 주식러 분들이 언제 9만 전자 가냐고 항의를 했죠. 온다는 슈퍼사이클은 언제 오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왔습니다. 지금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왜 오르지 않는지 궁금해합니다.
10월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3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73조에 영업이익은 무려 15조 8천억원으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남깁니다. 이중 9조 7천억 원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왔습니다. 엄청나죠. 이걸 보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왔습니다. 왔어요. 그런데 주가는 왜 저럴까요?
기적의 단어 선반영
무적의 단어 선반영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미리 예측하고 작년 10월부터 5만전자에서 6만 전자를 지나 잠시 잠깐 9만 전자까지 치고 오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엔비디아의 GPU 칩 제조를 맡았다는 호재가 터지면서 주가는 8 만전자까지 치고 오릅니다. 보통 메모리 호황에 대한 주가 반영은 보통 6개월이라고 합니다. 길게는 1년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보통 6개월입니다. 따라서 6개월 후에 슈퍼사이클이 오면 6개월 전에 주가에 반영됩니다. 이걸 애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올 초에 선반영 된 가격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괘씸합니다. 누구도 8만 전자가 선반영 된 가격이기에 삼성전자 주식을 권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권해야 할 때는 2020년 9월 전후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올 봄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줄기차게 말했고 이에 혹한 초보 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샀다가 지금 대량으로 물리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소리를 하냐면 내년 하반기에 메모리 반도체가 인텔의 새로운 서버 CPU가 나오면 메모리도 DDR5로 전면 교체하기에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기에 올 연말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거의 상수라서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메모리 판매 가격이 오르고 내려도 휴대폰과 가전 분야가 변동폭을 상쇄시켜 줍니다. 그래서 메모리 가격 하락 소식에 하이닉스는 주가가 9만 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려면 신사업 발굴이나 기존 사업이 분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혁신기업은 아닙니다. 혁신을 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에서 혁신을 하고는 있지만 신사업이나 혁신 사업에 대한 투자나 노력이 안 보입니다. 다들 수소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는데 삼성그룹에서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분야가 안 보입니다. 삼성전자도 전기를 이용해서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사업이나 관련 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인공지능이나 시스템 반도체 등등 신사업을 하거나 다른 업체를 인수 합병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으련만 최근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수년 전에 9조에 샀다가 거의 다 말아먹고 있는 하만 그룹과의 인수합병이 큰 영향을 줬는지 신사업이나 인수합병은 안 보입니다. 하만도 최근 코로나로 인해 줄었던 매출이 다시 오르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 뭘 하고 뭐가 좋아져야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파운드리입니다. 파운드리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렇게 반도체를 만들어 달라고 설계도를 주면 그걸 만들어주는 사업입니다. 건축으로 치면 설계사무소가 인텔이나 AMD나 엔비디아고 그 설계도대로 건물을 지어주는 시공사가 바로 파운드리입니다. 파운드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을이었습니다. 그러나 파운드리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몇 개 되지 않고 반도체 미세공정 제조 기술이 뛰어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등 몇 개 되지 않자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도 미세공정을 잘 만드는 회사지만 수율이 높지 않아서 시스템반도체를 많이 만들지만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둥근 웨이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많이 뽑아내야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TSMC와 5nm 공정 기술이 있지만 수율이 낮아서 수익을 못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을 진출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노하우도 TSMC보다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TSMC는 30년 가까이 파운드리만 하던 기업을 뛰어 넘기 쉽지 않죠.
삼성전자 주가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큰 수익이 나기 시작해야 오른다.
대만 TSMC는 오로지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데 세계적인 기업이자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 시총보다 더 높습니다. 지난 8월 기준 TSMC 시총은 5,400억 달러로 무려 646조 원이나 됩니다. 현재 삼성전자 시총은 426조 원입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삼성전자가 TSMC는 매출 규모로만 봐도 큰 차이가 납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잠정 매출은 무려 73조원이고 영업이익만 15조 8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TSMC는 2021년 3분기 매출만 17조 6,600억원입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매출인 TSMC가 삼성전자 시총보다 더 높습니다. 이에 한국 디스카운트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건 있습니다. 어떤 회사나 그 분야의 1위만 살아 남고 승자독식의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고 주식도 그 분야의 절대 1위, 2위가 초격차로 벌어진 기업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듯이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2위 삼성전자와 초격차라고 할 정도로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는 파운드리입니다. 그런데 TSMC와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포럼 2021을 통해서 드디어 3nm 공정 계획과 2nm 공정까지 공개했습니다.
반도체 파운드리의 미세공정 전쟁 드디어 삼성 3nm GAA 방식 계획 발표하다
반도체 특히 시스템 반도체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전기로 작동하는 제품입니다. 이 가전에 똑똑한 기능을 넣은 제품들 대부분은 작은 반도체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반도체 중에 인간처럼 판단을 할 수 있는 반도체가 트랜지스터입니다. 전자산업 역사에 가장 큰 발견은 트랜지스터입니다. 트랜지스터는 특정 조건이 맞으면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 흐리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집에 있는 스위치 같은 역할입니다. 다만 그 스위치를 켜고 끄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트랜지스터를 여러 개 연결하면 논리 게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논리게이트에 특정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프로그래밍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안을 들여다보면 머리카락보다 작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박혀 있습니다. 이 트랜지스터에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다양한 조건과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걸 CPU 또는 GPU라고 합니다. 이 트랜지스터들을 작은 공간에 더 많이 넣을수록 전력 소비는 떨어지고 생산 단가는 떨어지며 심지어 성능까지 좋아집니다. 특히 전력 소모가 준다는 것은 그 시스템 반도체를 사용하는 업체에게는 아주 큰 혜택이 됩니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1개에 들어가는 전기량이 화력발전소 1개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전기를 반도체들이 사용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작게 만들어서 넣었는지 트랜지스터 1개 크기가 5nm 공정까지 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그 작은 공간에 엄청나게 들어가 있습니다. 얼마나 미세한지 미시 물리학인 양자역학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세상은 우리가 사는 물리학과 함께 원자들이 사는 세상의 물리학인 양자역학이라는 세상이 있는데 양자역학까지 다다르고 있습니다.
현재 5nm 공정으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TSMC가 기술력이 좀 더 좋습니다. 그리고 TSMC는 3nm 공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3nm 공정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계획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의 3nm 공정은 GAA 방식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시면 보라색이 게이트로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저 보라색이 전자의 흐름인 전류를 확실하게 막아주고 보내줘야 합니다. 그런데 워낙 크기가 작다 보니 전자들이 벽을 넘어가는 간섭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설 전류를 확실하게 3nm 공정의 전류 막는 기술로 GAA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최시영 사장은 GAA 기술의 3nm 공정은 전력효율성과 설계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공정 미세화를 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죠.
GAA 3nm 공정은 무려 2022년 상반기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수율이 낮겠지만 안정화되면 3nm 공정을 요구하는 많은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우리 반도체 만들어 달라고 찾아올 겁니다. 물론 TSMC도 3nm를 하기에 얼마나 찾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술 검증을 받고 평가가 좋으면 삼성전자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놀라운 건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를 지나서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까지 갈 예정이라고 하네요. 3nm 공정은 5nm에 비해서 면적이 최대 35% 감소하고 성능은 30% 향상되며 소비 전력은 50%가 줄어듭니다. 이런 강력한 효과 때문에 많은 시스템반도체 제조사들이 3nm 기반의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이미 들어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에 삼성전자는 3nm 공정 설계 키트와 알파 버전을 고객사들에게 알리고 보냈습니다.
모든 반도체가 초미세공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덜 미세한 공정의 반도체들도 많죠.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먹거리인 이미지센서도 꾸준히 돈을 버는 또 하나의 캐시카우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28nm 이상 공정에서 이미지센서를 만드는데
이걸 17 나노 핀펫 신공정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하네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이 좋다 보니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네요. 이 분야에서 1위는 소니이고 무너지는 소니를 살린 것이 이미지센서 사업부인데 삼성전자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현재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만 주력하고 있는데 미러리스나 풀프레임 카메라 이미지센서 만들고 그걸 캐논이 사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이 반도체사업은 장치사업이라서 새로운 공장이나 라인을 만드는데 1조 이상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캐논이 새로운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긴 하는데 워낙 성능이 향상되지 않아서 사골 센서라는 놀림을 받고 있죠. 캐논은 이미지센서가 나쁘다고 하지만 워낙 좋은 렌즈, 가성비 렌즈가 많아서 렌즈로 먹고사는 회사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 캐논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카메라 이미지센서 만들면 삼성전자에게는 대형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캐논이 자존심이 있어서 이미지센서 제작 의뢰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에 S1, S3, S4 공장이 있고 텍사스 오스틴에 S2 공장이 있었는데 이 S2가 지난 봄에 정전사태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봤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밀려드는 반도체 제작 요청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에 S5 공장과 미국에 170억 달러를 들여서 새로운 공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삼성전자가 9만 전자를 가려면 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TSMC와 벌어진 격차를 따라 잡고 멱살까지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가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얼마나 새로운 고객을 모셔 오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약점이 있습니다. 애플처럼 다른 사업에서는 경쟁관계인 회사가 삼성이니 AP 제조를 의뢰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워낙 경쟁사도 많고 협력사가 많다 보니 쉽게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를 맡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삼성 파운드리 고객은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 정도입니다.
이 고객사를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고객 소식은 많이 들이지 않네요. 그럼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9만 전자로 가려면 파운드리 사업에서 큰 흑자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주가가 올라갈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