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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미술작품

1억원 받고 작품 먹튀를 걸고 튄 덴마크 화가

by 썬도그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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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9월 25일 덴마크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덴마크의 예술가인 Jens Haaning이 예술과 직장 생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 'Wark it Out'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Kunsten 현대미술관으로부터 534,000 덴마크 크로네(약 1억 원)를 받았습니다.

Kunsten 현대미술관은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의 연간 평균 소득을 시각화 한 작품이자 현금을 이용해서 멋진 작품을 액자에 담아서 보내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기대에 차서 도착한 액자를 뜯어보니 빈 액자였습니다. 그리고 Kunsten 현대미술관 큐레이터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합니다. 그 메일에는 작품 제목이 적혀 있었습니다. 

Take the Money and Run

돈을 갖고 튀어라! 줄여서 말하면 제목이 먹고 튀는 먹튀네요. 이 제목이 딱 맞습니다. 돈을 먹고 튀었습니다. 그 행위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사기죠. 상식으로 보면 사기입니다. 그러나 예술로 보면 이게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뒤샹이 전시회장 근처에서 산 소변기를 눕혀 놓고 샘이라고 명명해서 현대 예술이 시작되었듯이 현대 예술 관점에서 보면 이 전체적인 스토리와 이 작품이 예술일 수 있습니다. 

Jens Haaning 작가가 이런 다소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유명 국공립 미술관들이 미술관에 전시를 하고 싶다면서 작가들에게 작품 전시 요청을 합니다. 그런데 국공립 미술관들이 놀랍게도 설치 및 작품 전시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이야 그냥 걸면 되지만 조각이나 설치 작품은 설치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설치비도 안 주고 전시료도 안 주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국공립 미술관들은 우리가 선택해서 전시할 수 있게 한 것도 영광인 줄 아세요 같은 태도로 예술가들에게 전시료를 주지 않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에 몇몇 예술가들이 항의를 했고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이런 소리가 없는 걸 보면 많지는 않지만 설치료 및 전시료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이 주지는 않겠죠. 

이게 어디 한국만 그렇겠습니까? 전 세계 미술관, 박물관들이 비슷비슷하죠. 이건 엄연한 착취이자 갑질입니다. 
Jens Haaning는 이런 미술관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도 동시에 자신처럼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먹튀를 하라고 독려하기 위해서 Take the Money and Run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아주 유쾌한 행동입니다. 마치 몇 년 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뱅크시의 미술품 파괴 행동이 떠오르네요. 자신의 작품을 고가에 팔리는 것을 예상하고 미리 그림 뒤에 자폭 장치를 달았고 경매에 낙찰되자마자 그림이 파쇄됩니다. 다행인지 반만 파쇄되다 말았는데 그걸 또 예술적 가치가 높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전시를 하더라고요.

제가 참 예술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그들만의 리그로 보여지고 멀리서 보면 코미디 같아 보입니다. 별 가치도 없어 보이는 걸 권위자가 나와서는 이 작품 가치 높습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에 떡상하는 그 시스템. 이 전체적 미술계 작품 생산 판매까지를 보면 코미디 갔을 때가 꽤 있습니다. 

Take the Money and Run 전시품을 받아든 Kunsten 현대미술관은 흥미로운 작품을 만든 것은 동의한다면서 전시회가 끝나는 날 자신들이 빌려준 1억 원을 Jens Haaning 작가는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에 Jens Haaning는 돌려 줄 생각 하나 없다면서 반격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2018년 개봉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영화 '더 스퀘어'가 생각나네요. 앞에서는 세상을 예술로 비판하고 세상 어느 곳보다 순수하고 정갈하고 날 선 비판을 한다고 하는 큐레이터가 정작 비도덕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보여주면서 겉모습과 달리 추악한 예술계 이면을 살짝 담습니다. 

그나저나 Jens Haaning은 이번 전시품으로 받은 전시료는 얼마일까요? 1,340유로라고 하네요. 내년 1월 16일까지 전시하는 조건으로 약 4개월에 가까운 전시를 하네요. 그런데 전시료가 무려 1,340유로 한화로 치면 190만원 정도입니다. 1달에 50만 원 전시료를 받네요. 물론 이해는 합니다. 국공립 전시회들이 유료 전시회가 없잖아요. 공익 차원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국공립 미술관들 운영비는 우리 세금으로 나가잖아요. 그럼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에 대한 대여로 정도는 제대로 줘야죠. 

잘 사는 덴마크이자 예술가 대우 좋은 북유럽 아닙니까? 190만원이요? 한국은 이보다 더 낮겠네요. Jens Haaning는 앞으로 덴마크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 못하겠네요. 해서 뭐하겠어요. 전시료도 쥐꼬리만큼 주는데요. 예술 생태계도 들여다보면 갑질도 심하고 그 어느 것보다 학연, 지연도 심해요. 이런 미술관들의 갑질 관행에 대한 조롱을 담은 Take the Money and Run이 유쾌하게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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