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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예술의 시간에서 본 전시회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본문

문화의 향기/미술작품

예술의 시간에서 본 전시회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썬도그 2021. 9. 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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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독산동은 서울 변두리라서 문화 소외지역입니다. 서울이 경제, 문화, 정치 등등 대한민국의 블랙홀이지만 그 서울에서도 문화 블랙홀은 종로구와 중구 일대입니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는 변변한 갤러리도 문화 공간도 거의 없습니다. 
특히 금천구는 더더욱 없습니다. 금천예술공장이라는 예술가들의 공장 같은 곳이 있지만 점점 가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안공간이 새로 생겨서 좋네요. 바로 독산역 1번 출구 1번 마을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영진 프레시전 건물에 있는 '예술의 시간'입니다. 여기는 '카페 독산'과 함께 있는 갤러리 카페입니다. 2층과 4층은 예술의 시간 전시 갤러리 공간이고 3층이 카페입니다. 지난 주말 새로운 전시회가 시작되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영진프레시전은 방열판 만드는 회사인데 이 건물 기숙사를 개조해서 예술공간으로 만들었네요. 

추석 연휴에는 쉬네요. 

박진아, 이혜인 작가의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

전시회 제목은 묘한 느낌의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입니다. 아우라는 복제가 불가능한 고귀하고 개성 넘치는 것들을 말하죠.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유일하다는 것이고 따라 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술품이 그렇죠. 사진과 달리 복제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해 아우라가 있습니다. 사진은 그에 비해 복제 예술이고요. 

그 아우라를 길 모퉁이에서 만나면 낯설면서도 놀랍겠네요. 

혜우의 방 / 이혜인 작가

이혜인, 박진아 작가는 두분 모두 미술작가이고 구체적으로 회화작가입니다. 보통 어떤 전시를 하면 장황하고 어렵고 심란하고 현란한 전시 서문이나 하다 못해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설명인 제작 노트나 작가의 말이 있는데 아무 곳에도 작가의 설명이나 설명문 같은 것들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홈페이지에 있나 하고 뒤져봐도 없습니다. 

와! 이런 경험은 처음이네요. 그럼 선입견 갖지 말고 보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게 좋은 방법일 수도 있고 궁금하면 관람객 당신이 검색으로 찾아보세요라는 식이라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보니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신문 기사 1개가 있네요. 박진아 작가는 1974년 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을 했고 이혜인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했네요. 1981년 생이니 후배겠네요. 

그럼 선후배가 손을 잡고 한 전시회네요. 

위 작품은 혜우의 방입니다. 이혜인 작가의 동생이나 오빠인가요? 약간 추상적이긴 한데 침대에 누가 있네요. 알록달록한 색으로 또는 모자이크 된 것처럼 뭉그러져 있습니다. 

박진아 작가 작품들

박진아 작가의 작품이 2층에 참 많네요. 이 작품이 박진아 작가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걸 왜 그렸지? 그냥 사진으로 찍으면 되잖아! 아니 그릴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거 그냥 마스크 쓴 근로자의 사진 아니 그림입니다. 

지게차 운전하는 분인데 그냥 사진으로 찍으면 되는데요. 

보면서 좀 웃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진지하게 보면서 이거 일부러 그런건가? 마치 스냅사진 같습니다. 

우리가 사진 찍을 때 그 사진에서 엄청난 가치나 예술적 의미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은 아주 극히 일부입니다. 우리가 사진 찍는 이유는 기록이 기본입니다. 기록 사진 중에 멋진 사진이 예술성을 가질 뿐이죠. 그런데 그림은 그리기도 어렵고 하나 그리는데 엄청난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에 의미 있고 멋진 그림, 예술적 가치를 잔뜩 투영하죠. 게다가 미술의 그림은 내가 창조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스냅사진 같이 그렸네요.

박진아 작가는 스냅사진으로 세상을 찍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순간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마치 인상파 화가 같습니다. 다른 점은 어떤 인상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순간 그러나 그 순간이 주는 진실성은 아주 깊은 스냅사진의 힘을 그림에 녹였습니다. 

스냅 사진이 왜 진실되냐고요. 우리가 어떤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을 한껏 꾸미잖아요. 그 최고봉이 셀카입니다. 셀카는 실제 내 모습이라기보다는 나의 최고 상태일 때, 정점인 순간을 담잖아요.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내 실제 모습은 남이 보는 내 모습입니다. 내 방심한듯한 모습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객관적인 나이고요. 스냅사진의 힘은 거기서 나옵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할 때, 방심할 때, 남이 나를 볼 때, 지나가는 행인이 날 볼 때의 가장 많이 보이는 내 모습을 담기에 좀 더 진실됩니다.

그게 스냅 사진의 힘인데 이걸 그림에 담았네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아이디어가 박진아 작가의 그림을 차별화합니다. 

이혜인 작가 작품들

골방 같은 곳에서는 손바닥보다 살짝 더 큰 조막만한 그림들이 가득했습니다.  

추상화와 구상화의 경계에 있는 느낌도 들지만 확실히 현실을 반영한 그림이네요. 제목들이 친숙하네요. 
진도아파트 경비실, 인정슈퍼 앞 조양 문화사, 크린에이드, 독산로 17길, 진도 2차 미니스톱. 모두 독산동 그것도 '예술의 시간' 주변에 있는 공간들입니다. 아마 작가님이 근처에 사시나 보네요. 아니면 근처에 아뜰리에가 있나 봐요. 

위 그림은 안양천이라고 하네요. 도심의 전등 빛이 흐르는 안양천입니다. 

김밥은 K, 라면은 R, 커피는 C, 담배는 S를 표시한 것인데 작가님이 담배, 커피, 김밥, 라면을 달고 사시네요. 다른 건 몰라도 담배는 줄이셨으면 해요. 담배는 정말 안 좋아요. 뭐 정신머리는 들게 해서 좋은데 몸을 축내요. 마치 몸을 태워서 정신을 위로하는 느낌이랄까요. 

독산동 우시장도 보입니다. 

어떻게 두 작가님이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학과 선후배라서 연결된 것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공통점은 사진의 힘인 기록성과 순간성을 그림에 녹여낸 모습이 비슷합니다. 또 하나는 이혜인 작가의 작품은 확실히 독산동임을 알 수 있지만 박진아 작가님의 작품은 독산동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런 공간들은 공장 공간이고 아마도 독산동이나 근처 공단 속 작은 공장의 일상을 담은 것이 아닐까 유추해 봅니다. 

서울 변두리 동네를 작품을 담는 것도 흔하지 않죠. 누가 이 동네를 담겠어요. 동네 분들은 항상 자학적인 태도로 학군이 안 좋다느니 살기 안 좋다느니 하면서 자학들을 많이 하시던데요. 이 금천구 지역 커뮤니티 가면 부동산 이야기가 태반이고 결론은 역시 금천구 꼬른 동네, 이러니 발전이 안 되지라는 식으로 결말을 맺어요. 그래서 선거를 잘하자느니 하면서 결론을 내는 걸 보면서 금천구 사는 것이 죄도 아닌데 왜 이리 자학들을 할까 생각했어요. 

자존감이 높지 않은 동네인데 어느 예술가가 이런 동네를 기록하고 담겠어요. 하지만 이혜인, 박진아 작가님이 담아주었네요. 돌아보면 독산동이 개발되지 않고 군부대가 있던 시절은 자학도 안 했어요. 비교 대상이 되지 않고 한 지역에 오래 살던 분들이 많아서인지 부자 동네 사람이 와서 이런 데 누가 살아!라고 지나가는 말로 해도 반응 안 했거든요. 그러나 지역이 개발이 되고 외지인들이 많이 살다 보니 비교를 많이 해요. 옆 동네인 광명시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금천구는 서울이 맞냐고 해요. 

뭐 일견 맞는 말이긴 해요. 그러나 그 발전 요구가 자학으로 결론나는 걸 보면서 동네에 대한 애정이 점점 떨어지는 요즘이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파트 가격이 10억이 넘는 곳이 나오자 점점 줄어드네요. 군소리 많던 동네가 10억 아파트 가격을 물려주니 조용해졌어요. 

4층 갤러리 창밖으로 보이는 진도 아파트를 보면서 독산동을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이 두 작가님들은 이 지역을 얼마나 알까요? 얼마나 깊게 생각했을까요?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그림에 독산동의 이미지나 생각을 녹여내기 쉽지 않고 그게 목적인 전시회도 아니라서 다시 그림을 열심히 봤습니다.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4층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박진아 작가님의 이 작품도 스냅 사진을 옮겨 놓은 그림인데 

이렇게 밑그림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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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다 이해하고 알 수는 없죠. 그러나 우리가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건 책 1권을 보는 것과 영화 1편을 보는 것과 비슷해요. 알고 보면 더 좋지만 몰라도 공감이 안 가도 그 작품을 보는 그 행위가 주는 정숙함이 좋아요. 

커피를 들고 3층에서 잠시 머물다 나왔습니다. 주말에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지지난 주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추석 연휴라서 많이들 놀러 가셨나 봐요. 

저도 출사 가려고 카메라 가방 들고 나왔는데 여름 날씨에 놀라서 그냥 눌러앉아서 

커피 마시다가 

놓여 있는 책 좀 읽다가 

창 밖으로 지나가는 여객기 보다가 

책 좀 보다가 나왔습니다. 

<아우라는 모퉁이에서 만나지>는 9월 16일부터 11월 27일 늦가을까지 열리니 날 선선해지면 들려서 작품도 보고 커피도 먹어보세요. 3천 원인데 커피맛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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