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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디지털 콘텐츠에 아날로그 아우라를 심어주는 NFT

by 썬도그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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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잘 필기한 공책을 빌려서 공부한 후 다시 돌려줬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복사기가 등장하던 80년대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돈을 내고 복사를 했습니다. 복사 기술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원본인 공책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복사본은 조금이라도 원본만 못하니까요.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다릅니다. 친구가 필기한 내용을 빌려달라는 것이 아닌 공유해달라고 합니다. 공유한 디지털 기반의 자료는 원본과 다르지 않습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복사본과 원본을 놓고 어떤 것이 원본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복사할수록 열화 현상으로 점점 복제품 품질이 떨어집니다. 반면 디지털은 수십 번을 복사해도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진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지 못하는 이유 필름만 있으면 복제가 가능한 매체

라인 II (1999)

  • 사진 작가 : Andreas Gursky
  • 판매 가격 : $ 4,338,500 (한화 48억 3천만 원)
  • 판매 일 : 2011 년 11 월 8 일
  •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된 사진입니다. 한화로 약 48억 3천만 원으로 엄청 비싸죠.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인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무려 4억 5천만 달러 한화로 약 5062억 원에 판매되었습니다.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비쌉니다. 

사진은 비쌀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림과 달리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매체입니다. 어떤 재화가 가치가 오르려면 유일무이해야 가격이 오릅니다. 모나리자 그림이 전 세계 수천 개가 있다면 그렇게 비쌀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그 그림 딱 1개이기에 비싸죠. 

이에 사진계도 프린팅 수를 제한해서 복제 사진의 수를 제한해서 가격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진은 기본적으로 비싸게 받을 수 없습니다.

5억 5천만원에 판매된 인터넷 밈 사진 재앙의 소녀

어제 이 사진이 화제였습니다. 화재 현장을 바라보면서 썩소를 날리는 이 사진은 2008년 전 세계에서 퍼져 나가서 여러 패러디와 합성놀이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2005년 당시 4살이었던 어린 꼬마인 로스를 아빠인 데이브 로스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아빠는 웃으라고 했지만 썩은 미소를 날렸습니다. 

이 사진은 2008년 JPG매거진 사진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서 전 세계에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 사진을 이용한 사진 합성 놀이가 잠시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음악 스튜디오 3F MUSIC이 무려 50만 달러 한화로 5억 5천만 원에 구매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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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Yh0AhrY9GjA

이 뿐이 아닙니다. 저스틴 비버의 노래를 커버한 영상으로 대박이 난 Overly attached girlfriend 영상도 41만 1천 달러에 구매를 했습니다. 이 영상도 2012년 큰 인기를 끌었죠. 영상 초기 수초 동안 큰 눈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는 모습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 밈으로 사용되는 걸 5억에 가까운 돈으로 구매를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사진이 48억인데 재앙 소녀가 5억 5천? 납득이 갑니까? 게다가 저도 사용할 정도로 흔한 사진이자 무한 복제가 가능한 사진인데요.

그런데 저 재앙 소녀의 사진 원본 또는 최초의 사진이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최초의 사진이면 가격이 좀 더 비싸겠죠. 문제는 그게 최초의 사진인지 사진에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증명하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그게 최초의 사진이자 원본이라고 누군가가 증명해 준다면 말이 달라집니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증명해주는 NFT 기술

 

저 재앙의 소녀가 비싼 가격에 판매된 이유는 NFT (Non-Fungible Tokens)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NFT를 해석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 재앙의 소녀의 사진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원본 증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것만 내밀면 '재앙의 소녀' 원본임을 확실히 증명됩니다. 

요즘 예술계에서 주목하는 기술이 이 NFT입니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콘텐츠들은 유일무이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분석해서 원본임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유명 그림을 모사꾼들이 늘어나면서 원본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이걸 이용해서 위작들이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천경자의 그림 미녀의 위작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그림들은 원본임을 크로스 체크해서 인정을 받고 경매에서 판매됩니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들은 이 자체가 없습니다. 워터마크를 넣어서 복사를 방지하긴 하지만 이 마저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NFT 기술은 암호 화폐 기술을 응용한 기술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더리움 토큰에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업로드하고 정보를 기입하면 NFT로 변환됩니다. 

암호화폐 기술을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모든 정보가 공개됩니다. 그러나 공개된 정보를 수정하려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책 중간에 100만 원을 꽂아 놓았다고 칩시다. 그 100만원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 책 위에 다른 책 100권이 1초마다 쌓인다고 칩시다. 1초에 100권을 치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책 위에 다른 책들이 엄청나게 쌓이기에 이걸 다 치워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게 블록체인의 해킹 불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양자 컴퓨터가 나오면 블록체인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만 양자컴퓨터가 나온 상태도 아니고 나온다고 해도 또 다른 기술을 입혀서 방어할 겁니다. 

 

이렇게 NFT는 공개된 장부라고 할 수 있고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지만 아무도 그 장부를 수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강력한 기술 덕분에 원본성을 증명하는 기술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NFT는 2017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암호 화폐 게임과 함께 나왔습니다. 이 게임은 가상 고양이를 키우고 판매하고 번식할 수 있는 신개념 게임입니다. 2017년 12월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으로 크립토키티 게임에서 새끼 고양이 판매할 때 사용했습니다. 

NFT는 원본 증명성을 증명할 수 있어서 디지털 콘텐츠나 게임 아이템 같이 유일성이 중요하고 복제품이 아님을 증명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유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디지털카메라를 판매할 때 제품의 시리얼을 함께 넘겨주는 것과 비슷하고 PC 프로그램을 구매할 때 시리얼 번호만 받아도 제품을 인증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재화를 전송하고 이전할 때 소유권 제공 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코인 전송하듯 소유권을 쉽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Nyan Cat

위 이미지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냥캣입니다. 단순한 무한반복 곡 배경으로 사용된 이 이미지가 최근 NFT 아트 경매에서 무려 5억 원에 판매되었습니다. 그냥 냥캣은 아니고 이 이미지의 최초 이미지임을 증명 받아서 5억원에 판매되었습니다. 

이에 외도 많은 디지털 콘텐츠들이 억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NFT는 예술, 수집품, 온라인 게임, 가상 작품 등에서 원본임을 증명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포뮬러 1, 유비소프트, 보다폰, NFL, 나이키, 삼성, 루이비통에서 NFT 기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성도 좋습니다. 

점점 헐값이 되어가고 있는 음악도 최초의 음원이라는 걸 NFT로 증명하면 가격이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BTS가 녹음을 막 마친 최초의 음원이라고 증명하면 최소 수억 원은 갈 겁니다. 

기술 복제 시대의 봉이 김선달 같은 NFT

발터 벤야민은 공산품과 사진같이 무한 복제, 무한 생산이 가능한 시대에 대해서 전통적인 예술 작품의 가치인 유일무이성이 가지는 아우라를 강조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이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사진이라고 하면 그 사진은 가치가 높지만 전 세계의 사람들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사진이면 그 가치가 높지 않죠. 

그게 공산품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클 조던 농구화도 조던이 우승하던 경기에서 신은 신발은 더 가치가 있고 더 비싸게 판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조던 농구화는 별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나이키 매장에서 사면되니까요. 그러나 조던이 싸인을 하면 유일무이성이 생기죠. 그럼 가격이 크게 올라갑니다. 

그러나 좀 차분하게 보면 그게 최초의 원본임은 증명하지만 최초라고 더 음질이 좋고 화질이 좋고 원본만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기능적인 차이가 있다면 모를까 복사해도 원본과 차이가 없는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이 뭔 기능적 차이가 없는데 가격이 높다면 그건 그냥 원본이라는 가치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본이라는 가치는 다른 사람들이 우러러봐야 생기지.
그래서 어쩌라고 시큰둥하면 가치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아날로그는 기능의 차이도 컸죠. 친구가 필기한 공책은 가치가 있지만 그걸 복사한 건 가치가 뚝 떨어집니다.  피카소가 낙서한 그림은 가치가 있어도 그걸 컬러복사기로 복사한 그림은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복사 기술이 나와서 그림도 똑같이 복사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똑같다고 해도 피카소가 그린 최초의 그림임을 증명만 받으면 가치는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가치 숭상 여부의 차이일 겁니다. 

공산품인 변기를 뉘어 놓고 예술품이라고 외친 뒤샹

현대 예술의 아버지라고 하는 '마르셀 뒤샹'의 샘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공산품인 소변기를 전시해 놓고는 작품이라로 외칩니다.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고 어디서 사온 소변기를 자신의 필적을 넣고 작품이라고 외칩니다. 

어떻게 보면 웃기는 소리죠. 그러나 이 뒤샹이 개념 미술을 만듭니다. 일반인들은 헛소리 같은 이런 작품에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예술가들은 진지하게 바라봤습니다. 그래서 '앤디 워홀'도 공산품인 '캠밸 수프'에 자기 개념을 넣고 팝아트의 선구자라고 추앙받잖아요.

NFT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뒤샹이 전시장 근처에서 사 온 듯한 공산품 소변기에 예술의 가치를 넣었듯이 NFT 기술로 똑같아 보이는 데 원본이라고 증명하면 디지털 콘텐츠들도 고가에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예술계를 보면 정말 요지경 세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엄청난 가치를 넣고 추앙해서 돈을 만들어내고 거래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게 또 예술 생태계의 생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면에서 그림 크기로 가격을 측정하는 한국의 미술품 호가 제도가 더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네요. 

NFT는 돈이 넘치는 유동성이 풍부해진 돈을 저장하는 작은 저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잖아요 90년대까지는 돈을 풀면 공산품 및 농산물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요즘을 돈을 콸콸콸 세상에 만들어서 공급해도 그 돈이 공산품 가격 올리는 것이 아닌 아파트나 주식 같은 자산들의 가치만 올린다고요. 그래서 모니터 가격이 오늘은 20만 원인데 돈이 너무 풀려서 내년엔 50만 원이 되는 일은 없다고요. 

그런 면에서 NFT는 넘치는 돈들이 머무르는 작은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처럼 별 가치가 없다고 대다수가 판단하면 폭락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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