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이다영 배구 선수의 학폭 문제에 대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 선수를 비난했지만 가끔 어린 시절 철없던 시절 행동이라고 치부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시절의 폭력일 수 있죠. 그런데 중요한 건 폭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누굴 괴롭히고 때리면 그 사람이 괴로워하고 아파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잘 압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철없던 시절 행동이라고 하지만 그 학폭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가해자가 나이 들어서 사과한다고 해도(거의 사과를 안 하고 기억도 안 난다고 하지만) 그 과거의 고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진심 어린 사고를 하면 덜 생각이 나겠죠.
학폭이 얼마나 무서운 짓인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추천합니다.
블랙 슌지의 대표적인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는 화이트 슌지 영화와 블랙 슌지 영화가 있습니다. <러브레터>는 화이트 슌지 영화로 이 영화로 슌지 월드에 입문한 분들이 다음으로 선택했던 영화가 2001년 제작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입니다. 당연히 영상미 쩌는 <러브레터>를 연상하고 봤다고 내용에 깜짝 놀라는 영화이기도 하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상당히 음습하고 어두운 영화로 1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다가 이런 영화였나?라고 깜짝 놀라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학폭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학원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 세대 전인 80년대도 그 이전에도 학원 폭력은 참 많았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80년대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는 폭력이 일상이었습니다. 집에서 패고 학교에서 패고 군대에서 패고 운동장에서 패고 교실에서 패고 길거리에서 패고 정말 많이 때리고 많이 맞았습니다.
폭력에 많이 노출 되면 폭력이 일상이 되면 폭력에 관대해집니다. 맞고 자란 아이가 엄마 아빠가 되어서 아이들을 패는 경향이 있듯이 보고 배운 것이 폭력이다 보니 어떤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폭력이라는 쉬운 방법을 빼어 듭니다. '사랑의 매'요? 때리는 사람이 자기 행동에 대한 어설픈 변명일 뿐입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때리는 선생님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학생들끼리 행하는 폭력은 여전히 많습니다. 여기서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을 넘어서 왕따 같은 집단 따돌림도 폭력입니다. 이걸 학교에서 집에서 폭력이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네 기성세대들 제대로 가르치고 있나요?
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학폭에 너무 무신경하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저도 학창시절 이름도 떠올리기 싫은 대방동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꽤 맞았습니다. 깡패 주니어 같은 학생들이 조례 시간이 끝나면 반마다 삥을 뜯으러 다니는 모습에 경악을 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왜 어른들인 선생님들은 이런 세상을 알지 못할까?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일까? 매일 같이 반에서 금품 갈취가 이루어지고 있고 반장도 보고 있는데 왜 이런 무서운 세계를 그냥 지켜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두려움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삥 뜯는 학생도 사라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친구들도 다 착하고 성실하고 재미있습니다. 대신 선생님들이 촌지로 삥을 뜯었죠.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 그 당시는 학교에서 일어났습니다. 온갖 악행은 학교에서 다 본 느낌입니다. 오히려 군대가 더 깨끗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혼돈스러웠던 제 중학교 시절을 담은 듯한 영화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주인공 유이치는 호시노와 절친이었습니다. 호시노는 잘생긴 외모에 공부도 잘해서 중학교 입학식에서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호시노가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로 점점 흑화 됩니다.
학교 짱이 된 호시노는 절친인 유이치를 꼬봉으로 삼아서 각종 학폭을 자행합니다. 유이치는 호시노의 지시를 따르고 싶지 않지만 안 따르면 강력한 폭행이 대기하고 있기에 호시노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호시노의 악행은 도를 넘어서 점점 더 심해집니다. 그럴수록 유이치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유이치가 숨을 곳이 필요했고 죄책감을 달래주는 유이치만의 동굴이 바로 가수 '릴리 슈슈'입니다.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온라인 팬 카페에 가입해서 에테르가 흐르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죄책감을 달랩니다. 유이치는 이 노래를 호시노의 먹잇감이자 학폭 피해자인 츠다에게도 들려줍니다.
그러나 호시노의 학폭은 점점 더 심해지고 츠다는 자살을 합니다. 이런 상황까지도 유이치는 견딥니다. 견디지 않으면 자신이 츠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이치는 호시노를 죽입니다. '릴리 슈슈' 콘서트 장에서 자신과 온라인 채팅을 했던 사람이 다름 아닌 호시노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이 만든 피난처까지 학폭러가 쳐들어오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던 유이치는 호시노를 죽입니다.
학폭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잘 담은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학폭 피해자들의 심정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학폭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가해자라면 피해자들이 어떤 세상에 사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서 똑똑히 봤으면 합니다. 애들 장난? 그 장난에 개구리는 죽을 수 있는 나이가 사춘기입니다.
영화에서는 유이치가 호시노를 죽였지만 실제로는 죽일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나를 포함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이 모두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정도로 괴로운 게 학폭입니다. 특히 10대에서 30살까지의 경험은 평생을 가져갑니다. 특히 10대에는 인성 형성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건 좋은 어른입니다. 그리고 폭력 없는 사회입니다.
이재영, 이다영 학폭 사태에 놀란 것은 그 주변에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겁니다. 누구 하나 나서서 너희 둘! 그런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야!라고 말하지 않았고 이재영, 이다영이 처음 만난 어른은 김연경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김연경 없었으면 이재영, 이다영은 호시노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겁니다.
학폭이 애들 장난이라고요? 그 장난으로 사람이 죽거나 평생 괴로워 하고 산다면 그건 누구 책임일까요? 어디서 학폭이 애들 장난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애들 장난이라고 말하기 전에 충분한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