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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 노동의 비열함을 고발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by 썬도그 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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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돈 버는 기계도 도구도 아닙니다.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기에 사람을 도구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력을 제공해주고 돈을 받는 도구이고 생산성이 낮은 사람은 비용으로 치부 합니다. 

한국은 아주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노동 환경은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열악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원청, 하청 구조의 갑을 관계가 존재하고 노동자가 다치거나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기 하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외주 서비스로 돌립니다. 그렇게 직접 고용이 아닌 간접 고용 형태는 노동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해고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고 입찰을 통해서 최저가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기에 대기업들이 무척 좋아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이걸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합니다. 위험을 큰 기업이 직접 책임지지 않고 하청 업체 같은 외주 업체에 떠넘기는 방식입니다. 이러다보니 우리 아이들의 꿈은 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쉽게 해고될 수 없는 정규직! 

이런 한국 노동에 대한 문제점을 잘 담은 영화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입니다. 

본사에서 하청업체로 내쳐진 정은, 더 참혹한 현실을 만나다 

본사에서 7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던 정은(유다인 분)은 회사에서 찍혔는지 면벽수행을 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습니다. 회사는 정은에게 권고사직을 권하지만 어떻게 따낸 정규직인데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이에 회사는 자연스럽게 나가는 방법은 지방 하청업체에 파견을 보내 버립니다. 

정은이 파견 나간 섬이 많은 지방의 하청업체 사무실에 도착한 정은은 1년만 버티면 다시 본사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깡소주를 마시고 지방 하청업체에 파견일을 시작하지만 누구도 정은을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본사는 자신들의 직원이면서 파견 나간 본사 직원인 정은의 월급까지 하청 업체가 지급하라고 압박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하청업체 직원 중에 가장 일을 못하는 직원이 해고를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는 정은은 끝까지 붙어 있으려고 합니다. 하청업체 소장은 정은이 알아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본사 직원은 다른 하청업체는 알아서 잘 내보내는데 왜 못 내보냐고 닦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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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이 파견 나간 하청업체는 송전공들을 관리하는 곳으로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을 유지보수하는 곳입니다. 매일 같이 죽음을 각오하고 높은 송전탑을 오릅니다. 

이 하청업체는 3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중 막내(오정세 분)은 어린 세 딸을 홀로 키우기 위해서 낮에는 송전탑을 오르고 밤에는 편의점 알바, 대리기사 알바를 해서 어린 딸들을 키웁니다. 

직원들과 정은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벽이 큽니다. 이는 정은이 만든 벽이기도 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철탑에 오르지 못하는 것도 못하는 것이지만 이런 육체노동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하청업체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들끼리 있는 사무실에 여자가 내려와서 옷도 편하게 갈아입지 못합니다. 

죽음보다 무서운 건 해고!

정은과 하청업체 직원들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정은이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깨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송전공 일을 위해서 근무복을 입으려고 하지만 현실은 엄혹하기만 합니다. 특수 근무복인데 이걸 본사가 지원해주지 않고 자신의 월급으로 사야 합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다 막내와 정은이 크게 부딪힙니다. 우리 같은 송전공은 감전으로 한 번 죽고 떨어져서 죽는다면서 2번 죽지만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해고라고 항변을 합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막내. 

이 말에 정은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정은도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 지방 파견을 따랐는데 그 현장에서는 죽음도 불사하고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근로자인 막내를 만난 후 정은은 현실의 무서움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권위의식이나 거리두기를 삭제합니다. 

한국의 노동 현실을 고발한 영화 <나는 나를 해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노동 관련 영화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나온다고 해도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메이저 영화로 나오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영화 <카트> 같은 영화가 우리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화, 추천하는 영화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해고 하지 않는다>도 한국의 비열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는 영화입니다. 한국은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가 아닙니다.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면 쉽게 해고할 수 없습니다. 부당하게 해고했다가는 근로감독관이 출동할 정도로 노동 인권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조그마한 틈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어서 결국 해고시키고 맙니다. 그래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정은은 비용 절감의 대상이었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장 상사가 내부 고발 등으로 해고 당하는 걸 봤기에 비슷한 이유로 보입니다. 그렇게 정은은 한직이자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들의 해고 코스인 지방 하청 업체로 파견을 당합니다. 

거기서 깡소주를 마시면서 1년만 버티려고 했지만 그곳은 자신보다 더 절박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절박함을 표현하는 사람이 막내입니다. 늦은 나이에 송전공이 된 막내는 딸 3명을 홀로 키웁니다. 정은 때문에 자신이 해고 위기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정은을 가장 잘 챙겨주는 사람이 막내입니다. 

비록 생활이 정은을 적으로 보라고 말하지만 막내는 정은을 생활이 아닌 삶으로 바라보고 정은에게 손을 내밀어서 송전공 일을 하나하나 알려줍니다. 

비인간적인 모습을 한 철탑을 통해 본 우리의 각박한 노동 환경

EBS의 극한직업 중에 1위 극한직업이 바로 송전공입니다. 송전공 영상을 보면 오금에 자동으로 전기가 흐릅니다. 남자도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 송전공 일이고 담력이 무척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자가 그것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여자가 송전탑에 오른다는 설정은 현실성이 무척 떨어집니다. 

또한, 감독의 메시지는 알겠는데 좀 더 현실적인 소재에서 이 노동 문제를 추출하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좀 아쉬웠지만 철탑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철탑은 직선이 가득합니다. 그것도 얇은 철들 이 서로를 서로를 지탱합니다. 마치 우리들의 노동자처럼 연대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노동 환경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직선은 기계가 만든 선입니다. 인간은 똑바로 그어도 직선을 그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계의 힘을 빌리면 도구의 힘을 빌리면 직선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선은 비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철탑 아래서 위를 올려다 보면 기계 더미 밑에서 사는 우리들의 삶을 보는 듯합니다. 

그 기계를 정은이 결국 오릅니다. 매정한 현실 철처럼 차가운 현실을 딛고 오릅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송전탑과 높은 곳으로 안전장비 없이 오르는 정은의 현실을 담고 싶었나보다 느껴지게 되고 그 표현 방식은 꽤 선명하고 선이 굵습니다. 을과 을의 싸움이 아닌 을의 희생을 다른 을이 바통을 이어받아서 오른다는 이야기는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쉽지 않은 소재, 누구도 만드려고 하지 않은 그러나 엄연한 한국 노동 환경을 누군가는 지적해줘야 하는데 이 용감한 일을 이태겸 감독이 했습니다. 이런 영화에 출연하려고도 자본가가 돈을 대주기 힘들텐데 유다인 그리고 오정세 및 출연한 배우들이 큰 힘을 준 느낌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영화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졌습니다. 혹시나 한전의 노동 문제를 담은 영화라고 하면 그건 오해입니다. 그랬다면 송전탑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겠죠. 이 영화의 영감을 준 사례는 KT입니다. 2010년대 초 장기 근무를 한 KT 사무직 중년 여직원에게 갑자기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현장 일을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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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나가라는 소리죠. KT가 민영화 되면서 돈의 논리에 따라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무직 여직원을 해고시키려고 하니 해고할 이유가 마득치 못하자 뒤뜰에 전봇대를 세운 후에 거기에 오르라고 합니다. 그렇게 명예퇴직을 거부한 중년 여직원은 전봇대를 오릅니다.  남편이 암 때문에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라서 나가면 사망 선고나 다름없기에 울면서 전봇대에 오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자본은 지시를 합니다. 이런 현실을 영화 <나는 나를 해고 하지 않는다>는 다소 투박하지만 힘 있게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세상은 나를 쓸모 없어지면 해고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수 많은 직장을 다니고 수많은 해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해고는 나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세상이 판정을 내림을 넘어서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엔진을 꺼버리는 행위입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투쟁과 노력을 합니다. 그럼에도 온갖 수법으로 유사 해고 행위를 합니다. 

정인은 높은 송전탑에서 다짐합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을 잡고 남은 힘을 다해서 자존감을 세웁니다. 다소 투박한 연출과 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영화 <카트>처럼 자주 보는 우리 주변의 노동자가 아닌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공감대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 인권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지루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부당 해고를 당해보고 해고를 당해보거나 정인과 막내처럼 버티고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보면 마음에 큰 파문이 생길 것입니다. 좋은 영화입니다. 용기 있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죽음보다 두려운 해고를 고발한 용기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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