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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놀라운 풍속화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본문

문화의 향기/미술작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놀라운 풍속화 최호철의 을지로 순환선

썬도그 2021. 1. 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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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5단계 말고 3단계로 올리자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지금 거리두기 2.5단계의 5인 이상 집합 금지는 기존 3단계의 10인 이상 집합 금지보다 강합니다. 물론 3단계를 하면 이유 종류 불문하고 사회 필수 시설만 운영해야 하기에 모든 자영업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기에 정부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자영업자도 아니고 사회 필수 시설도 아닌 관공서들은 다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전시, 공연장도 사회 필수 시설이 아닐까? 영화관은 문을 닫지 않았지만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행 중입니다. 이런 시국에 공연을 하는 곳도 많지 않죠. 

미술관들도 연 곳이 많습니다. 미술관은 왜 여냐고 하는데 생각해 보세요. 목욕탕이나 사우나 시설 같은 곳은 옷을 벗고 마스크도 벗어야 하는 곳이라서 아주 위험한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영업을 허용하는 이유는 집에 온수가 안 나오는 집이 많아서 위생을 위해서 영업 제한을 안 한다고 하죠. 그런 이유는 알겠지만 실제로 목욕탕, 사우나 집단 감연 사례는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미술관은 실내라고 해도 대화를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입구에서 발열체크, 방명록 작성, QR코드 체크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술관들은 2.5단계를 넘어서 3단계에서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단, 인원 제한은 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미술관이 사회 필수 시설입니다. 사람에게 상처 받은 걸 미술과 예술로 치유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제가 예술과 미술과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포털 뉴스 댓글 창에 사는 아픈 영혼들이 아닌 맑고 밝은 영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허해진 마음을 달래보고자 일단 나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갈 곳이 없습니다. 예쁜 카페 창가에서 혼자 커피 마시는 여유도 사라졌습니다. 카페도 그래요 혼자 온 1인 손님은 허용해 주었으면 해요. 미술관이나 사진갤러리에 가보려다가 혹시나 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검색해 봤습니다. 

예상대로 서울관, 덕수궁 관은 휴관이네요. 서울관은 지하에 있어서 환기가 좋지 못하는 점이 안 좋은 역할을 했나 봅니다. 그런데 과천관은 열었습니다. 마침 과천관에서 볼만한 전시회도 있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그냥 막 찾아가면 안 되고 예약을 해야 합니다. 인원 제한이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예약을 해야 합니다.

입구에서는 발열 체크 및 QR코드 확인까지 아주 철저하게 하네요. 

전시회는 꽤 많이 합니다. 공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다양한 전시회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볼만한 전시회는 <올림픽 이펙트 :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입니다. 한국이 제조강국이 되고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88 올림픽입니다. 88 올림픽은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디자인에 대한 큰 변화가 일어난 계기이기도 합니다. 

가성비로만 승부하던 한국 제품이 디자인이라는 부스터를 달게 된 첫 계기가 88올림픽입니다. 이 전시회와 함께 <시대를 보는 눈 : 한국근현대미술> 전시회도 좋습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2010년 경에 한창 불었던 팝아트 작품들도 있네요. 이 팝아트는 미국에서 60~70년대에 대 유행을 했다가 한국에서는 한 세대 후인 2010년 경에 엄청나게 인기를 끌다가 요즘은 또 잘 안 보입니다. 돌아보면 한국은 2010년 전후로 문화에 대한 관심이 참 많아졌습니다. 전국 지자체들이 문화재단을 만들고 예술가들의 레지던시인 예술공장을 만들고 있고요. 지금은 예전처럼 큰 인기도 없고 시민들도 관심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2015년 작품인 '꽃의 향연'입니다. 일상속 소품들을 오브제로 사용해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었네요. 10층 밥상 탑 같네요. 

복도에 있는 작품들을 쭉 둘러보다가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멈췄습니다. 이 작품은 얼핏 보면 만화 같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세밀화로 자세히 보면 모든 사람들이 표정이 살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최호철 작가의 을지로 순환선이라는 작품으로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니터로만 보다가 이런 작품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 했던 생각이 나네요. 몇 년 전에도 전시회를 할 정도로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입니다. 인기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그림과 달리 그림을 정밀하게 보게 하는 힘이 있고 무엇보다 만화체 그림이라서 친근합니다. 게다가 풍속화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박제한 듯한 뛰어난 시대를 그대로 담은 풍속화입니다. 

사진도 이런 사진들이 가끔 있지만 사진과 달리 그림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그림으로 그려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꼼꼼하게 자세히 봤습니다. 먼저 지하철 같은데 지상 구간을 지나는 걸로 보아서 2호선 같네요. 제목 자체가 을지로 순환선이니 2호선 맞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 우울합니다. 보는 저마저도 우울해 지려고 할 정도로 다 우울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우울한 우리들의 풍경을 담고자 한 것은 아닐 겁니다. 지하철에 계신다면 우리들 표정을 보세요. 기본 표정이 우울입니다. 

한국이라는 사회 특시 대도시인 서울과 인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스트레스를 주고받으면서 사는 것이 기본 태도인 듯합니다. 먼저 극심한 경쟁으로 삶을 유지합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나가야 더 돈을 받고 인정받기에 도덕성보다는 성과를 우선시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동료는 동료가 아닌 경쟁자입니다. 직장만 그런가요? 학교도 그렇죠.  이렇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노래 경연대회, 노래 대결 예능을 보면서 풉니다. 

한 마디로 도시 전체가 콜로세움 같아요. 경쟁을 부축이고 1등에게만 박수를 치는 도시 서울, 이러니 웃고 지낼 일이 많지 않죠. 여기에 장시간 노동과 1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에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집니다. 하루 일과 중 4시간을 이동 시간에 사용하면 그 삶이 건강할 리 없습니다. 매일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런 잿빛 얼굴을 덜 보기 위해서 창 밖을 봅니다. 창 밖을 좀인 해 보니 허름한 달동네가 보입니다. 요즘은 이런 곳이 거의 다 재개발이 되어서 산기슭을 따라서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낡은 주택, 불량 주택이 많아서 살기 편하지 않지만 그래도 웃음이 넘치던 시절이었습니다. 보시면 창 밖 달동네 풍경들은 온기가 넘치고 웃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확대해서 보면서 놀란 것은 한 사람 한 사람 표정이 생생하게 보입니다. 

엄청난 그림입니다. 너무 정밀해서 내 추억과 바로 결합을 하네요. 수도꼭지에 달린 짧은 호수 색이 파란색이 많았는데 그 파란색에 한 순간에 제 80년대 추억으로 안내하네요. 기와지붕을 보수하지 못해서 방수포로 덮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의자와 각목, 시멘트 블록으로 올려놓은 모습이나 농구공이 걸려 있는 모습 속에서 이 작가님이 세상을 제대로 담았구나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안은 도시화가 된 서울의 풍경이고 지하철 2호선 밖 풍경은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있었던 덜 도시화된 20년 전 서울의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보통 사진이나 그림을 길어봐야 2분 이상 안 보는데 반해 이 그림은 한 15분 정도 다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그렸을까요? 최호철 작가는 만화가이자 교수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교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를 예술의 수준까지 올려 놓았네요. 20세기 민화 같네요. 그런데 궁금해졌습니다. 이 '을지로 순환선' 속 그림은 어느 시점을 담았을까?

비디오라는 단어가 있을 걸 보면 요즘은 아닙니다. 비디오가 있던 시기는 80년대 중반부터 2천년대 중반 정도이고 이후는 VOD 서비스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되었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있는 113 광고가 있늘 걸 보니 대충 짐작이 갑니다. 

본체를 눕히고 그 위에 모니터를 올리고 CD롬이 있는 시기는 90년대 중반 이후 2천 년대 중후반까지 PC 형태인데 이 시기라면 김영삼 또는 김대중 정부 어디쯤 같네요. 

양복 입은 분이 혼자 떠드는 데 한 손에 성경을 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철 안에서 설교하면 바로 신고가 들어가서 잡혀갑니다. 그러나 한 20년 전에는 정말 지친다 지쳐라고 할 정도로 전도하는 교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20년 전에는 저런 분들이 개신교 이미지를 떨어트렸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뚝 떨어진 2020년이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창밖에는 붉은 띠를 두른 노조들이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왜 시위를 할 때마다 붉은 띠를 두를까요? 그 이미지는 한 세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네요. 

아! 찾았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네요. 레옹이 1994년 개봉을 했는데 레옹 포스터가 있습니다. 그럼 이 그림의 배경이 된 시기는 1994~1995년 전후로 보입니다. 

 문민정부에도 간첩은 숨어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그림 하나가 이렇게 오래 보게 만들고 내 추억이라는 소스가 뿌려진 맛 좋은 이야기를 길어낼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1년에 1작품씩 만화 풍속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록화로 이용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네요. 덕분에 1994년 그 시절로 돌아갔네요. 이 작품 제작은 2000년도입니다. 처음에는 2000년 풍경인가 했는데 이런 그림을 단 1년 만에 만들기 쉽지 않을 겁니다. 몇 년은 걸릴 듯하고 그래서 그림 속 풍경과 제작연도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최호철 작가는 민중미술을 그리던 분이기도 해서 사회비판적인 그림도 많이 그렸습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그린 '촛불대행진'이라는 그림도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풍속화입니다. 

마음에 온기가 돌았습니다. 좋은 예술 작품이 주는 온기는 참 길고 오래갑니다. 을지로순환선은 책으로도 나와 있네요. 언제 기회 되면 구매해봐야겠습니다. 

youtu.be/APFD1BLvP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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