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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미드나이트 스카이. 난 어떻게 멸망할까에 대한 깊은 물음을 던지다

by 썬도그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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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을 지날 때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은 이유는 이 터널이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 터널이 끝날지 모르고 터널 끝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코로나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게 터널 끝인지 터널 중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지구와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강한 존재인가 연약한 존재인가부터 우리는 정말 건강한 공동체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이나 국가나 위기에 본색이 드러난다고 하죠. 그런 면에서 이 코로나 위기에 한국 사회의 건강지수를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좀 우울합니다. 2020년 연말 우울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대책없이 웃기고 막 웃기고 무논리로 웃기고 비록 현타가 오지만 웃을 때만이라도 이 고통을 잊게 해주는 코미디 영화가 좋습니다. 그런데 코미디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은 하지만 고통을 가라 앉히는 치료제가 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슬픔은 더 큰 슬픔이나 결이 같은 슬픔을 통해서 치유가 됩니다. 

슬픈데 또 다른 누군가도 슬픈 모습을 보면 같이 어깨를 기대고 울다 보면 감정이 정화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작은 진리를 무시하고 슬픈 사람 앞에서 내 어깨에 기대라고 하지 않고 바깥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하고 햇빛 좀 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깊은 슬픔을 치유하는 건 같이 그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같이 바라보는 겁니다. 나도. 저 슬픔을 알어, 최소한 알 것 같아.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 그러면서 서로의 슬픔을 풀어내면서 서로의 어깨 한쪽을 내주면서 슬픔은 잦아들게 됩니다. 

지구 멸망 스토리를 담은 '미드나이트 스카이'

지구가 멸망했습니다. 영화 초반 떠나는 헬기를 보면서 이 위기를 피하러 지구인들이 어디로 떠나나 보다 했는데 그냥 멸망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하지 알아도 압니다. 아무도 대답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인 우주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 분)은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음이 약해진 분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어둡고 무거운 영화를 안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슬픔이 기쁨으로 치유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결이 같은 슬픔을 가진 이야기를 들을 용기가 있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 적극 추천합니다. 

지구 멸망 자체가 스포입니다. 보통 제가 영화 리뷰를 쓰면 이 부분은 스포라면서 글 중간에 붉은 글씨로 인지를 시켜줍니다. 그럼에도 초반에 스포를 하겠습니다. 이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지구 멸망이 이야기로 지구가 핑거스냅으로 기적같이 되살아나는 기적이 담기지 않습니다. 그냥 망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스포를 일부러 초반에 하는 이유는 이 영화를 주인공이 지구를 구하는 열쇠를 쥐고 열쇠를 돌리면서 지구가 다시 ON이 되는 그런 영화가 아님을 알고 봐야 오히려 이 영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개인은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담은 <미드나이트 스카이>

시대 배경은 2049년 2월로 근 미래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헬기를 타고 극지방을 떠납니다. 다. 그렇게 지구에 닥쳐온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헬기 부대가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지만 오거스틴 박사는 극지방 관측 기지와 함께 침몰할 생각으로 떠나지 않습니다. 오거스틴은 시한부 인생으로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렇게 3주가 지난 후 지구에서 남은 건 오거스틴 박사 뿐입니다. 떠난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지구 위기를 보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가망은 없습니다. 그렇게 홀로 남아서 찰흙 같은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지구의 상태만 체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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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뭉스러운 소녀 아이리스를 만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떠난 사람들은 사망했거나 최소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듯합니다. 생존한 사람이라곤 목성의 위성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탐사 우주선 밖에 없습니다. 

인류는 지구를 대신할 수 있는 이주할만한 행성을 찾이 위해서 목성 위성 탐사선을 보냈고 이 탐사선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목성의 위성은 지구 못지않게 살기 좋은 곳으로 지구인들이 집단 이주를 할만한 곳입니다. 이런 좋은 소식을 들고 돌아오고 있지만 이상하게 지구와 연락이 안 됩니다. 

오거스틴 박사는 이 탐사선과 연락을 시도하는 중 식당에서 불이 나서 비상 알람이 울립니다. 급하게 불을 끄고 한 숨을 돌리는데 천사 같은 아이가 눈을 멀뚱하게 뜨고 오거스틴 박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디서 온 아이인지 이름이 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에게 오거스틴은 아이리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렇게 망망대해에 떠 있는 난파선 위에 오거스틴 박사와 아이리스는 같이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유한한 삶의 마지막을 둘은 같이 지냅니다. 여기서 가장 궁금한 것이 이 아이의 정체이자 미래입니다. 박사가 죽은 후 이 어여쁜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런데 마침 목성 탐사선과 잠시 연락이 됩니다. 그러나 전파가 약해서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합니다. 지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목성 탐사선도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장시간 우주여행을 하면서 못 만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갑니다. 향수병에 갑작스러운 궤도 이탈로 인해 잘 알지 못하는 궤도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레이다와 안테나가 우주에 있는 물체들로 인해 망가집니다. 우주복을 입고 이걸 고치다가 또 다시 폭풍우 같은 우주 물체들로 인명 피해까지 납니다. 

나는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미드나이트 스카이>

오거스틴 박사는 목성 탐사선과 연락하기 위해서 장비를 챙겨서 기지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근처에 있는 기상관측소에서는 목성 탐사선과 연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아이리스와 함께 험난한 길을 떠납니다. 떠나면서 의문이 드는 것은 죽을 수도 있는데 꼭 가야만 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아이리스를 데리고요. 

이런 의문은 영화 후반에 자연스럽고 감동스럽게 풀어냅니다. 오거스틴 박사는 자신의 마지막 생을 어쩌면 마지막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이 목성 탐사선에 쏟아붓습니다.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오거스틴 박사 개인도 멸망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멸망의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냥 과거만 들여다보면서 한탄 속에서 멸망하는 삶이 있을 테고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구 멸망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내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암흑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던 오거스틴 박사는 하늘에 떠 있는 목성 탐사선에 마지막 희망을 겁니다. 그렇게 죽을 고비 끝에 찾아간 기상 관측소의 안테나를 이용해서 목성 탐사선 대원들과 통화를 하고 아주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오거스틴은 흐느껴 웁니다. 마지막 반전이 있어서 자세한 소개를 하지 않겠지만 오거스틴 박사의 흐느낌에 많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누구나 오거스틴 박사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더 큰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검고 우울한 하늘 위에 핀 꽃 한줄기의 희망

우리 인류도 언제까지 영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같이 살아서는 살아 생전 지구 멸망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기적인 마음이 기본 마음이 되면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을 파괴하는 바이러스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구가 노해서 바이러스를 통해서 지구인들의 행동을 멈추게 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멈춤의 시간 동안 지구의 마지막 경고를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공해, 플라스틱, 석유, 석탄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우리는 당장 이 상황만 벗어나길 바랍니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은 지구인들의 이기심으로 멸망해가는 지구를 보여주는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영화이자 찌들지 않은 우리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오거스틴 박사의 마지막 눈물에는 자신의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는 눈물도 있을 겁니다. 그 개인의 과거에 대한 후회는 크게 보면 지구인들의 눈물이기도 하겠죠.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조지 클루니가 주연 감독을 한 영화인데 그의 이전 영화들처럼 박력 넘치고 스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잔잔한 영화라서 지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력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보고 있으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지만 하늘의 별을 따다 놓은 것 같은 아역 배우 '카올린 스피링올'이 지루함을 달래줍니다. 정말 예쁜 아이입니다. 

올해로 7살인 이 꼬마 아가씨가 지루한 구간 등대처럼 환하게 빛을 내면서 전진하게 하네요.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지구 멸망과 개인의 멸망을 동일선상에 놓고 하늘에 떠 있는 다음 세대를 바라보게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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