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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영화, 가요는 어떻게 세계를 주름 잡았을까?

썬도그 2020. 12. 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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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국 드라마 맞나? 아닌데?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연예이고 한 치 앞이 예상되는 스토리라서 기대가 전혀 안 되는 스토리지만 얼굴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선남선녀의 잘생긴 배우들 보려고 보는 드라마인데 언제 미드나 영드 수준까지 올라갔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의 드라마를 딱 하나 꼽으라면 전 주저없이 바로 tvN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꼽을 겁니다. 이 드라마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놀라운 창작물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시 한국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보다는 기존의 것을 섞고 비비고 비트는 2차 창작물 강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소리도 기존의 이야기를 베꼈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기존의 유명한 이야기를 참고해서 최상의 이야기를 뽑아낸 드라마였습니다. 마치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원조국은 아니지만 현재는 가장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처럼요. 

tvN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였습니다. 먼저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기승전연예라는 공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연예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핵심 주제는 가족이었습니다. 결핍이 있는 2개의 가정이 서로의 결핍을 보충해주면서 완벽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수시로 웃고 울었습니다. 각본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미드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멱살을 잡고 흔들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렙에 가까운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 그리고 이 연기와 스토리를 잘 엮고 다듬고 포장하는 촬영, 음악, 연출 모두가 완벽했습니다. 

tvN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면서 이래서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는구나라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tvN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 유통망을 타고 한국 1위, 홍콩 1위, 인도 4위, 일본 4위, 말레이시아 1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1위, 나이지리아 2위 등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드라마뿐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이태원 클라쓰'와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면서 한류 드라마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험한 작가가 '사랑의 불시착'을 봤다고 트위터에 고백하면서 논란이 될 정도였습니다. 무엇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어디 한국 드라마만 인기입니까? 기생충을 대표로 하는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 및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BTS가 올해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어 가사 및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 모두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라고 할 정도로 한국 문화 정확하게는 대중 문화가 널리 멀리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을 싫어하는 대만과 일본은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한국 문화 인기를 분석하는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를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펼쳐 보겠습니다. 

미국 문화를 마음껏 섭취한 한국의 60~70년대 생이라는 씨앗

한국은 제조 강국입니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화학, 배터리, 디스플레이, 가전 등등 다양한 것을 잘 만듭니다. 이 산업들의 공통점은 기술 산업입니다. 자원이 빈약한 나라라서 기술 산업에 목숨 걸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일본과 미국의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벤치마킹해서 고속 성장을 합니다. 현재는 반도체, 조선, 배터리, 디스플레이 및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톱클래스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화는 공산품이 아니지만 한국 문화의 발전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먼저 미국 문화를 마음껏 섭취하기 시작한 시기가 1970~80년대였습니다. 이전에는 미국 문화라는 것이 미군 기지에서 흘러나오는 문화가 대부분이었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문화나 유행이 한국까지 도달하는데 몇 년이 걸리기도 했고 도착해도 한국에 잘 융화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해도 한국 고유의 문화 색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70년대 포크 음악을 시작으로 80년대 마이클 잭슨, 마돈나로 대표되는 미국 팝송 문화가 동시간 대에 소개되기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빌보드 1위 차지하는 노래를 같은 주 팝송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고 거의 동시에 앨범이 발매되어서 같은 시간에 마이클 잭슨 노래를 미국과 한국에서 들었습니다. 

이 80년대 미국 팝송을 섭취하던 세대가 현재의 60~70년대 생으로 현재 40~60대 분들입니다. 한국의 허리이자 기성세대이자 한국을 이끄는 세대들입니다. 80년대는 이념의 시대였습니다. 매일 같이 도심에서는 시위를 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조아라는 지금은 프랑스 빵 이름 같은 단어를 외치는 이념으로 뭉친 20대 대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이념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미국 문화에 대한 섭취도 빨랐습니다. 

미국의 뛰어난 작곡, 편곡, 사운드 엔지니어링으로 무장한 미국 팝송을 바로 바로 섭취하고 이걸 따라 하면서 미국 팝 문화를 꿀꺽꿀꺽 삼켜서 한국화 합니다. 이 미국 팝송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화 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시티팝의 김현철, 신서사이즈 음악의 신해철, 락 음악의 부활과 들국화를 넘어서 흑인 문화인 랩과 힙합을 적극적으로 한국에 알린 서태지와 듀스 이후 한국 가요 수준은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8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은 팝송만 틀어주는 FM 라디오가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김광한과 2시의 데이트 김기덕을 넘어서 저녁에는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팝만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많았다가 서서히 가요만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늘어갑니다. 지금은 팝만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요는 90년대 중후반 한국 라디오 시장을 점령합니다. 이는 대중들이 팝보다는 가요만 즐겨 듣기 시작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영화 쪽도 비슷합니다. 독일, 프랑스 문화원에서 한글 자막도 없는 외국 영화를 줄기차게 보고 영화에 미친 영화광들이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대표적인 씨네 키드들이 박찬욱, 봉준호입니다. 다양한 외국 영화들을 마음껏 본 영화 감독들이 자신만의 이야기인 개성 넘치는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말 2천 년대 초입니다. 드라마도 비슷합니다. 90년대 초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라는 최신실, 최수종 주연의 '진실'을 시작으로 미드 못지않은 뛰어난 연기와 연출 그리고 신세대 트렌드를 사로잡은 드라마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문화는 폭발적인 질적 성장을 합니다. 이 성장의 영향에는 문화 강국인 일본과 미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섭취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권의 문화 정책

youtu.be/JufBX7zRJ64

무엇이든 가지기 어렵고 구하기 어려우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한국 문화 암흑기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모두 사회 비판을 조금이라도 담으면 제작 허가 자체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중학교 시절 등굣길에 곳곳에 새로 생긴 게시판과 담벼락에 야릇한 표정을 한 여 주인공이 가득 담인 3류 에로 영화들이 가득했습니다. 3S 우민화 정책을 펼친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사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끄기 위해서 프로 스포츠와 에로 영화를 적극 장려했습니다.  당시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80년대 중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야구 만화인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는데 공포라는 단어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면서 공포를 빼라는 정부의 지시에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라고 나왔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가수들의 앨범마다 건전가요를 1곡씩 넣어야 했습니다. 검열 시대였습니다. 지금의 중국 영화가 재미가 없는 이유가 너무 심한 검열 및 국뽕 영화를 장려하기 때문이죠. 이런 강력한 제약과 검열에서 무슨 좋은 영화가 좋은 드라마와 노래가 나오겠습니까? 80년대 노래들을 보면 온통 노래 가사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숨이 막힙니다. 생각해 보세요. 앨범에 10곡 정도의 노래가 들어가는데 모든 곡의 가사가 사랑을 소재 및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획일화된 통제 사회에서 무슨 좋은 문화가 나오겠어요. 그나마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비판적인 영화와 사회비판적인 가사가 담긴 운동권 노래가 나오면서 숨통이 틔웠고 김영삼 문민정부에서는 좀 더 느슨해졌습니다. 

이런 억압 사회에서 창작에 대한 에너지는 응축되었다가 한국에서 첫 정권 교체가 일어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해빙 같은 문화 정책을 펼칩니다.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 정책을 통해서 많은 억압된 표현의 장벽을 허뭅니다.

김대중 정권의 문화정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안 가지만 김대중 정권 이전에는 일본 문화가 수입 금지되었습니다. 드라마, 영화는 물론 음악도 왜색이라면서 수입 금지를 했습니다. 일제에 대한 앙금과 함께 일본 문화를 막지 않으면 한국 문화가 일본 문화로 물들까 봐서 강제로 막은 듯합니다. 

그럼에도 만화 영화는 한국 성우가 더빙을 하고 저녁마다 방영을 했고 90년대 초에는 일본 만화들이 만화잡지에 연재를 하면서 일본 문화 열풍이 한 때 불었습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에서 일본 영화 수입을 허가했고 해적판 비디오로만 돌려 보던 영화 '러브레터'를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이때부터 제가 일본 드라마 영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한국 드라마들은 박력이 넘치는데 반해 일본 드라마는 섬세하고 작은 떨림을 잘 담는 세밀함이 뛰어났습니다. 아쉽게도 이 '러브레터'를 뛰어넘는 일본 영화는 이후에 나오지 않고 있네요. 

이렇게 전 세계 영화들을 섭취한 젊은 영화감독들이 독립영화를 발판 삼고 한국 영화 아카데미에서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한국 영화를 쏟아냅니다. 돌아보면 한국 영화 제2의 전성기는 2020년이 아닌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엄청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배경에는 차승재라는 뛰어난 영화 제작자가 있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영화 제작이 허락되지 않는 영화들이 차승재 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와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드라마들도 한 단계 발전을 합니다. 트렌디 드라마, 시트콤과 함께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배우들이 흥미로운 드라마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2002년 개봉한 '겨울연가'로 일본에서 첫 한류 열풍을 일으킵니다. 지금 봐도 이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가장 놀랬던 것은 영화 촬영 및 연출이 너무 세련되었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맞나 할 정도로 영상 퀄리티 및 스토리가 일드 못지않게 좋았습니다. 

눈이 부시게 발전한 한국 드라마, 영화, K팝의 퀄리티

한국 영화는 방화라서 괄시받던 80년대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영화 관람료는 2000원으로 외화보다 500원이 더 저렴했습니다. 아예 같은 레벨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는 각종 CG에 특수 효과에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드는데 반해 한국 영화는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저렴한 돈으로 저렴한 특수효과와 조악한 CG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영화는 2천 년대 초반부터 할리우드 못지않은 영화 표현력을 갖추게 됩니다. CG나 특수 효과 및 다양한 표현력이 할리우드와 비슷할 정도로 뽑아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네요. 한국 첫 블럭버스터 영화라고 하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에서 할리우드에서 총기를 수입해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고 뉴스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도 점점 제작비가 올라가고 다양한 특수 효과 및 뛰어난 촬영술이 접목됩니다. 가요는 이미 한국 사람들을 홀딱 홀릴 정도로 팝송을 빠르게 밀어내 버립니다. 팝송이나 가요나 그 퀄리티 차이가 없고 이왕이면 가사가 잘 들리는 가요를 더 선호하게 되어서 라디오에서도 신청곡 태반이 가요였습니다. 

한국 문화 콘텐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대규모 자본과 까칠한 대중과 정부

한국 문화 콘텐츠가 발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본입니다. CJ와 롯데 같은 대기업들이 영화 제작, 배급, 상영까지 도맡아 하는 수직화가 문제가 되고 있고 그 폐해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지만 이 두 대기업이 영화 제작에 큰 자본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영화 때깔이 달라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뛰어난 CG와 거대한 영화 세트에서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이런 대기업이 영화 산업에 뛰어들게 하고 투자비를 회수하게 한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한국 관객들입니다. 한국인들은 1년에 영화 4편을 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입니다. 1년에 2억 5천 명의 영화 관람객이 들 정도이고 이 많은 관객들이 낸 관람료로 인해 다양하고 뛰어나고 표현력이 뛰어난 영화들이 만들어집니다. 영화 제작 환경이 좋아지다 보니 영화 스토리에 대한 투자도 많아지고 좋은 스토리 작가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이 스토리 작가에 돈이 몰리자 기승전연예라는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을 벗어난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나 한국의 시청자와 영화 관객의 훈풍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고퀄의 드라마나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 애니가 전 세계를 석권한 이유는 일본 애니를 꾸준히 소비하는 일본 애니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에서 인기 있는 이유도 한국 관객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특히 무조건 손뼉 치는 관객이 아닌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비판하고 비난을 하는 까칠하고 까다로운 한국 관람객들의 매서운 평가가 좀 더 수준 높은 드라마와 영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 바로 배우와 스텝들입니다. 한국 배우들의 역량은 전 세계가 인정할 정도입니다. 특히 조연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를 본 외국 관객들은 한국은 드라마나 영화나 조연 배우들까지도 연기를 잘한다고 극찬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조연 배우들 대부분이 연극배우 출신인 점은 한국 콘텐츠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영상과 음악과 연출이 미드 못지않게 뛰어난 점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큰 인기에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저도 요즘 한국 드라마보다 보면 미드 못지않은 퀄리티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임기응변과 응용력입니다. 외국 드라마 대부분은 사전 제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실시간 방송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 방영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매주 2편씩 드라마를 만듭니다. 이러다 보니 생방송 드라마라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로 잠도 안 자고 드라마를 만들다 드라마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작가들의 쪽대본을 보고 연기했다는 연기자들의 인터뷰는 영웅담처럼 들릴 정도였습니다. 

이에 미국처럼 사전제작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리가 들렸고 실제로 몇몇 드라마는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이 너무 낮아서 사전제작 제도도 정착되지 못합니다. 이에 한국은 16부작 드라마 중 8편을 미리 만들고 나머지 8편을 방영하면서 만드는 반사전제작이 정착되었습니다. 왜 반사전제작을 할까요? 사전제작이라는 것이 미리 만들어서 퀄리티가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지만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생방송 같은 제작 환경은 드라마 방영 중에 시청자들의 각종 반응을 청취해서 작가가 시청장의 피드백을 바로 드라마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현 시국 사건을 슬쩍 넣거나 반응 안 좋은 캐릭터를 없애거나 사이드킥 캐릭터가 갑자기 주연급으로 비중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방송 제작의 문제점이 있기에 반은 미리 만들어 놓고 방영을 하면서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서 후반에 반영을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반사전제작은 생방송 제작과 사전제작의 장점을 흡수하는 독특한 제작 시스템이 됩니다. 한국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해결하는 임기응변과 융통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정리하자면 한국 드라마, 영화, K팝의 인기는 80년대부터 해외 문화 특히 미국 문화를 마음껏 섭취한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키우기 시작했고 김대중 정권 시절 문화 융성 정책을 발판으로 양과 질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리고 까칠하지만 열정적으로 후원을 하는 한국 관객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한류 콘텐츠가 해외에서 성공할리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중 인기 얻은 가수, 드라마, 영화가 성공하는 것이죠. 

한류 열풍 뒤의 어두움 

한류 드라마, 영화, K팝 인기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먼저 한국 영화입니다. 전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정점이지 이걸 발판으로 더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봉준호 감독 이후의 봉준호 급 감독이 없습니다. 있다면 나홍진 감독 정도만 보이고 눈에 띄는 개성 넘치는 감독들이 잘 안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이창동 감독, 김기덕 감독 이후의 한국을 대표하고 개성 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CJ와 롯데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영화관 시설 퀄리티를 올려줬지만 개성 넘치는 감독을 키우기보다는 관객이 잘 드는 기획 영화 제작을 선도하고 자신들의 말을 잘 따르는 감독들을 골라서 영화를 만듭니다. 이러다 보니 재미는 있지만 개성이 없는 붕어빵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그게 봉준호이기 때문이지 한국 영화의 거대한 성과라고 말하긴 좀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예전보다 제작 환경이 좋아져서 좀 더 퀄리티 높은 영화들이 만들어질 환경이 생겼고 김대중 정부처럼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라는 문화 대통령이 새로 등장해서 한국의 감독과 스텝들이 CJ 같은 대기업의 간섭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한류 드라마, 한국 영화의 인기 이유 이면에는 이상하게도 대만, 일본 같은 주변국이 변변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대만은 '하나 그리고 둘' 같은 뛰어난 영화를 만들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영화는 송운화 왕대륙이 주연을 하는 청춘 로맨스물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그 스타일이 딱 2천 년대 초반의 한국 청춘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치하고 뻔한 설정이 오글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좋은 영화들도 꽤 많은데 문제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청춘 로맨스물만 많이 보이네요. 일본은 더 심각합니다. 요즘 일드 보신 분 있나요? 일본 영화 보신 적 있나요? 일본은 스토리텔링 강국인데 요즘은 일본 드라마나 영화 자체가 국내에 소개도 되지 않지만 드라마와 영화들이 예전만큼의 재미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여주인공이 일본 정부를 고발하는 열혈 기자로 나오는데 이 역할을 할 일본 배우를 찾지 못해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신은경이 연기를 한 자체가 일본이 얼마나 소재가 제약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부 비판 영화를 안 만드는 일본, 반면 한국은 각종 소재의 영화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소재 제약과 알아서 기는 손탁 문화가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재미는 꽤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 같이 글로벌 레벨의 드라마 강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이태원 클래스' 같은 한류 드라마는 동아시아에서만 넷플릭스 1등을 했지, 미국과 유럽에서는 큰 인기가 없습니다. 이는 인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물론 동양인이 주연을 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익숙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재미를 준다면 백인과 흑인이 주연을 하는 미국, 영국 드라마가 그들에게는 더 쉽게 손이 갈 겁니다. 

또한 이 한류라는 것이 우리 스스로 퍼지게 한 것이 아닌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적인 유통경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 이 2개의 플랫폼이 없었다면 2010년 전후처럼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인기 있는 문화로 남았을 것입니다. 

문화는 흐르기에 한류 인기는 떨어졌다 올랐다 할 것이다. 

문화는 흐름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받고 그걸 발전시켜서 돌려주는 공진화를 합니다. 따라서 어떤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일방적으로 전해지기만 하지 않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문화 강국의 문화가 전달되기만 하지만 그 문화를 머금은 나라들이 서서히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서 성장하게 됩니다. 한국이 그랬듯이요. 따라서 지금의 한류 인기는 10년 후에는 좀 약해질지도 모릅니다. 문화는 흐름입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흘러가는 문화들이 메아리가 되어서 언젠가는 돌아올 것입니다. 물론, 한국 문화에 영향을 받아서 한국 이상의 문화 강국이 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정부의 지원, 열정적인 관객, 소재 제한이 없는 사회 분위기, 뛰어난 연기자 스텝 감독과 제작 시스템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은 위에서 말한 정부 지원, 열정적인 관객, 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추락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 하고 만들고 있어서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은 새로운 자본이 들어와 성장할 기회와 판로가 더 넓어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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