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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코로나 시대에 제목만 빛났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by 썬도그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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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5단계 연장 여부가 주목되는 주말입니다. 직장 다니는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 2.5단계로 인해 전국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노래방, PC방은 아예 영업을 못합니다. 그런데 대형 노래방,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처럼 잠시 쉬고 월급 안 나오는 정도면 1~2달 견딜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임대료입니다. 한 달에 수백, 수천만 원이 임대료로 나갑니다. 착한 임대료 운동? 은행에 이자 값을 일이 없는 오래된 건물주 중에 마음씨 좋은 건물주는 임대료를 잠시 안 받거나 할인해 주지만 대출받아서 건물 산 분들은 매달 나가는 은행 이자 때문에 안 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전기요금, 통신요금, 건물 관리비 등등 고정 비용도 나갑니다. 

2주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실제로 번화가를 가보면 문 닫은 상점이 꽤 많습니다. 심지어 30년 넘게 운영하던 안경집도 문을 닫는 모습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영화 이야기는 아니고 왜 코로나19와 자영업자 이야기냐고요?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와 경제는 뗄 수 없습니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서로 달라붙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도시 같이 슬리퍼 끌고 나가서 각종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는 컴팩트 시티가 늘어가다 보니 임대료가 아주 높고 부동산 가격이 높습니다. 서울이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이유가 뭐겠어요? 온갖 편의 시설을 지하철 타고 차 몰고 다 해결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까 몰리죠. 

그러나 코로나19는 떨어지라고 합니다. 떨어지고 혼자 있는 삶을 요구합니다. 혼자 지내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활동을 줄이자 경제는 파괴되고 있고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잡다가 경제 잡겠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인간이 경제활동 및 활동을 멈추자 지구는 맑은 공기가 돌아오고 물고기와 새가 야생동물이 돌아왔습니다. 이 모습에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구에게 있어 인간이 바이러스이구나. 지구가 아니 정확하게는 인간이 멈추자 지구는 뛰어난 복원력으로 생태계를 복원했습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찾아온 외계인 이야기를 담은 <지구가 멈추는 날>

지구를 감시하고 있던 외계 문명이 갑자기 지구를 방문합니다. 지구인들은 느닷없는 방문에 겁을 먹습니다. 거대한 구슬 같은 것을 타고 온 외계인인 지구인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계인을 우주 미생물을 연구하는 헬렌 벤슨 박사(제니퍼 코넬리 분) 이 손을 내밀지만 누가 쐈는지 모를 총성이 울리고 외계인이 쓰러집니다. 이에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고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찰나 외계인 클라투는 외계어로 로봇의 작동을 멈추게 합니다.

그렇게 외계인 클라투는 지구인 의사의 수술로 살아납니다. 인간의 형상으로 한 외계인 클라투는 국방장관(케시 베이츠 분)과 대화를 합니다. 왜 왔냐. 무슨 목적으로 왔냐 등등 묻자 클라투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왔다는 평화가 담긴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 다음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지구를 살리러 온 것이지 인간을 살리려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는 말을 합니다. 

이 시선은 우리가 코로나 사태와 최근 이상 기후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점점 느낄 수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본은 기후 변화 때문인지 비가 너무 자주 많이 내리고 있다는 말에 기후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국 관객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여름 2달 가까이 그리고 어제도 오늘도 비가 내리는 날씨를 보면서 비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가 지구를 죽이고 있습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고 지구는 멸망의 길 아니 정확하게는 인류 멸명의 단계 또는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을 상영했다면 큰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개연성이 가장 떨어지는 졸작이네요. 

스토리 자체는 창작 스토리가 아닌 1951년 개봉한 동명의 흑백 영화가 원작이라서 스토리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걸 각색을 엉망으로 해놓았네요. 인간 모습을 한 클라투(키아누 리부스 분)는 인류의 대빵인 지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방장관이 만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에 클라투는 원랙의 계획대로 지구 상의 생명체를 구에 넣습니다. 지구의 생명체들을 방주에 싣고 인류 및 인류 문명을 멸살시킬 계획입니다. 이런 계획을 알게 된 헬렌 벤슨 박사는 클라투를 설득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과정도 이 영화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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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투는 전자 기기를 조정해서 병원에서 탈출합니다. 탈출 후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줬던 헬렌 박사를 만납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헬렌 박사는 이 낯선 외계인의 드라이버가 되어서 클라투가 가라는 대로 운전을 해줍니다. 너무 맹목적입니다. 무슨 거래도 없습니다. 그냥 운전을 해서 클라투를 극진하게 모십니다. 

반면 헬렌 박사의 의붓 아들인 제이콥 벤슨(제이든 스미스 분)은 화가 참 많은 아이입니다. 이 캐릭터는 싹 도려내야 할 정도로 극강의 민폐 캐릭터입니다. 공병대 군인인 아버지를 잃고 계모인 헬렌과 삽니다. 제이콥은 항상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이 제이콥은 클라투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엄마 몰래 정부에 전화를 해서 클라투를 죽일 뻔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도망가던 클라투, 제이콥, 헬렌 박사 중에 헬렌 박사만 납치인지 구조인지 데리고 갑니다. 클라투를 신고한 제이콥, 클라투가 다가오자 혼자 도망치다가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걸 클라투가 잡아줍니다.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건지 제이콥은 클라투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알게 되자 자신의 아버지 무덤에 가서는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합니다. 탈룰라급 급전환에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징징거리고 외계인 팔아 먹고 정말 보다가 뒤통수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캐릭터는 하는 일도 없고 역할도 없고 짜증만 유발합니다. 이런 민폐 캐릭터를 왜 넣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외계인인 클라투의 행동도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폭격을 해도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소용없자 읍소 전략으로 바꿉니다. 헬렌 박사가 친하니 한 번 설득해 보라고 보냅니다. 헬렌 박사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읍소를 합니다. 구체적으로 뭘 바뀌겠다는 말도 없습니다. 전 세계 정치인들을 모아 놓고 외계인이 왔는데 지구가 죽어가고 있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인간을 제거하려고 왔다. 단, 인간 너희들이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화석 연료 덜 쓰고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면 살려주겠다 식으로 가면 그나마 고개라도 끄덕일 텐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습니다. 

헬렌 박사가 밑도 끝도 없이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클라투는 5초 고민하더니 알았다면서 미세먼지 같은 미세 로봇들의 작동을 멈춥니다. 결말까지 다 말씀 드리는 이유는 이 영화 안 보는 게 낫습니다. 정말 황당한 스토리 진행이 할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주인공들의 행동에 이유도 개연성도 없고 어떤 메시지 전달도 없습니다. 그나마 지루하지 않은 건 뛰어난 CG와 두 주인공의 잘 생김 때문에 꾸역꾸역 봤네요. 로봇 같이 차가운 표정의 '키아누 리부스'와 절세미인이자 눈이 참 아름다운 '제니퍼 코넬리'의 아름다움을 가득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가 엉망이네요.

또 하나 볼만한 것은 로봇입니다. 원작 영화에서는 인간 보다 조금 더 큰 로봇이지만 2008년 개봉한 영화 <지구가 멈춘 날>은 15m 정도가 되는 거대 로봇입니다. 헬멧을 쓰고 눈에서 레이버 빔이 나가는 이 로봇은 나중에 미세 곤충 로봇으로 변하더니 사람과 자동차 건물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공포스러운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재난 영화라고 하기엔 겁을 먹고 도망치는 사람의 모습이 거의 없습니다. 

거대한 구와 거대한 로봇만 볼만하고 이렇다할 액션도 없고 스토리는 엉망에 민폐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엉망인 영화네요. 뭐 개봉 당시에도 졸작이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실체를 보니 진짜 엉망진창이네요. 그 흔한 스토리 진행 방식인 이성만 남고 감성이 없는 외계인에게 인간의 뛰어난 감성으로 얼음장 같은 AI와 외계인을 감동시킨다는 스토리도 없습니다. 

그냥 뭐가 없습니다. 다 보고 나면 어이도 없어집니다. 뭐하러 왔는지도 모르는 외계인이 여주인공이 기회를 달라고 하는 말에 넵! 하고 떠납니다. 그나저나 왜 '지구가 멈춘 날'이지 했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자동차가 멈추고 배가 멈추고 인류의 모든 활동이 멈춥니다. 마치 코로나 19로 지구가 멈춘 것처럼요. 

참 영화 못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인 내러티브가 없다고 할 정도로 외계인이 지구 살리기 위해서 왔다가 장광설이라도 떠들어서 인류에게 니들 이렇게 살면 지구 폭망하고 인류도 폭망 하니까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소고기 덜 먹고 화석 연료 덜 쓰고 플라스틱 덜 써서 지구 좀 지켜라라고 했으면 좋으련만 조용히 왔다가 한 지구인 여자의 애원에 갑자기 알겠다면서 떠나는 영화입니다. 

감독은 스콧 데릭슨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연출하네요. 암울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얼빠진 외계인이 지구 왔다가 얼척 없이 지구를 떠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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