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캐놀이라고 해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러나 이분은 부캐보다는 다재다능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는 동화작가로 알려졌지만 사진가이자 대학교 수학, 논리학 교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진은 무척 뛰어난 사진을 촬영해서 최근에 촬영한 사진이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은 고전 명작 동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동화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루이스 캐롤은 필명이고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입니다. 도지슨은 여러가지 직업이 있습니다. 작가는 부업이고 본업은 대학교 교수입니다. 사진 작업도 했지만 사진은 취미로 했지만 그 결과물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사진가 또는 사진작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진 역사책이나 유명한 사진가를 소개하는 책을 찾아보면 거의 소개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라고 하기엔 소재 위주이고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과 특정 모델만 많이 촬영한 점과 함께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말더듬이 염세가였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영국 체셔의 데어스베리에서 1832년 1월 27일 사제의 장남으로 태어납니다. 1851년 수학, 신학, 문학을 옥스퍼드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에서 공부하고 1854년 졸업합니다. 졸업한 후 바로 사제가 되려고 준비하던 중에 1855년 칼로 타입 방식의 사진을 알게 되고 사진에 관심을 가집니다.
도지슨은 1856년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수학과 교수가 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볼거리를 앓은 후에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고 가족력인 말 더듬이 증상이 있어서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지 않았고 학생들도 지루한 교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모든 것을 기록할 정도로 꼼꼼하고 관찰력이 좋았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산 도지슨은 사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삶 자체가 경건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습니다.
도지슨의 부캐 '루이스 캐롤'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실제 모델인 앨리스 리델
도지슨은 수학과 교수이지만 동시에 시와 소설을 포함해서 많은 문학 작품을 쓴 작가입니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작가로 알려져 있죠. 도지슨은 작가로 활동할 때는 필명인 '루이스 캐롤'로 활동합니다. 이 이름은 출판 편집자가 보내 준 4개의 이름에서 고른 이름입니다. (이하 루이스 캐롤로 표기)
루이스 캐롤이 쓴 가장 유명한 책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작인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한 소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이 어린 소녀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앨리스 리델'입니다.
1855년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루이스 캐롤은 1856년 3월 런던에서 카메라를 구매합니다. 새로운 카메라는 칼로 타입보다 조금 더 진화한 습식 콜로디온 방식의 카메라였습니다. 상당히 다루기 어려원 카메라와 인화술이었지만 꼼꼼하고 신중함으로 습식 콜로디온 방식의 사진을 능숙하게 뽑아냅니다.
1856년 4월 25일 루이스 캐롤은 교회 대성당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학장인 '헨리 조지 리델'이 3명의 어린 딸과 함께 루이스의 작업을 지켜봅니다. 루이스는 이 3명의 아름다운 피사체를 보고 사진을 그만두기까지 이 아이들을 주로 촬영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름은 에디스와 로리나 그리고 막내 앨리스였습니다.
루이스 캐롤은 학장과 학장의 3명의 어린 딸과 함께 뱃놀이를 하면서 친해집니다. 특히 앨리스가 루이스 캐롤을 잘 따랐습니다. 앨리스는 루이스에게 책을 써볼 것을 권유했고 1862년 세 소녀에게 자신이 구상한 동화책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앨리스는 루이스에게 전체 이야기를 달라고 부탁을 했고 1864년 드디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고를 앨리스에게 주려고 했지만 1863년 7월 29일 학장 리델 집안과 루이스 캐럴은 의절을 합니다. 누구보다 축하해줬을 앨리스였지만 책이 나올 당시 루이스 캐롤과 앨리스 집안 사이에 갈라서게 됩니다. 그럼에도 루이스 캐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고를 앨리스에게 줍니다.
뛰어난 어린이 사진가이자 연출 사진가였던 '루이스 캐롤'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나 뛰어난 연출 사진에 놀랐습니다. 지금도 이런 콘셉트의 사진을 촬영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지 소녀인 줄 알았는데 거지 소녀는 아니고 거지 분장을 한 소녀였습니다. 그리고 이 촬영 연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858년으로 막 카메라와 사진이 세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입니다.
지금이야 모델에게 포즈를 요구하고 연사로 촬영하거나 짧은 시간에 촬영하지만 이 당시 카메라와 사진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약 40초 동안 같은 포즈로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주 뛰어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이 사진을 촬영한 사진가가 루이스 캐롤이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가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이 꼬마 소녀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책 주인공과 이름이 동일하고 영감을 주고 창작 열정을 불어넣은 뮤즈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입니다.
루이스 캐럴은 리델 학장의 3명의 딸과 함께 3세에서 16세 사이의 소녀들을 주로 촬영했습니다. 사진들은 모두 뛰어난 연출 사진들로 가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증명사진 같은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고 차렷 자세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루이스 캐럴은 뛰어난 포즈 연출과 함께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는 시선 처리를 통해서 지금 봐도 세련된 연출 사진을 담습니다.
루이스 캐럴 사진을 본 유명한 사진가인 브라사이는 19세기 최고의 어린이 사진작가로 추켜세웠고 빌 브란트라는 유명 사진작가도 타고난 어린이 사진가라고 칭송합니다.
그러나 20살이 된 앨리스 리델을 촬영한 사람은 루이스 캐럴이 아닌 다른 사진작가가 촬영합니다. 이 사이에 루이스 캐럴과 리델 학장 가족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합니다. 평소에 꼼꼼한 기록을 하던 루이스 캐럴은 다이어리에 이 모든 것을 적었지만 캐럴의 후손들이 이 중요한 부분을 찢어 버립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1996년 루이스 캐롤 후손들의 가족 기록물에서 2장의 찢어진 다이어리 페이지 내용을 요약한 페이지가 발견됩니다. 여기에는 로리나 리델과 루이스 캐롤 사이의 불편한 소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루이스 캐롤은 뛰어난 어린이 사진가였지만 안 좋은 소문이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캐럴은 100명이 넘는 3세에서 16세 사이의 소녀들을 주로 촬영했고 촬영한 사진들이 뛰어난 연출 사진을 넘어서 세미 누드와 누드 사진도 꽤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루이스 캐롤은 어린 소녀들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이런 의문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문만 있었지 직접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이 사진이 촬영되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어린 소녀들의 세미 누드나 누드 사진은 흔한 사진이어서 우표나 엽서에 담기도 했습니다. 세상일들이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요.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버스에서 담배 피우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아저씨가 버스에서 담배를 피자 주변 사람들이 창문을 열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마찬가지로 당시는 별 의식 없이 행했던 것이 지금 잣대로 보면 성추행이다 몰상식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맥락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루이스 캐롤에게 있어 앨리스는 이웃집의 귀여운 아이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였을 겁니다.
리델 가족과는 의절한 루이스 캐럴이지만 앨리스와는 간간히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1880년 앨리스 리델이 아마추어 크리켓 선수와 결혼하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앨리스 리델은 3명의 아들을 낳고 2명은 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합니다. 1928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세금 납부를 하기 위해 루이스가 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고를 경매에 올려서 팔아 버립니다.
1898년 루이스 캐롤이 사망한 후 캐롤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32년에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앨리스 리델을 초청합니다. 컬럼비아 대학은 앨리스 리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2년 후 앨리스 리델은 사망합니다.
몇몇 전기 작가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제 모델은 앨리스 리델이 아닌 언니인 에디나 리델이라는 소리를 합니다만 외모가 아닌 앨리스 리델의 앨리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앨리스가 동화책을 쓰라고 권유하고 영감을 준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루이스 캐롤은 유리판에 감광액을 묻혀서 촬영하는 습식 콜로디온 대신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해진 롤 필름이 발명하자 사진찍기 너무 쉽다면서 카메라를 내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