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신기하게도 신발 상자에 사진이나 필름이나 각종 잡동사니들을 많이 넣어서 보관합니다. 지금은 다양한 수납함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물건이 풍족하지도 다양하지도 못했던 1~2세대 전에는 기존 물건을 재활용을 많이 했습니다.
딸인 Joan Ruppert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오래전에 어머니는 Joan Ruppert에게 아버지가 젊은 시절 촬영한 사진이라면서 필름이 가득 든 신발 상자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Joan Ruppert는 그 신발 상자에 큰 관심이 없었다가 최근에 홍수에 집이 잠기자 신발 상자도 물에 찼습니다. 필름을 말리고 새로운 신발 상자에 옮겼습니다. 필름을 말리면서 Joan Ruppert는 필름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아버지가 촬영한 1938년 시카고 사진들이 가득한 걸 알게 됩니다.
사진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진애호가인 아버지가 친구와 가족과 촬영한 흑백 사진이 가득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이 필름을 스캔한 후 온라인에 공개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웹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4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아버지가 젊은 시절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를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진 속 아버지와 대화할 수 없지만 아버지의 삶을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이 자동 초점 카메라가 기본인 시절이 아니라서 그런지 초점 나간 사진들이 많습니다. 수동 초점 카메라만 있던 시절에는 초점을 잘 맞추냐 못 맞추냐로 사진 실력을 갸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초점 나간 사진이 나쁜 사진이 아닙니다. 이렇게 추억을 발화시키고 이 시절의 풍경을 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능숙하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들고 현재를 즐기는 아버지의 눈길이 더 도들아져 보입니다.
이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버지와 더 까워진 느낌이라고 하는 Joan Ruppert. 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가득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