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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사진가만 뽑는 한국사진공모전 문화에서 사진작가 발굴은 어렵다

by 썬도그 202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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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한국 사진작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네 있습니다라고 말할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들은 꽤 있지만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한국 사진작가 있을까요? 제 기억으로는 팝 가수 '엘튼 존'이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명한 '배병우' 사진작가의 사진이 고가의 가격에 팔려서 이슈가 된 적이 있지만 세계적인 인지도의 한국 사진작가가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문화 한국의 위상이 높지만 사진 쪽은 앞으로도 어둡게 느껴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와 불가능할 것 같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했습니다. 물론, 봉준호 감독 개인의 영광이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는 꾸준히 해외에서 소개되고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드라마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고퀄리티 드라마를 자주 쏟아냅니다. 드라마 잘 안 보는 제가 가끔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푹 빠지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기승전 로맨스라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 점점 옅어지고 작품 완성도나 스토리 연기와 편집 촬영 연출 모든 것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K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서 인정 받고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 쪽은 어떨까요? 사진도 문화의 한 부류이지만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나오지 않고 있고 암울하지만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뛰어난 사진작가들이 한국에도 있지만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추려면 국내 사진작가를 발굴해서 해외에 소개하는 라인이 없거나 아주 약합니다. 그리고 신인작가 발굴하는 시스템도 거의 없습니다. 

사진가를 뽑는 사진공모전 문화

글 쓰는 문인이 등단을 하려면 각종 문예공모전에서 입상을 해야 합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나의 문인 자격증 시험 제도 같아서 살짝 거북함이 느껴지지만 반대로 이렇게 평단에서 인정을 해줬다는 것은 글 쓰는 기본기가 있다는 방증이라서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물론, 글쓰기,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가 무슨 기능 시험이 아니라서 최선의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표현력이 기본도 안 된 사람들이 문인이라는 명패를 달지 못하게 해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유명 문예상을 받았다는 점이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제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서울사진축제를 보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전 나들이를 갔는데 꽤 흥미로운 사진들이 많아서 기분 좋게 보고 나왔습니다. 특히 2층에 열린 '카메라당 전성시대'는 한국에서 열린 유명한 사진공모전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였습니다. 

사진작가는 문예처럼 등단제도가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사진작가가 되고 싶으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전시하면 사진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걸 내가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남들도 인정해 줘야겠죠. 그런데 그 남이 누구냐는 겁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 분이 인정! 어 인정! 해줘야 사진작가가 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그냥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고 내가 스스로든 옆구리 찔러서 엎드려서 절 받기든 사진작가라 소개하고 다녀도 누구 하나 딴지를 걸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인정 받은 사진작가가 될 수 없을 뿐이죠. 인정받는 사진작가를 선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간단한 건 사진공모전을 통해서 사진을 출품하게 하고 좋은 사진에게 상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작가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쉽게 인정받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진공모전은 대부분 관광사진공모전입니다.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서 전국 수 많은 지자체와 기업들이 주최하는 사진공모전 대부분이 관광사진 공모전입니다. 기업에서 주최하는 사진전 중에 특정 주제의 사진공모전을 펼치지만 그 사진공모전도 크게 보면 미학적인 관점만 추구하는 관광사진공모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외 유명 사진공모전들도 대부분이 관광사진공모전입니다. 

이런 관광사진공모전은 어떤 새로운 사진작가나 기존 사진작가를 재조명하게 하는 힘이 전혀 없습니다. 대상 사진을 누가 찍어는지 관심도 없고 대상 수상자를 보면서 이 사람이 탔구나라고 놀라지도 않습니다. 이상하죠? 보통 어떤 공모전에서 누군가가 수상을 하면 작가의 명성을 돌아보고 그 작가의 전작들을 살펴보면서 그 작가의 세계를 소개하는데 수많은 사진공모전에서 큰 상을 타도 누구 하나 그 사진작가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 차이는 뭘까요? 그 차이는 사진작가과 사진가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이 사진작가라는 단어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영어에서는 사진작가라는 단어가 없고 사진가라는 Photographer 밖에 없습니다. 다만 파인 아트(순수 예술)를 하는 사진가를 파인 아트 사진가라고 할 뿐이죠. 그러나 한국은 사진가, 사진작가를 혼재해서 사용합니다. 사진작가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사진이 미술의 하위문화 또는 기술의 시녀라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던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의 깔보는 시선을 지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사진이 어떻게 예술의 도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방어기제가 사진작가라는 말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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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초가 어떻든 간에 사진가와 사진작가의 차이점은 분명 있습니다. 사진가는 사진작가를 품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작은의미로는 상업 사진가를 사진가라고 부릅니다. 즉 자신이 주도해서 찍은 사진이 아닌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고 찍는 결혼식 사진가, 상품 촬영 사진가, 광고 사진가, 사진관 사진가 등등 의뢰자에게 돈을 받고 찍은 분들을 사진가라고 합니다. 

사진작가는 돈을 받고 촬영하는 사진이 아닌 내가 찍고 싶은 사진, 내가 담고 싶은 사진을 내 방식대로 표현해서 담는 사진들을 찍는 사진가를 사진작가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법이나 세계관, 가치관이 있고 이 시선을 카메라를 통해서 담는 분들이 사진작가입니다. 물론 상업 사진가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꾸준히 찍으면 사진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사진저작권만 획득하려는 관광 사진공모전들 

'카메라당 전성시대' 전시회를 보면서 대한민국 사진공모전 역사 중 9할은 어떤 목적을 가진 사진공모전이 많았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 정부는 전쟁 이미지와 낙후된 이미지의 한국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 근대화, 산업화의 성과나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변 단체인 한국사진협회 중심으로 관광사진과 같은 홍보를 목적으로 한 사진들을 공모합니다. 

이런 사진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또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공모전이라서 어떤 사진작가를 발굴하는 사진공모전은 아녔습니다. 이런 사진 공모전등의 특징은 사진 공모를 할 때 다른 사진공모전에 출품한 적이 없는 사진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제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입선 이상을 한 모든 사진 저작권 및 독점 사용권을 얻기 위함입니다. 

수많은 관광 사진공모전, 지자체 사진 공모전의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 공모전을 통해서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자 입선 이상을 한 사진 저작권을 얻기 위함입니다. 이런 관광 사진 공모전의 목적은 사진 저작권이지 사진작가 발굴이 아닙니다.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없는 한국 사진계

2020 올해의 IPPA 사진상 / 사진가 Dimpy Bhalotia / 촬영지 인도 / 아이폰4

위 사진은 올해의 아이폰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과 IPA 국제사진공모전 거리 부분 2위를 한 사진입니다. 이렇게 2개의 사진공모전에서 중복 수상을 했다는 건 해외 사진공모전은 사진 저작권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약합니다. 따라서 중복 출품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수많은 영화제들이 중복 출품을 허용하고 있죠.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받았습니다. 만약 관광사진공모전처럼 수상을 하면 다른 사진공모전에 출품할 수 없고 오로지 이 사진공모전에서 처음 선보이는 사진이어야 하는 조건이 걸린다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그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사진 그 자체에 대해서 평가하고 좋은 사진작가를 발굴하기보다는 사진 저작권을 얻기 위함 관광사진공모전은 사진작가 발굴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 신인 사진작가 발굴이나 기성 사진작가를 재조명하는 목적의 사진 공모전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예술 사진, 작가주의 사진을 홍보할 계기도 발굴할 계기가 거의 없습니다. 

기성 작가에게 주는 사진공모전으로는 일우 사진상이 있고 신인사진작가 발굴은 박건희 문화재단에서 개최하는 미래작가상 공모전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 곳이 있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2015년에는 최민식 사진상이 사진작가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지만 공평성 문제로 사라졌습니다. 당시 공평성 문제가 공감도 가지 않고 설사 문제가 있다고 해도 미래를 위해서 크게 보고 나아갔으면 했는데 서로 물어뜯기 바쁜 모습에 한국 사진계는 앞으로도 발전은 없겠구나 느꼈고 지금은 오히려 후퇴했다고 느껴질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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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진을 하겠다는 사진작가들도 줄어든 느낌입니다. 다양한 신인 사진작가를 발굴하고 꾸준히 후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진계는 그런 시스템이 붕괴된 느낌입니다. 차라리 상업 사진가가 사진으로 돈을 벌고 그 번 돈으로 순수예술 사진을 하는 방향이 가장 바른 방향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진평론가 박평종의 책 제목인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처럼 2010년 전후로 사진의 인기는 그 어떤 매체보다 인기가 높았습니다. 사진의 전성시대가 2010년 전후였습니다. 2020년 현재 매체 선호도에서 사진은 영상에 점점 밀리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사진의 우울한 뒷전시대가 된 느낌입니다. 저조차도 사진 촬영의 재미를 예전만큼 느끼지 못하고 있네요. 사진 문화에 대한 구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고 이는 카메라 판매량 감소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누가 사진작가를 쉽게 꿈꾸겠습니까?

한국 사진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고 발굴하는 좋은 사진공모전이 많아져야 하지만 점점 더 사라지고 없어지는 추세네요. 예술 사진을 발굴하는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과 동아 사진 콘테스트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2005년에 사라진 동아 국제 살롱 사진공모전은 뛰어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네요. 

사진의 인기가 점점 하락하는 사진의 우울시대

동영상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진의 연속된 합인 동영상은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문법은 사뭇 다릅니다. 지금까지 사진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낮은 문턱이었습니다. 누구나 사진을 쉽게 촬영하고 공유하던 시대에 사진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동영상 제작 문턱이 낮아지고 누구나 동영상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사진 인기의 바통을 동영상이 이어받고 있습니다. 

동영상 전성시대에 사진은 사라질까요?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전자책 나왔다고 종이책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공진화할 것입니다. 다만 2010년 대 전후에 일어났던 강력한 사진 붐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이런 시대에 사진을 업으로 삼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또한 사진에 대한 수요도 예전만 못할 겁니다. 

이런 시대에 사진을 이용한 순수 예술을 하는 사진작가들은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가 더더욱 쉽지 않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신인 사진작가 유입이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네요. 그렇다고 신인 사진작가를 발굴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전국 지자체들이 사진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요즘엔 사진 프로젝트도 거의 다 사라졌고 대규모 지역 사진전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진작가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낭중지추라고 뛰어난 실력과 독특한 시선을 가진 신인 사진작가는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진작가 분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너무 소홀히 하는 느낌입니다. 

개인 사진 작업을 올리는 홈페이지가 있는 사진작가가 거의 없으며 사진전을 개최하고도 세상에 알리는 노력도 많지 않습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경쟁 상대입니다.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퍼포먼스던 PR이던 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약하네요. 새로운 사진작가 등장은 안 보이고 기존 사진작가들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거나 알선하는 손길도 없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적인 한국 사진작가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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