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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CG는 좀 과하지만 재미는 더 좋아진 영화 반도

by 썬도그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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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은 K좀비를 전 세계에 알린 좋은 좀비 영화입니다. 이 <부산행>이 성공한 이유는 좀비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좀비에 대한 공포감이 영화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공포스러운 모습이 많았습니다. 특히 달리는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 좀비와 동승하면서 벌어지는 밀려오는 공포는 피로 물든 파도 같았습니다. 

이 <부산행>은 잔혹하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는 애니를 잘 만드는 '연상호'감독이 힘 빼고 만든 영화입니다. 원래 '서울역'이라는 좀비 애니를 만드려고 했는데 제작사가 애니 만드는 조건으로 실사 영화 연출을 제안했고 1주일도 안 걸려서 나온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가 <부산행>입니다. 연상호 감독도 제작사도 이 영화가 초 대박이 날지 몰랐을 겁니다. 

<부산행>의 성공은 각종 복잡한 스토리를 엮지 않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좀비를 피해서 달아나는 주인공들의 공포감을 극대화 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보통 초대박을 낸 영화는 감독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후속작을 만듭니다. 그러나 영화 <부산행>은 주인공이 죽는 영화입니다. 속편을 만들 여지를 주지 않고 단발성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에 후속편인 영화 <반도>는 전편의 주연과 조연 모두 나오지 않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선택한 영화 반도

영화 <반도>를 보긴 봐야 하는데 여러가지로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먼저 주인공이 강동원입니다. 전작인 <골든 슬럼버>와 <인랑>이 처참하게 쫄딱 망했습니다. 이게 강동원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저 배우가 나온 영화들은 다 재미없다는 인식이 박히면 다시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감독인 연상호 감독도 2017년에 개봉한 <염력>으로 한 번 크게 망했습니다. 그런대로 볼만했지만 <염력>은 초능력과 사회비판을 너무 맛없게 섞어버려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던 영화입니다. 

강동원과 연상호의 조합? 딱히 끌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조연 배우들 중에 티켓 파워가 강한 배우들이 많이 포진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볼 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아니 개봉을 안 하니 영화관을 찾아가도 재개봉 영화들이 더 많습니다. 작년 이맘때면 여름 흥행대작들이 배틀 로열을 하고 있을 때인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네요. 영화 <반도>도 큰 피해자이죠. 이렇게 돈 많이 들인 대작을 개봉 안 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연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반도>는 용기 있게 먼저 나섰습니다. 참고로 영화관들 입구에서 발열 체크하고 입장하고 앞뒤 옆으로 떨어져서 앉게 배치하고 마스크 쓰고 관람하면 감염 위험은 높지 않습니다. 다만 팝콘이나 음료수 먹을 때 마스크 벗는데 식음료를 안 먹고 마스크 쓰고 관람하면 쾌적하고 안심하셔도 됩니다. 

<부산행> 이후 4년 헬조선이 된 한국을 돈 때문에 찾아온 정석 일행

영화 <반도>는 부산행이 일어난 후 4년 후의 헬조선이 배경입니다. 부산으로 향하던 주인공들이 군인들에 의해 구출이 되지만 한반도는 단 하루 만에 무정부 상태가 됩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탈출하는 난민들을 주변 국가들이 받아줬지만 감염을 우려한 주변 국가들이 한국에서 오는 배, 비행기를 모두 차단합니다. 마치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한국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한국은 4년 만에 무정부 상태가 됩니다. 영화에서는 해경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제 한국 서울의 모습은 공권력이나 치안력이 전무한 폐허 그 자체입니다. 좀비들은 낮과 밤에 모두 활동하는데 밤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기에 소리에 아주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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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정석(강동원 분)은 전직 군인으로 4년 전에 한국을 탈출하다가 누나와 조카를 배 안에서 좀비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모습을 목도합니다. 매형과 함께 홍콩으로 탈출해서 근근히 먹고살지만 한국인이라는 따가운 시선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입니다. 이런 정석과 매형에게 홍콩의 한 폭력 조직이 한국에 버려진 금과 돈이 많다면서 목동 오목교 근처에 버려진 트럭 안에 2,000만 달러(한화로 약 250억 원) 중 반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 돈을 벌기 위해서 정석과 매형 그리고 모르는 두 한국인과 함께 인천항에 도착합니다. 

미션은 간단합니다. 오목교 인근에 버려진 2,000만 달러가 든 트럭을 찾아서 인천항까지 몰고온 후에 위성 전화로 연락하면 정박해 있던 배가 이들을 싣고 홍콩으로 뜨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좀비 떼가 점령한 서울에서 무사히 회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석 일행은 인천항에 도착한 후 버려진 차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그리고 오목교 근처에서 달러가 든 트럭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매형이 좀비에 놀라서 트럭 크락션을 눌렀고 주변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좀비들의 습격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명탄이 이들 앞을 비춥니다. 조명탄을 쏜 사람들은 군인들입니다. 

일본군 생체실험 부대인 731부대를 연상케하는 631부대 대원들이 이들의 앞길을 방해함을 넘어서 정석 일행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소총으로 무장한 타락한 군인들이 좀비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631부 대원들은 생존자들을 들개라고 칭하면서 이들을 잡아서는 밤마다 콜로세움 같은 곳에서 산 사람을 좀비의 먹이로 던져놓고 낄낄거립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타락한 군인들

631부대는 원래 민간인을 구출하는 부대였습니다. 초기에는 민간인을 잘 보호하던 이들이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3년이 지나도 한국을 구하려는 희망이 없자 희망을 던져 버리고 그들 자신이 생존을 위해서 들개가 됩니다. 타락한 군인들은 밤마다 생존자를 던져 놓고 좀비 떼를 풀어서 살육 파티를 보면서 낄낄 거립니다. 

보고 있으면 너무 어두운 이야기가 마음이 아프고 외면하고 싶어합니다. 치료제가 나와서 반도를 구원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으니 영화 후반에 하늘에서 치료제가 비처럼 내려서 다시 맑은 한국이 된다는 희망은 버리셔야 합니다. 영화 <반도>는 실제로 어둡습니다. 아무래도 CG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액션 배경의 대부분이 밤입니다. 그것도 전기 하나 없는 밤입니다. 

그러나 이런 헬조선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정석은 군인들의 습격에 죽을 위기에 놓였지만 두 꼬마가 정석을 살려줍니다. 영화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배우 이름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이레는 카 레이서 뺨을 칠 정도로 뛰어난 운전실력의 소유자로 SUV를 타고 드래프트로 좀비들을 종이인형처럼 날려 버립니다. 이레와 여동생의 도움으로 탈출한 정석, 그런데 이레의 엄마인 민정(이정현 분)을 보고 정석은 놀랍니다.

4년 전 좀비떼를 피해서 탈출하는 길에 민정 가족이 차를 태워달라는 걸 정석은 외면했습니다. 주인공 정석은 다소 이기적인 주인공으로 영화 <부산행>의 석우와 비슷합니다. 이런 석우를 민정 가족은 품어주고 같이 달러가 가득 든 구원의 티켓인 트럭을 찾으러 갑니다. 영화 <반도>는 좀비가 창궐하는 헬조선에서 돈다발이 든 트럭을 타고 탈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좀비 빙자 탈출극입니다. 

좀비는 거들뿐? 좀비 공포는 줄어들고 총격 액션이 증가하다.

좀비 영화에서 총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총이 등장하면 좀비가 달려들어서 물어 뜯기는 살벌한 공포감은 줄어듭니다. 좀비가 다가와도 총으로 쏘면 되니까요. 총이 등장하는 좀비 영화들은 총알 숫자보다 더 많은 좀비들의 인해전술 돌격에 쉽게 무너지거나 규모의 공포를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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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는 총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전작인 <부산행>에서 느끼는 좀비에 대한 공포감은 크지 않습니다. 좀비는 더 많이 등장하지만 총이 있다 보니 좀비에 대한 공포감은 줄어들고 대신 카 체이싱과 총격 액션이 그 빈자리를 차지합니다. 오히려 좀비들의 특징을 이용해서 좀비를 이용한 액션은 꽤 볼만하고 창의적입니다.

예고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반도>는 CG떡칠물입니다. CG가 주인공이 아닐까 할 정도로 CG를 엄청나게 사용했습니다. 어쩔 수 없죠. 헬조선이 된 서울을 묘사하려면 CG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 CG는 잘 사용하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 상상하던 세상을 재현해서 놀라운 경험을 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이질감만 느껴서 마음에서 강한 거부 반응이 일어납니다. 

영호 <반도>의 CG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먼저 헬조선이 된 한국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장면들은 꽤 볼만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가 사는 집 근처에 있는 구로디지털단지를 부감 샷으로 잡은 장면이나 해가 뜨는 하늘의 CG와 좀비들의 CG는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카 체이싱 장면은 자동차의 물리적 운동감이 있는데 이걸 간과하고 너무 CG티를 냅니다. 실사와 CG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몇몇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실사로 촬영한 후 잘 이어 붙이면 좋을 텐데 이레의 SUV 차량이 게임 속 차량처럼 너무 현란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좀 더 현실감 있게 CG를 사용했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네요. 

이걸 빼면 전체적인 액션 규모도 꽤 있고 군인과 정석 일행이 조명탄 아래에서의 카 체이싱과 그 카 체이싱 사이에 끼어드는 수많은 좀비 떼 액션은 꽤 볼만하네요. 다만 액션의 세밀함이나 개연성의 부족은 좀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서 트럭 조수석에 탄 소총을 가진 정석이 바로 옆으로 따라붙은 타락한 군인 차량들을 보고 총을 쏘지 않는 장면이나 몇몇 장면은 너무 액션이 빠른 점은 아쉽습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액션이 밤에 이루어지다 보니 현실감이 좀 떨어집니다. 제작비 때문에 밤을 선택했다고 해도 좀 아쉽긴 하네요. 그럼에도 액션이 많고 흥미로운 액션도 많아서 CG떡칠물이 아닌 오버스러운 CG이지만 CG가 영화의 재미에 큰 역할을 하네요. 

주간 액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간에도 약간의 액션이 있습니다. 액션 장면도 많고 액션의 규모도 꽤 있어서 꽤 볼만합니다. 물론 이 액션에 대한 평가는 제 주관적인 평가이고 액션에 대한 평가는 호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와 적당한 신파가 영화 <반도>의 큰 재미를 제공하다.

좀비가 나오지 않을 뿐 전염병 영화들도 좀비 영화의 맥락이 비슷합니다. 좀비를 전염자라고 칭하고 치료제를 구하는 영화들도 많죠. 그러나 전작인 <부산행>은 치료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영화 <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제나 해결책 따위 관심도 없습니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한국을 구원하는 슈퍼히어로도 하나의 변곡점을 만드는 인물도 안 나옵니다. 그냥 좀비가 지배한 한국을 탈출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가 약점이 아닌 강점인 것이 이 부산행 시리즈입니다. 영화 <반도>도 스토리가 아주 단순합니다. 지옥에서도 가족과 함께라면 지옥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레의 말처럼 지옥에서 자란 아이들이 오히려 이 세상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 19와 불편한 동거를 하고 현실을 인지하고 그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이레는 좀비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크게 보면 영화 <반도>는 가족드라마입니다. 가족의 힘이 공포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에는 신파가 있지만 아주 매끄럽고 과하지 않은 신파가 펼쳐집니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의 디테일이나 액션 연출의 아쉬움이 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부산행 재미의 반만 채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꽤 흥미롭고 재미도 더 많습니다. 특히 액션 장면이 많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네요. 

 CG를 조금 덜고 그 자리에 좀 더 다양한 앵글과 캐릭터들을 좀 더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를 넣고 군인 모두를 타락한 집단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양심적인 인물을 투입하는 등 좀 더 입체적으로 집단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게 액션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속도감 높은 액션도 많습니다. 이는 전작인 <부산행>과 같은 전략입니다. 

영화 <반도> 볼만합니다. 강력 추천은 못하지만 이 여름 입구에서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마동석 같은 강력한 캐릭터가 없음에도 영화 <부산행> 보다 더 재미있게 본 영화 <반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돈 찾으러 헬조선에 왔다가 가족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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