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스트리트형 미술관이라는 신개념을 심을 서서울미술관 설계 당선작 본문

문화의 향기/문화정보

스트리트형 미술관이라는 신개념을 심을 서서울미술관 설계 당선작

썬도그 2020. 7. 1. 09:12

금천구에는 문화 시설이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없는지 영화관도 씨티렉스가 생기기 전까지는 영화관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와 씨티렉스 2곳만 있습니다. 영화관도 없는 곳에 무슨 갤러리와 공연장이 있겠습니까?

그나마 2008년 준공한 금천구청 신청사가 생기면서 금나래 갤러리와 공연장이 생겼습니다. 금천구는 가산동을 포함 독산동이 준공업 지역이 많아서 공장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자동차 관련 공업사들이 많아서 공해 물질을 많이 배출합니다. 이렇다 할 문화 시설은 없어서 공연, 전시회나 각종 문화 행사를 보려고 종로로 갑니다. 

서울시는 같은 서울이지만 이렇다할 문화 시설이 없는 서울 변두리 지역에 미술관과 박물관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메인 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그리고 이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들이 서울 전역에 있습니다. 중랑구에 있는 북서울 미술관은 참 부러웠습니다. 가끔 사진전을 보러 가지만 거리나 너무 멀어서 자주 찾아가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가보면 지하부터 지상까지 다채로운 큰 전시공간과 도서관과 각종 휴게 공간이 참 부러웠습니다. 

이 북서울미술관 같은 곳이 서울 서남부 지역인 금천구에 서서울미술관으로 2023년 탄생합니다. 서울 서남부 지역인 금천구, 구로구나 양천구, 강서구 쪽에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이 없습니다. 이쪽은 문화 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 공연장도 미술관도 갤러리도 거의 없습니다.  서울에서 문화는 온통 종로구 강남구에만 몰려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산책하다가 공연장에 가거나 갤러리에 들어가서 그림을 관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금천구에 서서울미술관 건립을 약속합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서 2023년는 현재보다 9개나 더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이중에는 도봉구에 서울 사진미술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좋아해서 자주 들릴 생각인데 도봉구라서 너무 머네요. 

금나래 공원에 지어질 서서울미술관

금천구 이미지가 변한 것은 롯데캐슬 1,2,3,4단지가 지어진 이후입니다. 이 지역은 육군 도하부대가 있던 곳인데 육군 도하부대가 경기도로 이전하면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4천 세대 이상이 사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롯데 캐슬 아파트를 개발하면서 금나래 공원 부지를 기부체납했습니다. 이 금나래 공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공원입니다. 다른 구의 공원들과 비교하면 소박할 정도로 크기가 작지만 금천구에 이렇다 할 공원이 없는 걸 감안하면 금천구에서 가장 큰 공원입니다. 

이 금나래 공원은 주말이 되면 개를 끌고 나온 구민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롯데 캐슬이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서 아이들과 운동하고 노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금나래공원 딱 반을 잘라서 서서울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저 빨간 풍선 같은 조형물이 있는 자리에 서서울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원래 예정은 21년 12월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관공서 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2년이나 늦어졌네요.

이 금나래 공원은 주변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 가득합니다. 한 때 호화청사라고 지적받았던 금천구청과 그 옆에 최근에 지어진 금천경찰서 그리고 서울금나래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 공원 부지에 또 높은 건물이 올라가면 금나래 공원은 공원이 아닌 동네 놀이터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 뻔합니다. 지금도 넓지 않은데 공원 반을 서서울미술관이 가져가면 크기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고민을 인지하고 설계에 반영한 서서울미술관이 보고 싶었습니다. 

서서울미술관 국제설계 공모전 수상작 더_시스템 랩

요즘은 관공서 건물이나 미술관 건물도 국제공개 공모전을 통해서 진행하더라고요. 또한 진행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를 하기도 합니다. 서서울미술관 공모전에는 국내와 국외 총 5팀이 참가했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설계한 최욱 건축가도 참가했습니다. 

이 서서울미술관 설계공모전에는 금천구 주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내 동네에 지어지는 미술관이니 멋지게 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이 공모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철저히 심사위원이 선정을 합니다. 

youtu.be/KhfDgqZQnzo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높았던 설계는 대형 마트처럼 생긴 화려하고 현란한 미술관입니다. 지하와 지상 공간을 넓고 크게 파고 설계에 주어진 공간 모두를 활용하는 설계였습니다. 딱 보면 북서울미술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선큰 공간에 옥상 정원 등등 요즘 인기 있는 건축 요소는 다 넣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설계는 금나래 공원 건축 부지를 꽉 채우고 4층 이상의 높은 건물이라서 위화감을 줄 수 있습니다. 공원을 삭제하는 설계라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당선작이 발표되었습니다. 가장 큰 인기를 끌지만 위화감, 위압감을 주는 설계가 아닌 더_시스템 랩의 스트리트형 미술관 설계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더_시스템 랩의 스트리트형 미술관은 그 개념 자체가 아주 독특합니다. 서울의 여러 미술관들은 크고 웅장합니다. 과거 건물을 이용한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남현동 분관은 그렇다고 해도 북서울미술관처럼 지하와 지상 공간을 모두 활용합니다.

북서울 미술관

그런데 서서울미술관 설계 당선작은 지상 1층만 있고 전시 공간은 반 지하나 지하에 있습니다. 이런 미술관이 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현대미술관 서울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무사터에 세워진 국립현대미술관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있습니다. 경복궁 같은 고궁 옆에는 높은 건물을 지으면 경관을 해치기에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없습니다. 이에 현대미술관은 지상 1층 공간만 만들고 지하로 파서 미술관을 만듭니다. 지하로 파면 자연 채광이 없고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나는데 거대한 중정을 만들어서 자연채광을 지하까지 끌고 내려왔습니다. 

더_시스템 랩의 서서울미술관 설계 당선작은 금나래 공원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높은 건물을 만들어 버리면 금나래 공원이 두 동강 나고 놀이터 수준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공원의 느낌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 방법이란 지상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지하로 미술관을 넣어 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비슷한 것도 아닙니다. 지상 1층을 걷다가 대형 전시공간을 쇼윈도우처럼 지나가면서 흘깃흘깃 보다가 전시회가 마음에 들면 바로 내려가서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마치 상점 거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입니다. 이 길은 금천구청역에서 롯데 캐슬 1,2,3,4 단지로 가는 길로 유동인구가 꽤 많은 길입니다. 출, 퇴근 시간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금나래 공원 길로 이동을 많이 합니다.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미술관에서 무엇을 전시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리트형 미술관 개념은 아주 독창적이로 창의적입니다. 물론 우리 집 앞에 큰 미술관 있다는 위세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네요. 

1층 상단은 울툴불퉁한 스테인리스로 처리해서 외부 풍경을 추상화처럼 보여주고 담습니다. 바로 앞에는 벚나무를 심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울퉁불퉁한 스테인리스가 빛을 머금어서 계절의 변화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지하 메인 전시 공간은 딱 반지하를 연상케 합니다. 1층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보여서 지하지만 지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또한 자연 채광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전시회장에 작품 설치를 하는 등의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는 암막 커튼을 이용해서 외부에서 못 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시 공간은 가운데 있는 계단을 이용해서 지하로 내려가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서서울미술관 뒤쪽 잔디밭에는 야외 조각 전시공간도 있어서 조각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옥상에는 미로 공원이 펼쳐집니다. 이 롯데캐슬 아파트 단지와 새로 생길 아파트 단지들이 젊은 부부들이 많고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 미로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서서울미술관 설계공모전은 이런 식으로 공원의 경치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술관을 집어넣는 지하로 파는 설계도가 꽤 많았습니다. 다들 이 금나래 공원의 크기가 작고 주변에 고층빌딩이 많다는 것을 의식했죠. 그러나 이 설계가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지하로 판 미술관 개념은 비슷하지만 스트리트 상가 형태의 미술관 컨셉이 강력하게 먹힌 듯하네요

youtu.be/R8NYQhbrwbs

2023년 생길 서울 서남부의 미술관 서서울미술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고 문화 예술을 좋아해서 무척 기대가 많이 됩니다. 기존 미술관과 다른 모습이라서 더 기대가 되네요.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