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망작이기에 주연 배우인 '라이언 레이롤즈'가 보지 말라고 했을까요? 지금은 데드풀이라는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라이언 레이롤즈'이지만 데드풀 이전에는 각인되는 영화가 없었습니다. 데드풀2 쿠키 영상을 보면 '라이언 레이롤즈'가 영화 <그린랜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제 큰 물에서 노는거야'라고 말하는 자신을 죽입니다.
이 장면은 자신의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 '라이언 레이롤즈'의 모습인데 얼마나 <그린랜턴>이 망작이면 자신을 셀프 디스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언 레이롤즈' 한 팬이 0.99달러를 주고 애플TV에서 <그린랜턴>을 볼까요? 물으니 Walk away(떠나세요)라고 답맨션을 날렸습니다. 자신이 출연한 망작 <그린랜턴>을 보느니 그냥 나가서 놀라는 소리죠. 얼마나 망작이기에 '라이언 레이롤즈'는 자신의 흑역사라고 할까요? 마침 넷플릭스에 <그린랜턴>이 있어서 찾아서 봤습니다.
DC 코믹스 소속의 <그린랜턴>이 망한 이유를 알게 되다
2011년 개봉한 <그린랜턴>은 한국에서 개봉해서 21만 6천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사라졌습니다. 이 2011년은 아이언맨2가 나온 2010년이 지난 해이고 2012년 어벤져스가 나오기 1년 전입니다. 각종 마블의 슈퍼히어로물이 나오는 시기에 나와던 시기라 슈퍼히어로물이 생소한 시절도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는 '라이언 레이롤즈'가 창피 부끄부끄할 정도로 졸작입니다.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중에 인기가 있었던 캐릭터를 영화로 만들고 마블처럼 DC 코믹스 히어로들을 하나씩 런칭하려고 했지만 <그린랜턴>이 싹 말아먹어서 한 동안 DC 코믹스 슈퍼히어로물이 나오지 않다가 다시 재기하려고 하던 순간 <저스티스 리그>가 또 말아 먹으면서 DC는 개인 플레이로 돌아섰습니다.
<그린랜턴>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캐릭터 외형입니다. 쫄쫄이 슈퍼히어로는 다른 슈퍼히어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이건 옷이라기 보다는 그냥 녹색 몸을 지닌 외형입니다. 쫄쫄이 복이라고 해도 디자인에 신경 좀 쓰지 녹색 원톤도 촌스럽지만 캐릭터가 입은 의상조차 촌스럽습니다. 그리고 녹색도 식물의 녹색이 아닌 방사능의 그 녹색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방사능 히어로도 아닙니다.
여기에 배트맨과 로빈에서 로빈이 쓰는 눈만 가리는 마스크를 씁니다. 이 마스크는 필요에 따라서 반지가 알아서 나왔다 사라졌다 하게 한다는데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할이 자유자재로 조절하네요. 정말 볼품없는 외모입니다.
의자와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는 스토리 자체는 좋으나...
<그린랜턴>의 세계관도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우주는 가디언이라는 원로들이 오아행성을 창조하고 그 오아행성에서 그린랜턴 군단을 만듭니다. 전 우주를 3600개 섹터로 구분하고 이 각 섹터에 그린랜턴을 보냅니다. 지구는 2814 섹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린랜턴의 힘의 원천은 의지력입니다. 의지가 에너지가 되어서 전 우주에 녹색 빛을 밝힙니다. 의지가 녹색의 빛을 만들고 충전하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의지입니다. 반면 의지를 꺾는 빌런의 노란 빛은 두려움을 먹고 커집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이 많을 수록 노란 빛이 커집니다.
F-22 조종사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무인전투기 테스트 시연 비행에서 무인전투기의 맹점인 높은 고도에서 엔진을 꺼트려서 전투에서 이깁니다. 문제는 F-22도 엔진이 꺼졌고 추락하는 과정에서 기체를 살릴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시험기 테스트 파일럿으로 활동하다 기체 폭발로 사망한 사건이 떠올라서 F-22 기체를 추락시키고 비상탈출을 합니다.
수천억 짜리 F-22 박살내고 할 조던의 동료 조종사이자 애인 같은 존재이자 항공제조사 사장 딸인 캐롤 페리스(블레이크 라이블리 분)를 엿 먹이게 무인 전투기를 추락시킨 할 조던은 밉상 캐릭터입니다. 흔한 혈기만 왕성하고 개념은 살짝 가출한 와일드 씽 캐릭터입니다.
한편 우주에서는 최강 그린랜턴 전사인 '아빈 수르'가 자신이 봉인한 빌런 '패럴렉스'가 봉인이 풀린 후 '아빈 수르'를 가볍게 물리칩니다. 죽어가는 '아빈 수르'는 지구에 불시착한 한 후 반지에게 자신을 대체할 새로운 인물을 찾는데 반지가 찾은 인물이 바로 '할 조던'입니다. 반지가 할을 선택한 이유는 할 안에 있는 무언가를 봤다고 하네요.
스토리의 큰 얼개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의지의 녹색 빛으로 충전하는 그린랜턴 군단은 전 우주를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반면 패럴렉스는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노란 빛 빌런입니다. 이 빌런을 이기려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 강력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 할입니다. 그러나 할은 겁쟁이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로 겁을 먹고 F-22에서 탈출하는 소심쟁입니다. 그런데 왜 반지는 할을 선택했을까요? 그건 할에 있는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가 있습니다. 이 자체의 설정은 나름 괜찮지만 이걸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유치하고 너무 쉽게 표현합니다.
특히 할이 각성하는 과정이 어떤 에피스드를 통해서 각성하는 것이 아닌 애인이자 동료 조종사인 캐롤의 한 마디에 각성합니다. 보통 슈퍼히어로가 각성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죽음이나 불운 또는 견디기 어려운 사건을 겪으면서 각성을 해야하는데 애인이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야!에 각성하는 자체가 흥미롭지 않고 너무 건성이라는 느낌까지 줍니다.
큰 문제는 활약도 약하고 액션이 빈약하고 조잡한 <그린랜턴>
그린랜던의 최강 전사인 '아빈 수르'가 준 반지와 그린랜턴을 받아온 할은 그린랜턴에 반지를 대면 의지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할은 오아 행성으로 호출되어서 그린랜턴 전사 훈련을 받지만 텃세 등으로 그린랜턴 전사가 되길 포기합니다.
사실 그린랜턴이 우주를 보호하는 파수꾼이지만 변방의 행성인 지구와는 큰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할 본인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세상을 구하는 의지도 사명감도 없습니다. 오히려 애인이 위험에 처하자 구하는 지인을 구하는 역할만 합니다. 원해서 된 것도 아니고 슈퍼히어로가 되었지만 딱히 마음에 들어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그린랜턴은 지구가 아닌 우주방위군입니다. 이렇게 점접이 없다 보니 영화 <그린랜턴>은 1시간이 지나가도 큰 위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우주방위군을 그만 둔 상태입니다. 정말 의지력 빈약한 슈퍼히어로로 보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애인이나 구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드디어 사건이 터집니다. 지구에 불시착한 후 사망한 '아빈 수르' 몸을 조사하던 상원의원의 아들인 '헥터 해몬드'박사가 '패럴렉스'에 감염되고 악의 화산이 됩니다. 자신의 꼬봉이 지구에 있는 걸 알게된 '패럴렉스'는 '아빈 수르'의 후계자가 지구에 있다면서 지구를 박살내겠다고 합니다. 왜?
패럴렉스 복수의 대상은 오아행성이고 그 오아행성을 정복해야지 변두리 지구를 왜 온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덕분에 오아행성은 패럴렉스를 대항하기 위한 시간을 벌게 되었고 대비를 할 노란 반지를 만듭니다. 뭐 여하튼 지구로 온다니까 할은 오아행성에 찾아갑니다. 보통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내가 잘 하겠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야 하는데 오아행성에 찾아가서는 나 혼자 해결할테니까 지켜봐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힘을 담은 노란 반지 이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 이용하면 안 되는지 자세한 설명도 없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함께 싸워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두려움에 지배당하며 살아온 내가 잘 안다면서 두려움의 힘을 이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랩인 할이 원로들인 가디언들에게 훈수까지 합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스토리가 정말 안 좋습니다. 그렇게 일장연설을 하고 혼자 지구로 돌아온 할은 홀로 페럴렉스와 싸웁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죠. 그린랜턴의 초능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중력 무시 비행이 가능하고 반지에서 광선도 나갑니다. 그리고 다른 슈퍼히어로에 없는 생각하는 것이 현실화 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 바로 눈 앞에 나옵니다. 그럼 이 능력을 힘껏 발휘해야 각인이 되는데 이런 장면은 영화 속에서 10분 도 안 나옵니다. 주로 오아행성 왔다갔다하고 사랑 싸움이나 이 세계관 설명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패럴렉스가 지구에 도착하는데 그린랜턴도 외모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패럴렉스는 더 마음에 안 듭니다. 인간형태가 아닌 것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인간형태여야 싸우기도 편하고 확실한 타격 액션이나 전투 액션을 보이는데 그냥 거대한 액체괴물 슬라임입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이리저리 뛰는 장면이 약 5분 정도 나오고 드디어 슈퍼히어로물의 미덕인 강력한 초능력으로 시민을 구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5분 정도 나오고 끝입니다.
이해했습니다. 이래서 '라이언 레이롤즈'가 흑역사라고 했구나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의지와 두려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건 용기라는 아주 간단명료 확실한 이야기를 잘 담았으면 좋은데 너무 구멍이 많네요. 이 영화는 시리즈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1편이 폭망하면서 제작이 1편으로 중단되고 애니까지 영향을 줘서 조기에 끝나버립니다.
그럼에도 유명한 배우가 나오고 그냥저냥 볼만은 합니다. 액션 영화이니 지루한 구석은 많지 않지만 마블코믹스 영화로 치면 세발의 피입니다. 비슷한 주인공인 '캡틴 마블'도 우주방위군 같은 캐릭터인데 두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 '캡틴 마블'과 너무 다르네요. 가장 빛나던 배우는 캐롤 페리스를 연기한 여주인공 '블레이크 라이블리'입니다. 이 잘 생긴 배우는 2015년 영생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의 주연배우이기도 합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하드캐리하는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네요.
별점 : ★★
40자 평 : 외모도 스토리도 액션도 연출도 모두 그린 라이트가 아닌 레드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