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구경도 눈치 보여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저도 집 근처에 있는 안양천 벚꽃만 카메라로 담고 있습니다. 낮에 찾아간 안양천 벚꽃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밤에 안양천을 찾아봤습니다. 오후 11시 카메라와 작은 삼각대 2개만 들고 나가봤습니다.
안양천 벚꽃길은 1호선 금천구청역에서 독산역을 지나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이어집니다. 이 길을 벚꽃십리길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하면서 벚나무들을 잘라버리고 거기에 새로운 앙상한 벚나무를 심어서 볼품이 없어졌습니다. 독산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이어지는 벚꽃길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서 벚꽃오리길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안양천 벚꽃길이 더 유명해져서 잘 찾으러 오지도 않습니다.
출입구가 1개 밖에 없는 시골역 같은 금천구청역을 넘어가면 광명시쪽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안양천을 건너는 다리를 정면으로 오른쪽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있습니다. 안양천 자전거도로를 앞으로 하고 뒤로는 서부가선도로와 서해고속도로를 잇는 고가도로가 있습니다. 이곳에 벤치가 있는데 봄 풍경 구경하기 아주 좋습니다.
주민들이 참 많이 찾는 곳입니다. 오후 11시가 되니 아무도 없네요.
낮이 추워서 그런가요? 4월이지만 밤에는 기온이 아직도 좀 낮은 편입니다. 마스크를 방한대로 활용하면서 한적한 그리나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운 벚꽃들이 가득폈네요.
밤에 핀 벚꽃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자벚꽃과 하얀색 벚꽃 구분이 쉽지 않네요. 게다가 가로등 같은 인공광이 있어야 보기 아름답습니다. 마치 백라이트가 있어야 잘 보이는 LCD 디스플레이 같네요.
안양천 벚꽃터널입니다. 벚꽃은 밤에도 아름답네요.
안양천 건너편에 있는 광명시 아파트들이 별빛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에도 밤벚꽃 별이 피고 아파트에도 별이 보이네요.
그렇게 혼자 밤벚꽃 구경하면서 지나가는데 서부간선도로가 보여서 잠시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57분 교통정보의 단골 소개지인 서부간선도로. 서울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 중 하나죠. 여기는 고속화 도로인데 수시로 막힙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금 이 서부간선도로 지하로 거대한 굴을 파고 있습니다. 상부는 일반 도로로 바꾸고 지하로 도로를 집어 넣고 있습니다. 이 안양천은 안양천과 서부간선도로 그리고 경부선 이 3개가 지역을 3갈래로 갈라 놓고 있습니다. 안양천만 빼면 지역 발전에 큰 방해 요소들이죠.
안양천 벚꽃길에서 내려와서 가산디지털단지 건물이 보이는 안양천을 보니 하얀 아이스크림이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이네요.
안양천을 촬영하는데 옆에서 드론을 날리는 분들이 있네요. 이 늦은 밤에 드론으로 촬영하시네요. 하기야 안양천이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벚꽃 필 때입니다.
이번엔 광명시 구로구 쪽 밤 벚꽃길을 걸어봤습니다.
여기도 정말 아름답네요. 특히 가로등 앞을 가린 벚꽃이 눈송이처럼 보입니다.
가로등과 벚꽃의 콜라보네요.
위 2장의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이면 굳이 제가 사용한 미러리스 없이도 질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단 SNS용도로만 활용하기 좋습니다.
어제 달이 슈퍼문이었다고 하네요. 어쩐지 유난히 밝다 했어요. 처음에는 가로등 근처에 있어서 저 가로등은 뭔가 했네요. 옆으로 좀 나와서 보니 달이네요.
누가 흘린건지 버린건지 마스크가 있습니다. 코로나19도 벚꽃처럼 후두둑 떨어졌으면 해요.
밤벚꽃 여행은 새벽 1시에 끝났습니다. 좋은 노래 들으면서 약 2시간 산책했는데 꿈결같은 밤을 느꼈고 오늘도 또 나가볼까 합니다. 서울에는 이제 벚꽃이 많이 떨어지네요. 이번 주를 끝으로 벚꽃 시즌도 끝날 듯 합니다.
1호선 독산역을 지나다가 장노출로 담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