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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시회 리뷰

금천예술공장 10주년 전시 번외편 : A-Side-B과 쓴소리

by 썬도그 201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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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25개의 자치구가 있습니다. 이 25개 자치구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간이 서울의 중심인 종로, 중구, 동대문, 서대문구 쪽에 몰려 있습니다. 같은 서울이지만 문화의 온기를 받으려면 서울 중심까지 가야 합니다. 서울이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지라고 하지만 서울에서도 종로, 중구가 서울 안의 서울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다양한 예술 향유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 남서부에 있는 금천구는 이렇다할 전시 공간도 문화 공간도 없습니다. 그나마 하나 있는 서울시가 제공하는 문화 공간은 '금천예술공장'입니다. 그렇다고 여기가 상시 전시를 하는 미술관이 아닌 가끔 개방이 되는 예술가들의 레지던시입니다. 

금천구청역 앞에 있는 금나래 공원에 2021년에 '서서울미술관'이 올라서면 금천구에도 문화의 온기를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보니 '서서울미술관' 짓기 위해서 측량하고 지질 조사 하더군요. 

금천예술공장은 매년 가을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 행사와 함께 정기 전시회를 합니다. 올해로 10회 째가 되는 전시회로 입주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리서 평상시에는 개방이 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기전과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야 집 근처라서 찾아가지만 근처에 사는 주민들도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관심도 없고 전시를 해도 찾아보러 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지하철을 타고 찾아옵니다. 게다가 홍보도 거의 없어서 정보를 얻기 쉽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금천예술공장'의 홈페이지 역할을 하는 블로그에 가면 전시회에 대한 정보가 포스터와 참여 작가 정도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홍보가 약하니 더더욱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금천예술공장 입구에는 예술 작품 2개가 놓여져 있네요. 


입구에는 독특한 작품이 있네요. 락커가 있고 라카로 '낙태죄 폐지'가 칠해져 있습니다.


안에는 인형들이 있네요. 아마도 낙태로 인해서 죽은 아기들 또는 낙태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설명서인가요? 영아 유기 사건  사건을 보도할 때 마다 산모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는 작가는 자신의 체액으로 아기를 형상화 해서 만들었습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성인소년'이네요. 

흥미롭게도 미술인들의 페이스북 그룹에서 이 작가가 올린 사진들이 소개되었는데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고 있네요. 먼저 역겹다는 비난이 많습니다. 제가 봐도 좀 과격한 표현이 있긴 하긴 해요. 또한 작가의 그림들이 세심하지 못하고 너무 가벼운 느낌도 있긴 합니다. 작가의 주장에는 공감을 하지만 작품 표현이 공감을 못 받는 모습입니다. 

뭐 대중의 공감을 많이 받아야 좋은 작품이고 비난 받으면 나쁜 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성인소년'이라는 분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중에는 길거리 휴지통에 '낙태죄 폐지'라는 공공시설물을 훼손하는 반달리즘 사진이 있네요. 이런 행동은 옹호 받을 수 없죠. 아무튼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네요. 


입구에 들어서니 1층 로비에 흥미로운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사진으로만 기록하고 전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전시를 했다고 하네요.


매년 찾는 '금천예술공장'이지만 내부는 살짝 변했습니다. 지금 입주한 작가들은 1년만 기거하고 나가기 때문에 이 공간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를거에요. 

올해는 지하에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안내하는 사람이 없어서 푯말만 보고 따라갔습니다. 

지하에 내려가니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 작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체를 모르겠네요. 전시작품 내용도 명징하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 작품에 대한 설명이 의무는 아니지만 작가의 생각과 관람객의 생각이 만나기 위해서는 접점이 필요합니다. 그 접점이 작품에 대한 간단한 텍스트이고 그 텍스트로 인해서 작품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냥 감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품과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한 문장이네요. 작품과 제품의 차이가 뭘까요?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작품은 아틀리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다를까요? 공산품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작품은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1개만 만드는 것이 다를까요?

공예품이라고 있습니다. 공산품과 작품의 중간 형태입니다. 실용과 비실용에 따라서 작품과 제품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그 경계는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것들도 작품인 줄 알았는데 나가려다가 바닥에 있는 글씨를 읽어보니 앉아서 편안히 관람하라고 하는 문구가 있네요. 편하게 앉아서 관람할 작품도 없고 무엇보다 모니터들이 작아서 멀리 있으면 모니터와 텍스트가 잘 안 보입니다. 이런 공간은 큰 스크린에 영상을 틀어 놀 때 필요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 자체가 비실용적이고 그렇게 따지면 작품이 맞네요. 


3층 전시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3층은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이번 전시회 이름은 <번외편 : A-Side-B>입니다. 설명을 보면 

‘번외’는 말 그대로 본래 전달하고자 하는 공식화된 언어의 바깥 자리에 놓인 이야기들을 폭넓게 지칭한다. 용례에 따라 ‘서플리먼트’(supplement), 즉 보충이 되는 주변적 서사일 수도 있고, 어떤 시공을 앞질러 존재하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지점, 즉 ‘프리퀄’(prequel, 전편)이기도 하다. 혹은, 본편에는 삽입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탐독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일종의 ‘부록’(appendix)에 해당할 수도 있겠다.

라고 설명되어 있네요. 상당히 현학적이고 일반인들은 뭔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입니다. 그냥 쉽게 부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전시 공간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없습니다. 보통 작품 옆에 작품명, 작가명,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 없습니다. 

작품 설명이 없는 건 봤어도 작품명도 표시 안 한 전시회는 처음 보네요. 당혹스러워서 입구로 나가서 팜플렛을 집어 왔습니다. 그 안에 작품명이 적혀 있는데 

작품 위치를 담은 지도가 있고 그 지도의 숫자를 보고 작품명을 맞춰야 합니다. 정말 불편하네요. 관람하기 정말 불편했습니다. 하나 하나 작품명을 알기 위해서 팜플렛을 돌리고 이 위치가 맞나 틀리나 찾아봐야 했습니다. 관람객에서 지도 미션을 내려준 느낌이네요.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런 마인드로 전시를 하면 누가 찾아 오겠습니까. 물론 좀 불편해도 작품명을 알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 옆에 종이에 프린트해서 붙여 놓으면 되는 그 간단한 일을 안 하네요. 그럼 더 편하잖아요. 

관람객 학대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이러다 보니 작품들은 난해하고 설명도 없어서 더 난해한데 작품명도 찾기 어렵다 보니 관심도가 뚝떨어졌습니다. 


눈먼 시계공이 작품과 작품명을 뚜덕뚜덕 맞추다가 짜증내 하는 모습이 스쳤습니다.




그렇게 별 감흥 없이 작품들을 보고 나왔습니다. 원래 전시회 컨셉이 작품 설명이 없나보다 했습니다. 현대 미술은 작품 설명이 있어줘야 합니다. 보세요. 위 작품들 작품명도 설명도 없으니 뭔 이야기를 작가가 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그마나 바로 작품명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는 작품도 있었지만 제목으로도 알 수 없는 작품도 꽤 있었습니다. 물론 관람자가 관람하는 그게 정답이기에 편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판단이나 감상은 감상이고 설명은 또 해주면 더 좋죠. 

그렇게 작품 설명 없이 보고 나온 후에 혹시나 하고 금천예술공장 페이스북에 가보니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가득 나오네요. 그럼 설명이 없는 전시회가 컨셉도 아니네요. 더 황당한 건 금천예술공장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작품 설명이 없고 일반 계정에는 있는데 이웃에게만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와! 정보를 이웃에게만 공개하다니. 마인드 참 후집니다. 아니 이런 정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전체 공개를 해도 시원찮고 제대로 하려면 금천예술공장 홈페이지이자 블로그에 공개를 해야죠. 그래야 관람객들이 편하게 관람하죠. 10년이 되었지만 서비스 마인드는 더 꼬져지고 있네요. 


입구에 팜플렛을 집어오긴 했는데 다른 팜플렛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 리뷰를 보면 작품명도 모르고 감상하는 분들도 있네요. 

가급적 화를 안 내려고 했지만 또 폭발하게 만드네요. 워낙 이 <금천예술공장>에 대한 관람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지 못하다고 쓴 소리를 몇 번 했음에도 변화가 없어서 포기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전시회에 또 폭발하게 되네요. 

작가들은 1년 기거하고 떠나기에 여기에 대한 애정이 없나 봅니다. 숙제 하듯이 하는 정기 전시회 느낌도 더 커졌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꽤 화려하고 친절한 설명과 안내 등이 있었고 관람객이 오면 작품마다 설명을 해주는 적극성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설명도 없고 작품명도 눈먼 시계공처럼 이리저리 맞춰야 알 수 있고 작품 설명은 페이스북 이웃 공개로만 오픈하고 기가 막히네요. 

올해 전시회는 여러모로 쓴 웃음만 짓고 나오게 하네요.

이러고 주민 여러분 많이 놀러 오세요~~라고 플랜카드 써 놓으면 뭐 합니까. 홈페이지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자세히 올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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