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화끈하고 통쾌하지만 잔혹한 영화 봉오동 전투

by 썬도그 2019. 9. 5.
반응형

제가 인정하는 액션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은 원신연 감독입니다. 2013년에 개봉한 용의자는 한국 액션 영화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할 정도로 뛰어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가득했습니다. 이 원신연 감독이 다시 액션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잔혹하다는 만듦새가 알차지 못하다는 소리가 있어서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자마자 VOD 서비스로 제공하자마자 <봉오동 전투>를 봤습니다.


좀 오글거리지만 갈수록 이야기가 가다듬어지는 <봉오동 전투>

최근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아주 안 좋습니다. 한일 관계 정상화 후에 최악의 관계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항일 전쟁을 그린 <봉오동 전투>가 개봉을 했습니다. 지금의 반일 감정과 열풍이라면 쉽게 천만 관객을 넘을 것 같았지만 500만 명도 채우지 못한 470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손익 분기점은 넘겨서 손해는 보지 않았고 VOD나 IPTV의 2차 시장의 수익을 합치면 좋은 수익을 챙길 듯합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항일 전쟁 중에 거대한 승리를 거둔 청산리 전투와 함께 유명한 봉오동 전투를 담은 영화입니다. 전투 내용이 주를 담고 있고 그 전투가 복잡한 전투가 아닙니다. 일제 토벌대를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한 후에 봉오동 능선에 숨어 있던 대한독립군이 일망타진한 승리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이 거대한 승리를 이끄는데 봉오동 골짜기까지 유인하는 두 주인공과 독립군들의 희생과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2명입니다. 이장하(류준열 분)는 독립군으로 군사 교육을 받은 정규군입니다. 반면 황해철(유해진 분)은 마적 출신으로 도적질을 하다가 독립군일을 도와주는 비정규군입니다. 이장하는 황해철 밑에서 자란 형제와 같은 형, 동생이지만 전투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릅니다. 

이장하는 엘리트에 정규군이라서 오로지 자주독립에만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반면 황해철은 어린 시절 일본군에게 길 안내를 를 하고 먹을 것을 얻으려고 했다가 일본군이 수류탄이 든 음식 주머니를 열다가 동생이 눈 앞에서 폭사를 합니다. 일제에 대한 증오심은 누구 못지 않게 크지만 마적 출신입니다. 

이렇게 출신이 다르다보니 전투에 임하는 태도는 다릅니다. 특히 마적단을 이끌던 마병구(조우진 분)은 황해철에게 독립군 자금이 오면 일당만 챙기고 빠지자고 하지만 황해철은 전국 팔도에서 온 민병대 수준의 독립군과 3.1운동 때 죽은 조선 사람들의 울분을 알고 이장하와 함께 작전을 수행합니다.


작전도 단순하지만 이야기도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이장하와 황해철의 캐릭터 구축을 탄탄하게 합니다. 일제의 폭압에 살고 있는 누나를 두고 독립군에 가담한 이장하는 항상 조국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는 엘리트입니다. 황해철은 어린 시절 일본군 앞잡이 노릇을 하다 일제의 잔혹함을 깨닫고 항일 전투에 가담합니다. 


영화는 초반에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보기 거북스럽다고 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들이 과장된 장면들은 결코 아닙니다. 실제 일본 제국군은 더 잔혹한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가 그나마 수위 조절을 하면서 보여줬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잔혹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전체적인 캐릭터나 스토리 진행은 매끄러운 편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캐릭터들도 좀 있습니다.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유키오(다이고 코타로 분)입니다. 이 캐릭터는 일본군의 어린 장교로 독립군의 포로가 되어서 일제의 잔혹함을 목도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는 독립군이 일본군과 달리 선한 이미지를 심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한 마디로 목격자 역할을 하는데 없어도 되는 캐릭터로 보여집니다. 오히려 정신산만하게 하네요. 다만 이 유키오를 연기한 일본인 배우 '다이고 코타로'분은 꽤 인상 깊습니다. 한 번 보고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꽤 인상 깊습니다. 일본에서 빅히트를 한 '신카이 마코토'감독의 최신작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 목소리도 연기를 했을 정도로 목소리도 좋습니다. 


이외에도 여성 캐릭터들을 너무 소모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눈 앞에서 가족이 살해된 춘희는 그나마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만 독립군으로 나오는 임자현이라는 캐릭터는 대사도 거의 없고 병풍으로만 나옵니다. 

초반에는 산만하던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두 주인공인 황해철과 이정하로 집중되고 버디 무비의 느낌이 나면서 간결하고 깔끔해집니다. 여기에 액션까지 더해지면서 재미는 점점 진해집니다. 


짜릿하고 화려한 액션이 영화가 가득했던 영화 <봉오동 전투>

일제 정규군과 맞서는 비정규군인 독립군들의 고군분투가 중 후반부터 터지기 시작합니다. 전반부에도 액션 장면이 꽤 있지만 황해철의 검술 액션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액션은 커지고 화려해집니다. 게다가 그냥 악당도 아닌 일본군이 추풍낙엽으로 쓰러질 때는 그 통쾌함이 더 큽니다. 


산속에서 전투를 할 때는 전체적인 시야가 보이지 않아서 총소리만 들리는 액션으로 보여지지만 초원이 펼쳐진 산 능선을 달리는 장면을 드론으로 봉오동 산으로 유인하는 독립군과 말을 탄 일본군을 아주 긴장감 있게 잘 담고 있습니다. 

간간히 1인칭 캠으로 액션의 다양함도 살짝 추구합니다. 그럼에도 <봉오동 전투>의 액션의 백미는 폭발 장면입니다. 들판에서 포격을 하는 장면과 가옥 폭파 장면 등 폭발 장면의 쾌감과 기관총 액션의 쾌감이 아주 좋습니다. 또한 액션의 반전도 있고 저격수끼리의 장면도 살짝 담깁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한 분대라고 해도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병구 같이 저격에 능숙한 캐릭터를 좀 더 키워서 총격 액션의 재미를 키웠으면 했지만 깊게 들어가지는 않네요. 영화 <활>이 소수의 인원으로만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만들었는데 그 <활>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좀 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적절히 전체적인 액션 장면을 조망할 수 있는 드론을 이용한 부감샷이나 달리면서 촬영하는 속도감 높은 카메라 워크는 꽤 질이 좋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의 전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하고 통쾌합니다. 스포라서 말은 못하지만 액션만 뛰어나서 짜릿한 것은 아닙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담은 좋은 영화 <봉오동 전투>

일제의 만행에 항거한 조선 팔도에서 모인 조선인들이 일제라는 정규군을 격파한 봉오동 전투는 승리한 역사라서 쾌감이 아주 좋습니다. 반대로 항복의 역사를 담은 <남한산성>은 <봉오동 전투>보다 만듦새는 더 좋고 더 좋은 영화이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반일 운동이 한창인 이때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가 관객 천만을 넘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물론 저도 이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안방에서 봤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영화관에서 볼 걸 후회가 되네요. 제가 이 영화를 외면한 이유는 잔혹한 장면이 많다는 것인데 그 점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거부감이 들어서 안 간 분들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표현 수위를 조금만 낮췄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또한 환경 훼손 문제가 불거진 것도 흥행 성적에 악영향을 줬을 겁니다. 이는 영화사의 잘못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의 잘못이었고 항간에 떠도는 보호식물인 '동강 할미꽃'도 멸종 시켰다는 악소문이 퍼진 것도 안 좋은 영향을 줬을 겁니다. 게다가 알게모르게 우리 주변에 친일파로 위장한 반한파들이 이 영화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낸 것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뛰어난 영화 수작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꽤 단단하게 잘 만들어졌고 쾌감도 좋고 액션도 좋습니다. 추천하는 영화 <봉오동 전투>입니다. 친일파가 호위호식하던 시절 만주 벌판에서 활약한 독립군들의 이야기가 담긴 좋은 영화입니다. 

일본 배우 3명이 출연하는데 자국에서 비난 받을 것을 알면서도 출연한 배우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별점 : ★★★☆

40자 평 : 일제 정규군을 박살낸 조선 팔도에서 모인 독립군들의 거룩한 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