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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책보다 책을 둘러 싼 사회현상이 더 재미있었던 82년생 김지영

by 썬도그 201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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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궁금했습니다. 아이돌 여가수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조리돌림급 비난을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어떤 책이기에 읽었다는 말만해도 저런 비난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을 주변 도서관에서 대출 받아서 읽어 볼려고 수소문을 해보니 놀랍게도 모두 대출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 수 많은 도서관이 있고 그 도서관마다 <82년생 김지영>이 여러 권 있지만 모두 대출 상태였습니다. 

어떤 책이기에 터부시 되고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욕을 먹어야 하는 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입니다. 최근 페미니즘 논란을 통해서 젠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전쟁의 지역 중 하나가 <82년생 김지영>이고 그래서 이 책을 혐오하는 남자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이 책이 정말 혐오스러운 책이고 페미를 가장한 꼴페미의 책일까요? 미리 말하지만 전 워마드 같은 극단주의자들을 아주 싫어합니다. 최근에도 페이스북에서 극단주의자와 싸우다 한국 페미니즘이 널리 멀리 퍼지지 못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전 꼴페미라고 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싫습니다. 그렇다고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남녀 평등을 외치는 이성적인 페미니즘은 저도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항상 극단주의자들이 문제입니다. 무슬림 중 극단주의자 때문에 무슬림 전체가 욕을 먹듯이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페미니즘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뉴스 기사 짜집기 수준의 조악한 책 <82년생 김지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추천할만한 책이 절대로 아닙니다. 심하게 말하면 조악한 책입니다. 이런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책 자체는 좋지 못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남자분들 박수 치실 것 같은데 미리 말하자면 책 자체는 조악하고 수준이 낮지만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페미라면 무조건 거부하는 분들이 읽어보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봤으면 합니다. 


책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씨가 30대 초반에 결혼하기 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도 처음만 빼고 시간 순서대로 담고 있습니다. 책 초반에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빙의 현상을 앓게 된 김지영씨가 나오고 그녀가 왜 빙의를 겪는 지를 찾기 위해서인지 1982년부터 2016년까지 성장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수 많은 성 불평등을 차곡 차곡 쌓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이 조악하다고 한 이유는 책 전체가 여러 뉴스 기사를 짜집기한 수준입니다. 주인공인 김지영이 자라면서 겪은 남녀 차별이나 성 불평등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담으면 좋은데 각 에피소드들이 뉴스 기사나 내 주변에서 겪은 흔하고 뻔한 남녀 불평등을 나열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남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 아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책이 상당히 지루하고 책 뒷부분은 너무 재미 없어서 대충 읽고 덮었네요.

작가 약력을 봤습니다. 1978년에 태어난 후 방송 작가를 10년 동안 활동했네요. 방송 작가들도 드라마 희곡 잘 쓰고 책도 잘 쓰는데 조남주 작가의 필력은 뛰어나지 않습니다. 하다 못해 왜 김지영씨가 빙의가 걸렸는지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한 흥미를 끄는 요소는 거의 없고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여자가 한국에 살면서 겪는 불평등을 짜집기 해서 적어 놓았습니다.

조남주 작가는 각종 신문 기사를 참고로 기사를 이야기화 했는데 기사는 참고만 해야지 너무 주인공 에피소드에 접목하려다 보니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나 관심 보다는 여자들의 삶의 변천사 같은 느낌입니다. 

또한 에피소드에서도 좀 억지인 느낌의 에피소드도 꽤 있습니다. 이 <82년생 김지영>이 재미 없는 이유는 김지영씨가 주인공이 아닌 성차별 에피소드가 주인공이고 그 에피소드를 김지영씨를 통해서 억지로 담으려다 보니 부대끼는 내용이 많네요. 

필력이 좋은 작가는 아니네요. 그럼에도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이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에피소드들을 모르고 이해 못하는 남자들이 꽤 많다는 겁니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자분들은 이 책 읽지 마세요. 시간 낭비입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 혐오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 봤으면 합니다. 

요즘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성에 관한 세태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나도 변해야 합니다만 안 변하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우리는 꼰대라고 합니다. 여성 상위 시대라고 하는 비아냥을 하지 말고 지금까지 이 한국 사회에서 억압받고 불평등한 일이 비일비재한 여자들의 삶을 건조하게 담고 있습니다. 

물론 페미를 혐오하는 분들은 이 책을 절대 읽을리 없고 남이 읽으려고 하면 읽지도 않고 혐오스러운 책이라고 말하겠죠. 다만 페미를 혐오하지 않는 분들 중에 여성의 삶, 현재를 사는 여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받은 불평등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중립 지대에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82년 김지영>은 너무나 사실적입니다가 아닌 사실을 기록한 뉴스를 짜집기 한 책입니다. 이게 이 책이 지루한 이유이고 조악한 이유입니다. 전 이 책보다 이 책을 둘러싼 한국 사회 현상이 더 흠미롭게 다가오네요.


<82년생 김지영>보다 이 책을 둘러 싼 사회 현상이 더 흥미롭다.

별 내용도 아니고 책의 내용도 좋지 못한 책입니다. 다만 21세기를 살아가는 30대 주부가 맘충이라는 혐오의 대상이 되는 상황 등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평등과 불합리 또는 차별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별 내용도 아니고 별 이야기도 아닌 그냥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이야기를 담았다고 이렇게 욕을 넘어서 혐오를 해야 할까요? 전 이 책보다 이 책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책으로 또는 영화로 만들면 더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혐오 감정이 더 흥미롭습니다. 

혐오 사회가 만든 베스트셀러가 <82년생 김지영>이 아닐까요? 책 자체는 좋은 책은 아니지만 논란이 되고 젠더 전쟁으로 오히려 더 인기를 끈 것은 아닐까 합니다. 

참으로 괴이한 베스트셀러 <82년 김지영>입니다. 21세기에 초딩들이나 하던 젠더 전쟁이라니 이 책 말고 최근의 젠더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는 진화하는 것이 아닌 퇴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자를 적으로 두고 남자를 적으로 두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혐오자들.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은 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저도 혐오를 잘 하지만 주로 권력자에 대한 혐오지 이성에 대한 혐오는 하지 않습니다. 혐오론자들이 만든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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