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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5일 개봉해서 관객수 28만 7천명이 든 영화 <배심원들>은 손익분기점인 160만을 넘기지 못하고 쓸쓸한 퇴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입소문도 좋고 평론가들의 호평도 많아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 것 같았지만 예상과 달리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결과가 아쉬웠지만 영화가 좋다는 평에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흥행하지 못한 이유가 영화 자체에 있었습니다. 

배심원 제도의 문제점을 잘 담은 영화 <배심원들>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담은 영화입니다. 도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의 배심원제도는 여전히 생소하고 여러 문제점을 담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반 국민이 직접 사건을 판결하는 배심원 제도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참고 사항일뿐 판결은 판사가 직접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영화 <배심원들>은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판단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권위주의가 넘치는 한국의 법원 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겨 있습니다. 특히 시체 닦는 일을 30년 한 배심원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을 했음에도 검안의라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은 분노가 치밀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 <배심원들>은 잘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먼저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2008년 시작한 국민참여재판을 재구성했다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이 글만 보면 실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닌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입니다. 따라서 실화가 아닙니다. 

영화 <배심원들>을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세계적인 명작 영화로 칭송 받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0편에 꼭 들어가는 1957년 시드니 루멧 감독이 연출한 <12명의 성난 사람들>입니다. 이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미국 배심원들의 갈등을 담은 명작 영화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유죄 판결을 내리고 끝날 것 같은 재판이 한 배심원의 의문을 제기하면서 점점 배심원들이 처음에 냈던 자신의 의견을 거슬러 올라가는 뒤집기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또한 1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자는 선한 의지를 아주 잘 담은 명작 영화입니다.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너무 유사한 이야기를 가진 <배심원들>

영화 <배심원들>은 명작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 <배심원들>의 이야기 구조는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너무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리메이크 작품인가? 할 정도로 너무 흡사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시나리오를 감독 홍승완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네요. 그렇다면 오리지널 작품이네요. 그런데 두 영화가 너무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홍승완 감독이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많이 참고를 했나 봅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안 본 분들이야 스토리가 크게 모나지 않아 보이지만 저 같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두 영화가 데칼코마니가 아닐까 할 정도로 흡사해서 놀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점은 영화 <배심원들>이 너무 거추장스러운 장면이 많고 이야기의 밀도나 캐릭터 구성이 엉성합니다. 전체적으로 연출이 과장되고 섣부르고 설익은 모습이 많네요. 

영화 <배심원들>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20대 청년 권남우(박형식 분)은 방범도구를 개발하는 젊은 발명가지만 신용회복 단계를 밟고 있는 가난한 청년입니다. 신용회복 마저도 어려줘서 이제는 파산 신청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첫 국민재판참여제도의 8번 배심원 자리가 주어집니다. 그렇게 총 8명의 배심원은 간단한 교육을 받고 첫 배심원이 됩니다. 


이 8명의 배심원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장애가 있는 중년 아들을 법정에 세우고 재판을 진행합니다. 피의자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목격자도 살해에 사용한 둔기도 발견되는 등 모든 것이 유죄임을 증명하고 있기에 유죄, 무죄 판결이 아닌 형량에 관한 조정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아주 쉬운 판결이 될 것 같았지만 시체 닦는 일을 30년 한 6번 배심원이 살해된 어머니의 찢어진 상처를 보고이건 망치로 맞은 상처가 아니라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발언권도 없고 질문도 할 수 없습니다. 무척 불합리하죠. 그냥 판사, 검사, 변호사가 하는 법정 풍경을 바라보다가 판결에 조언만 하는 병풍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게 법의학관이라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냈다가 6번 배심원은 법정에서 퇴청 당합니다. 이후 8번 배심원이 우연히 가해자의 손가락이 없는 손을 보고 난 후 이 사건이 존속 살해 사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명명백백한 증거들이 너무나 많아서 다른 배심원들을 설득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의문만 가지고 설득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배심원들의 투표가 시작되는데 8번 배심원은 유죄에요? 무죄에요?라는 질문에 싫어요!라는 대답을 합니다. 유,무죄를 가리는 행동 보다는 이 사건을 좀 천천히 들여다 보겠다면서 시간을 달라면서 사건 조사 일지를 훑어봅니다. 그렇게 8번 배심원으로 인해 배심원들의 요동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유사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다만 판사가 영화에 많이 등장하고 큰 역할을 하면 영화 후반 법정 밖으로 나가서 현장 검증을 하는 등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 다름은 다름을 위한 다름 같고 오히려 그런 다름이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흩어 놓습니다. 또한 배심원들이 변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매끄럽지 못하고 불필요한 곁가지가 문제점인 <배심원들>

전체적인 스토리가 <12명의 성난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비판은 어쩌면 크게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야 너무 비슷한데라고 하지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그걸 지우고봐도 이 영화는 스토리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먼저 전체 스토리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8번 배심원이자 핵심 배심원인 권남우라는 캐릭터 구축이 엉성합니다. 평소에 반골 기질이 있고 따지고 묻기 좋아하는 성격이나 아니면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닌 가해자와의 우연한 조우로부터 반론이 시작되는 점이야 그렇다고 쳐도 다른 캐릭터들이 변해가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판사들이 보복을 당할까봐 법원 내부에 판사들만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너무 과장된 이야기가 오히려 눈쌀을 지푸리게 합니다. 보통 이런 법원이나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진중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가 달린 문제일 수도 있기에 담백하고 진중한 톤으로 담아야 하는데 이 <배심원들>은 전체적인 톤이 코미디입니다. 

코믹풍의 노래가 시종일관 영화를 밝게 만들고 있지만 사건 자체가 밝지 않고 배심원들이 광대도 아니기에 이런 코미디톤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납니다. 감독은 블랙코미디로 만들고 싶어했나 본데 코미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토리가 아주 뛰어난 영화도 아니고 현장검증까지하는 장면은 너무 나갔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감독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배심원 제도를 하는 모습 자체를 이미지 정치라는 쇼로 담으려는 시도는 좋았고 이 점은 꽤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핵심이 되는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 부족과 공감대 부족은 참으로 아쉽고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좋았던 장면이나 시선도 꽤 있었습니다. 먼저 경력과 경험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격증이 있는 사람 즉 사짜들의 세상에 대한 조롱입니다. 판사가 판결을 할 수 있는 있는 판사 자격증을 땄기 때문이죠. 또한 법의학자의 의견은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고 합리적 비판을 해도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의 권위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실, 요즘 판사들의 판결이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이 판사들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들을 뜯어보면 현재의 중년이라고 하는 40,50대 판사들이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즉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의 마음과 상태를 공감하는 능력이 참 부족합니다. 반대로 힘 있고 돈 많은 권력자들에게는 아주 잘 굽신거리죠. 

그 40,50대 판사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부모 잘 만나서 호위호식하는 상류층으로 나고 자라다 보니 서민들과 어울릴 틈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자주 합니다. 이런 문제점까지 살짝 다루고 있습니다. 천상 한국은 미국처럼 배심원들의 판결이 재판의 판결이 되는 제도로 가야해요. 지금은 배심원들의 판단이 그냥 참고용일 뿐이고 그래서 병풍 역할만 합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여러모로 감독의 역량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신선도가 떨어지고 한 사건에 대해서 배심원들의 태도 변화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도 꽤 보이고 쇼잉을 하려다 눈쌀이 지푸려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 법원의 생태계의 문제점과 사짜들의 놀이터가 된 법원에 대한 비판은 아주 보기 좋네요. 그냥 저냥 볼만한 영화 <배심원들>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병풍이 된 배심원들이 판사들에게 내뱉는 맥아리 없는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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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bluetree01.tistory.com BlogIcon 블루아나 2019.07.10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보고 싶었던건데 여기서는 개봉 안했어요
    아님 했다가 바로 내린건지

  2. 마카로니 2019.07.18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심원은 절대 재판과정에 개입하믄 안됩니다. 오로지 유무죄 판결만 해야지 본인들이 수사관이 되거나 본인들이 재판 진행에 관여하믄 배심원 제도의 근본이 무너지는 겁니다. 재판관이 재판도 진행하고 판결도 같이하니 문제여서 판결을 독립시킨게 배심원이라는걸 알았으믄 하네요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9.07.19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맞아요. 저도 그 생각인데 뭘 알라고 하는 건가요?

    • 마카로니 2019.07.21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 중간에 <그러나 배심원들은 발언권도 없고 질문도 할 수 없습니다. 무척 불합리하죠. 그냥 판사, 검사, 변호사가 하는 법정 풍경을 바라보다가 판결에 조언만 하는 병풍 같은 존재입니다. > 라는 말이 있어서요.. 배심원은 재판장에서는 원래 병풍같이 있다가 판결만 해야지 재판에 개입하믄 안됩니다. 본인들이 발언하고 질문할꺼면 배심원이 되지말고 판사나 변호사, 검사가 되어야죠.. 그리고 요즘은 사이비 헌법전문가들이 엉터리로 해석하며 국민들을 선동해대서 그런지 자격증의 위상이 더 올라가네요~~~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9.07.21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발언권이 개입이라는 시선이시군요. 자기 주장을 하는 검사와 변호사처럼 자기 주장이 아닌 질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판사처럼요. 물론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처럼 제한된 발언 기회는 찬성하나 간단한 질문조차 못하는 건 불합리해요. 그리고 전문성이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판검사 변호사가 전문가 집단이라기 보다는 전 다 양아치들로 보여요.

  3. 임일순 2019.07.19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심원들의 기치는 지금세상의
    울림이었어요 억울한 사람의 없게하는
    헌법이라고
    울고 웃는 삶의 현장이었어요
    흥행보다는 가치를 선택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