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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대한 단소리

노무현이라는 큰 어른을 살아 생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by 썬도그 2019.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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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떠나고 난 후 소중함을 아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항상 옆에 있어서 그 고마움을 모르고 있다가 떠나면 그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 후회와 함께 그 소중함을 잘 알게 되죠. 사람도 그렇습니다. 평상시에는 싫은 소리, 좋은 소리 다 해도 묵묵히 잘 들어주던 사람이 소중한 줄 모르고 막대하고 성질을 내면서 상처를 줍니다. 


투사 노무현, 세상을 이롭게 하다

노무현 정권 시절 조중동이라는 보수의 탈을 쓴 여론 왜곡을 일삼는 보수라고 말하기엔 너무 저열한 엘로우 저널리즘의 악랄한 흔들기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흔들었습니다. 물론 전 그런 흔들기에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조중동의 흔들기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줏대 없는 살 사람들이 여기 흔들면 같이 흔들고 저기 흔들면 같이 흔들 뿐이었죠. 

그러나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사 이미지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바른 말을 잘 하고 그 말이 틀린 말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공격적입니다. 한국 정서상 공격적인 말투는 바른 말을 해도 그 전달 뉘앙스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다소 거친 방식으로 말을 자주 해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뉘앙스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노 전 대통령의 말이 말이 아닌 글로 전해지면 투사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노 전 대통령의 했던 행동과 글이 남게 됩니다. 말이라고 해도 텍스트로 전환되면 좀 더 부드럽게 담기죠. 돌아보면 노무현은 큰 어른이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 주었던 행동과 가르침과 성품은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제점을 잘 알고 지방 분권의 초석을 다졌고 부동산 광풍과 거품의 제동 장치인 LTV, DTI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복지 국가의 초석도 다졌습니다. 

정치인 최초로 팬클럽이 있었던 정치인 노무현. 투사의 이미지가 온 국민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후 했던 좋은 정책들이 대한민국의 고통을 그나마 덜어주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사 이미지는 국민들과 싸울 나오는 표정이 아닌 똥별들이 자신의 기득권 지키려고 할 때 군대를 비판하고 검사들이 집단으로 대들  때도 투사의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조중동과 권력자들이 수 없이 흔들 때도 투자로 변해서 피하지 않고 맞받아 쳤습니다.  


노무현 정신

노무현 정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노무현 정신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노무현이고 노무현 정신입니다. 각자 노무현 정신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입니다. 제가 느끼는 노무현 정신은 기득권을 비판하고 서민들을 살펴보는 시선이었습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앞에서는 국민님, 국민님이라고 조근조근 말하지만 실제는 서민들이나 국민들 의견 보다는 정치 역학 관계에 따라서 주고 받는 딜을 하는 사람이자 기득권층의 바람을 잘 따르는 사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정치권 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더 따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정당이 깨지고 열린우리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도왔습니다. 대통령은 정치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정치 중립적으로 행동하면 개혁의 칼 끝은 무뎌지고 이도저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한 스탠스를 취했습니다. 정치 중립적이기 보다는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에 서서 세상을 빠르게 재편합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개혁이 꽤 일어났습니다. 물론 4대 악법 개혁에 현재처럼 깽판을 치는 자한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모든 법을 반대해서 누더기가 되었지만 끊임 없이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하면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는 겁니다. 사람이 잘못하면 사과를 하고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그게 사람 아닙니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들판에서 뛰어노는 금수와 다를 게 업습니다. 동물이 부끄러움을 느끼나요? 인간만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그 반성의 기반 감정은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자신을 잘 만든 사람이자 자존감이 강한사람입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거나 없는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사람을 패고 죽이고 사람을 괴롭히고 공공질서를 어겨서 다른 사람이 지적을 하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삿대질을 합니다. 

부끄러움을 알았던 대통령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알았습니다. 서거하기 전에 많은 억지스런 비난이 있었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았던 분입니다.

영화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할머니가 손주가 저지른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집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이야기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투영한 영화였을까요? 부끄러움을 알고 서민의 마음을 알고 자신보다 우리를 우선했던 이타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 그렇다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행보를 좋게 본다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 잘 못된 행동입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이해를 합니다. 조금만 모질게 살았으면 조금만 덜 부끄러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것도 노무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장 안 좋은 행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후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동안 세상은 말도 못하게 혼탁해졌습니다. 이명박, 박근혜라는 보수도 아닌 자기 잇속만 챙기는 평균 이하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대한민국을 혼탁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습니다. 4대강 사업은 어용 교수와 언론이 번개 불에 콩 구워먹듯이 모두 해치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드물게 대리 대통령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죄를 짓고 감옥에 갔습니다.


참으로 불행했던 지난 날입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혼탁한 세상을 다시 맑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버닝썬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공권력의 상징체인 경찰과 검찰이 모두 견찰과 견찰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썩어 빠진 집단체가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어디 그 뿐 입니까? 법원이라는 곳은 행정부 수장의 말을 받드는 행동을 하다 걸렸죠. 어떻게 행정부와 사법부가 손 잡고 딜을 합니까?

언론은 어떻고요. 언론의 부패하고 더럽고 정의롭지 못하고 사실 왜곡의 작태에 대한 가장 큰 피해는 언론에게 갈 것입니다. 저도 언론 기사 중에 팩트만 체크하고 기자가 쓴 사족 같은 판단이나 의견은 그냥 대부분 무시합니다. 기자들이 워낙 현실 왜곡 질을 잘 해서 뉴스 기사도 알아서 해석하고 있네요.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기준을 잡아준 큰 어른 노무현 

저도 어른이지만 존경할 만한 어른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내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들 그럽니다. 참으라고 나서지 말라고 뒤로 물러서라고 괜히 나섰다가 너만 손해라고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보고 자란 것이 불의를 참는 사람이 중간을 가고 불의에 항거하면 큰 피해를 보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이런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가 절대 아니지만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꾸역꾸역 살았습니다. 이러니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라고 가르칩니다. 

최근에는 순응을 넘어서 약자를 조롱하는 일베를 대표로 하는 약자 괴롭히기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후 세상은 정말 혼탁해졌습니다. 약자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인간들이 늘고 부끄러움도 모릅니다. 이런 세상이 만들어진 이유는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서 살던 고도성장기와 달리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항상 돈에 쪼들리면서 살아야 하고 무한 경쟁이 미덕인 사회에서는 더불어 사는 방법이 희미해지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도를 찾고 뜻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거인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하라고 말을 합니다. 투사 이미지는 이 말에서도 빛이 납니다. 여가에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했고 몸소 실천을 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그립고 그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좋은 어른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현재보다는 시간이 지난 후에 해야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인품과 성품은 보고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마치 마음씨 좋은 이웃집 어르신 같네요. 

만약 노무현과 문재인 두 어른이자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보다 삶이 더 우울했을 것 같네요. 그나마 상식이 통하는 나라, 바르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잘 살아왔을까요? 확실한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나이들수록 성숙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고 살아보면 나이 많다고 성숙하고 기품 있는 건 아니고 좋은 사람이 나이 먹을 뿐이라고 느껴지네요. 

좋은 어른, 좋은 어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 하늘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온기 있는 눈으로 지켜보실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떠났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건 지나고 보니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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