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이유가 정원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원이라는 공간은 서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공간이 되었습니다. 정원을 만드려면 주택 입구의 마당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에서 마당이 있는 주택은 거의 없습니다. 마당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공간이자 식물을 키우는 공간이자 이웃과의 소통의 공간입니다. 마당은 외부와 내부의 완충지 역할도 하지만 이웃과의 관계의 완충지 역할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이 마당의 역할을 아주 잘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마당이 거의 멸종된 서울에서 마당을 가꾼 정원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있긴 합니다. 정원을 가꿔서 사람들의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카페들이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정원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단기 임대 부동산이라고 하는 카페들이 마음의 정원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소쇄원을 재해석한 예술의 전당의 한국의 정원전
비가 내리던 지난 금요일 예술의 전당 <한국의 정원전>을 보러 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왔네요. 한창 조각들을 설치하고 있네요. 해마다 5월 초가 되면 예술의 전당은 야외 조각 전시회를 엽니다. 이때가 예술의 전당이 가장 아름다워집니다.
캐논 EOS R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들고 찾아가 봤습니다. 조선 양반들의 모자인 갓을 형상화 한 메인 건물은 언제봐도 독특하네요.
<한국의 정원전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4월 18일부터 5월 19일까지 약 한달간 전시를 합니다.
입장료는 일반 13,000원입니다. 온라인 예매를 하면 10~20% 할인된 금액으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구에는 관련 소품들을 판매 전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원전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는 좀 생소한 전시회입니다. 보통 전시회라고 하면 사진전, 미술전, 조각 등 한 가지 분야의 전시가 많은데 최근에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로 전시회를 하는 주제전이 꽤 늘고 있습니다.
이 <한국의 정원전>은 전남 담양에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가진 소쇄원을 영상예술, 공간연출, 설치미술, 그래픽디자인, 사진, 공예, 에세이, 음악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전시회입니다. 소쇄원을 재해석한 독특한 전시회입니다. 입구에는 대나무 같은 긴 끈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바닥에는 대나무 잎 같은 것이 떨어져 있네요.
입구에는 대형 스크린에 화려한 미디어 아트 영상이 펼쳐졌습니다. 기선 제압을 하네요. 이 미디어 아트 영상은 아주 화려했습니다.
요즘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시네마그래피처럼 살짝 살짝 움직이게 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꽤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식물 같은 그림에 움직임을 넣은 전시회라서 생동감이 넘칩니다. 게다가 원작 그림보다 수배는 더 큰 벽면을 가득 채운 색의 향연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유명 화가 미디어아트 전시회가 가능하게 하려면 빔프로젝트와 벽면의 크기나 굴곡에 맞게 영사를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천장을 보니 캐논 빔프로젝터가 있네요. 이 <한국의 정원전>은 캐논의 빔프로젝터가 천장 곳곳에 설치되어서 빛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캐논은 카메라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복사기, 프린터도 만드는 O.A기기 제조업체이기도 합니다.
캐논은 사업부가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카메라, 쌍안경, 방송 영상 장비를 유통 판매하는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과 복합기, 프린터, 인쇄기, 프로젝터, 네트워크 카메라를 유통 판매하는 캐논코리아 비지니스 솔류션이 있습니다. 캐논 빔프로젝터는 캐논코리아 비지니스 솔루션에서 유통 판매합니다.
캐논 빔프로젝터는 이런 전시회에서 사용하는 고가 제품부터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이요 미니빔 프로젝터까지 다양한 프로젝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피우다 / 신선우>
영상의 좌우폭이 상당히 넓은데 이걸 1대의 캐논 빔프로젝터가 커버하는 것일까요? 와이드하네요. 화면비가 와이드를 넘어서 슈퍼 파나비전보다 더 넓습니다. 아마도 캐논 빔프로젝터 2대를 연결해서 영사하는 것 같네요. 전남 담양에 있는 소쇄원을 가본 적이 없지만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극찬을 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소쇄원을 가보지 못한 분들은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그래서 이 소쇄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설명이 보이네요. 매대, 제월당, 광풍각 등 소쇄원의 전각들에 대한 소개가 많이 보이네요.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조광조의 제자인 소쇄공 양산보의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1530년대에 조성을 시작해서 자식과 손자까지 이어서 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 소쇄원을 예술가들이 다양한 시선과 예술로 재해석을 했습니다. 총 6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정원전>은 캐논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전시가 많아서 전시회장 입구와 출구까지 어둡습니다. 암막커튼까지 있을 정도로 미디어 아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지나면 큰 공간이 열립니다. 가운데 소쇄원을 담은 이미지가 보이고 그 옆에 소쇄원을 재해석한 미니어처 건물이 있네요.
끝에는 작은 구릉 같은 공간이 있는데 정원을 형상화 한 듯 합니다. 식물이 심어져 있네요.
작은 정원 너머에는 다른 공간이 보이네요.
큰 공간을 지나자 또 다른 대형 스크린이 나왔습니다.
<소쇄원 눈으로 찍기 / 정원 기록가 꿈정>
시네마스코프 화각을 넘어서 MGM 65의 2.76 : 1 화면비 느낌이네요. 화면도 크고 넓어서 마치 소쇄원에 온 느낌입니다. 소쇄원은 넓은 공간은 아닙니다. 원래는 전각 1개로 시작한 소박한 개인 정원이었죠. 그러나 이 공간을 3대에 걸쳐서 자연의 흐름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을 자연스럽게 이용해서 훌륭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소쇄원을 처음 만든 양산보는 기묘사화로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지에서 죽자 세상과의 연을 끊고 이 소쇄원을 만듭니다. 만약 17살 양산보가 세상과의 연을 이었다면 자연을 이해하는 이해력은 낮았을 겁니다. 이 와이드한 스크린은 소쇄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여줍니다.
벽면에는 소쇄원을 촬영한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 있네요.
이 공간은 흥미롭습니다. 한옥의 툇마루를 재현해 놓았고 그 툇마루에 앉아서 소쇄원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 천장을 보니 캐논 빔프로젝터 2대가 나란히 붙어 있네요. 빔프로젝터 여러대를 연결해서 만든 울트라 와이드 영상이네요.
이 툇마루 뒤에는 창문처럼 뚫린 공간이 있습니다.
<몽타주 / 오디너리 피플>
이 공간에는 소쇄원을 흑백 포스터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 포스터 중에 마음에 드는 포스터는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전 이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쇄원에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제월당과 그 밑에 있는 사랑방 같은 광풍각이 선명하게 보여서 골랐습니다.
<소쇄원, 해와 달의 시 / 박한샘>
흑백 일러스트 영상이 병풍에 투영되어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대나무 숲을 지나온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 <한국의 정원전>은 전체 공간이 어둡기 때문에 화려한 영상도 많이 보이지만 어두워서 사색하기에도 좋습니다.
<환영의 공간 / 송계영>
가장 화려한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같이 산책할까요?'이라는 이 공간은 소쇄원을 단순 화려하게 재해석한 조형물과 비추는 커튼에 아름다운 영상을 투사해서 화려함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inside the garden / 신선우, 박정민>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스크린이 아닌 반 투명의 커튼 위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투사했습니다. 반 투명 느낌이라서 달빛의 은은함이 그대로 묻어나네요.
공간 전체가 이렇게 반투명한 커튼을 사용해서 커튼 뒤에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꽃이 팝콘처럼 터지는 영상이 쉴새 없이 나왔습니다. 딱 인스타 명소네요.
다만 이 전시회는 플래시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에 이 영상 앞에서서 촬영해야봐야 얼굴이 검게 나와서 인증샷으로 담긴 쉽지 않습니다.
대신 환한 곳이 있는데 들어가서 사진 촬영해도 됩니다.
이 영상을 투사하는 캐논 빔 프로젝터가 한 6대 정보가 사방을 쏘고 있네요. 빔 프로젝터가 프리젠테이션이나 영화 상영의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었는데 최근에는 미디어 아트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크린 대신 건물 벽을 스크린 삼아서 맵핑 기법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영상도 늘고 있습니다.
<소쇄원 속의 현대정원 / 박꽃슬>
500년 전 정원인 소쇄원 안에 현대정원을 심어 놓았네요.
이 거대한 항아리가 주는 운치가 아주 좋습니다.
20대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화려한 공간이자 아름다운 공간이라서 가장 오래 머무르시네요.
한옥의 창의 무늬와 오래된 가구들이 전시된 공간도 있었습니다.
분재도 있네요. 분재하면 일본을 떠오르지만 분재는 중국에서 삼국시대에 한국으로 넘어온 조경 기술입니다. 지금은 일본이 더 활발하게 활용해서 일본 조경술인줄 알고 있죠.
종이 대숲으로 시작한 전시회는 미디어아트 전시회로 끝이 났습니다.
이 길을 쭉 지나면 출구가 나옵니다. 출구를 몰라서 2번 돌았는데 <한국의 정원전> 전시공간이 크지 않아서 금방 다시 출구를 찾았네요. 전시회 관람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입니다.
출구 앞에는 나에게 정원이란?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서 나무에 거는 곳이 있습니다.
나에게 정원이란? 휴식이자 충전의 공간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정원은 안과 밖의 완충지이자 나와 세상이라는 관계의 완충지이자 마음의 완중지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거스를수도 크게 변화시킬 수 없지만 마당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고 가꿀 수 있는 자연을 심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당에 자연을 심고 우리는 그곳을 정원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정원전> 소쇄원의 정취를 색다르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