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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지구위의 현대인의 삶을 사진으로 담은 사진전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by 썬도그 2019.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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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막을 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전의 대규모 사진전인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을 드디어 봤습니다. 전시 기간은 3개월 넘게 진행되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서 이제서야 봤네요. 과천 현대미술관은 가면 좋은데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있으면 접근성이 좋아서 더 많이 자주 들리겠지만 과천에 있어서 큰 마음과 시간을 내야 갈 수 있습니다. 그나마 봄에는 꽃 구경하면서 쉽게 갈 수 있지만 겨울에는 마음까지 얼어서 잘 안 가게 되네요. 


<문명 : 우리가 사는 방법>은 무료 사진전은 아니고 유료 사진전으로 입장료 2,000원이 있습니다. 입구에 있는 88 서울 올림픽 기념작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꺼져 있었습니다. 1년 전 부터 꺼져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부품 조달이 되지 않아서 꺼놓았다고 하네요. 하기에 요즘 CRT 브라운관 모니터나 TV를 볼 수 없죠. 그동안 삼성전자가 TV 수상기 조달을 했는데 이마저도 끊어졌나 봅니다. 그렇다고 이걸 LCD 모니터로 바꾸자니 작품 훼손이 될 수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냥 이 상태로 두기도 그렇고요. 


<공항 컬렉티브 연작 / 카시오 바스콘셀로스>

출입구부터 거대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본 공항 이미지입니다. 물론 이런 공항은 없고 합성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파괴된 여객기도 있고 대한항공 여객기도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콩코드기도 보입니다. 하나의 연결 통로에 여객기들이 있는 모습이 마치 벌새가 물을 바시려고 모여든 것처럼 보이네요.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사진전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은 32개국 130명의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30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는 대규모 사진전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거대한 원형 공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원형 공간 벽과 가운데에 사진들이 가득 달려 있습니다. 이런 디스플레이는 이전에도 가끔 봤지만 전시회의 주된 부분을 이렇게 벽면이 아닌 공간에 하얀 뼈대를 세우고 그 뼈대에 대형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네요. 


각 벽면에는 사진들의 주제가 적혀 있습니다. 이 벽면을 빙빙 돌면 각 주제를 볼 수 있습니다. 빙빙 도는 것이 지구와 닮았습니다. 그래서 원형 전시 공간을 만들었나 보네요. 총 주제는 8개로 , 벌집, 따로 또 같이, 흐름, 설득, 통제, 파열, 탈출, 다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벌집 

<도쿄 압축 연작 / 마이클 울프 >

이 사진은 제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 사진이네요. 통근 전철 창가에서 피로에 젖은 도쿄 사람들의 고단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우리는 벌집 같은 대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북경, 도쿄, 서울은 많은 인구가 사는 도시입니다. 거대한 도시에 살면 좋은 점도 꽤 많습니다. 근거리에 각종 편의시설과 쇼핑몰이 있어서 삶의 편리성이 높습니다. 모여 살면 효율도 좋아지고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편의를 이용하기 위해서 서울 근교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는 분들이 많아요. 하루 중에 3시간 이상을 전철이나 버스에서 보낸다? 이런 삶이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통근 거리가 짧은 서울 도심 안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서울의 롤 모델은 홍콩입니다. 홍콩은 높이가 기본 50층입니다. 홍콩은 아파트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이기도 하죠. 땅은 좁고 홍콩 도심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많고 중국자본까지 유입되어서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2018년 초 홍콩 도심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 6천이니 말 다했죠. 땅값 아파트 값 비싼 곳은 고층으로 지어야 그나마 사람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됩니다. 


<갇히다-세분하다 / 베니 램>

300여 장의 사진 중에 가장 가슴이 아프고 인상 깊었던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령씨 가족의 침실이자 식당이자 부엌을 담은 공간입니다. 크기는 4.6제곱미터로 아주 작습니다. 2층 침대의 1층은 아버지가 신문을 읽고 있고 2층에는 두 아이가 이웃집 방해 안되게 조용히 공부하거나 자고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처음 본 건 아닙니다. 수년 전에 봤지만 다시 봐도 놀랍고 안타깝네요. 

이런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베니 램은 부적절한 주거형태와 도시슬럼화를 사진으로 고발했습니다. 


<가지돌기 도시 연작 / 로버트 폴리도리>

벌집은 동아시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개발도상국들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죠. 위 사진은 대형 사진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합성한 파노라마 사진으로 인도 뭄바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진을 가까이가서 보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판자촌 마을이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포크레인이 집을 허물고 있는 모습이네요. 전형적인 도시 빈민들이 사는 마을이네요. 한국의 70,80년대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표준 연작 / 로저 에베르하르트>

한국을 담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사진작가 로저 에베르하르트는 표준 연작을 통해서 한국도 담았습니다. 아 사진 시리즈는 꽤 흥미로운 사진 시리즈입니다. 2장의 사진이 1쌍을 이룹니다. 1장은 그 도시의 사진을 담고 1장은 그 도시의 호텔 방을 소개합니다. 도시 이름만큼 다양하고 다른 도시 풍경이 담겨 있지만 호텔 내부는 거의 비슷합니다. 위 사진 가장 오른쪽 아래가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바라본 남산 풍경과 호텔 객실 사진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현대일들은 사는 지역과 인종은 다르지만 돈을 버는 능력이 비슷하면 비슷한 곳에서 사는 느낌입니다. 특히 현대화가 많이 된 도시들은 비슷해 보입니다. 


따로 또 같이

<상록타워 / 정연두>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들은 혼자 사는 분이 있고 혼술, 혼영, 혼밥 등 혼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혼자가 좋은 점은 지내보시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우리들은 같이 있지만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고 싶지만 또 같이 있고 싶어합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주제의 사진 중에는 한국 사진작가 정연두의 상록타워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2001년 작품으로 이미 여러 사진전에서 자주 봤던 사진입니다. 정연두 사진작가는 상록 아파트 분들의 협조를 얻어서 상록 아파트 내부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한국사람들의 반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죠.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편의성에서는 최고의 주거 형태입니다 하지만 모든 공간이 동일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일해서 좋은 점도 많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좋지 못하죠. 그러나 우리는 편의를 최고 우선 가치로 생각하기에 같은 공간의 연속인 아파트에서 삽니다. 그러나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삶이나 외모는 다 다릅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아파트 주민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니까요. 


같으면서도 다른 이미지를 통해서 아파트라는 공간과 함께 우리 삶을 돌아보게하는 사진 작품입니다. 사진들은 상록 아파트에 사는 주거민들의 한껏 꾸민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이후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무지개 아파트로도 이어졌습니다. 



흐름

<전신주 31 , 일본 연작 / 안드레아스 게펠러>

우리 인류 문명이 크게 발전한 계기는 교류에 있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교류로 인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를 했습니다. 이후 책의 발명으로 지식을 기록하고 그 기록물이 흘러서 서로의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20세 후반 발명 된 인터넷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인류는 실시간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실시간 공진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유행하는 패션이 다음날 서울에서도 유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빠른 흐름으로 인해 지구촌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안 좋은 점은 흐름의 속도가 빨라져서 지역색, 국가의 색채가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보세요. KTX가 뚫리면서 지방색이 많이 사라졌잖아요. 


설득

<곧 출시 연작 / 나탄 드비르 데시구알>

현대는 광고와 홍보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구매욕을 키우고 구매를 합니다. 광고는 인간의 심리까지 이용할 정도로 설득의 공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제조사나 영화들은 마케팅 비용에 큰 돈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광고비가 포함된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통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그 브랜드 상품을 들고 다니면서 과시를 합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통제 

<BP 카슨 정유공장 / 미치 엠스테인>

인류는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서 오늘도 노력 중입니다.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으면 운칠기삼에서 운은 5 기술 5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자연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종족인 인류는 서서히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자연을 통제하려다 오히려 더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고 있는 인류이기도 합니다. 순리대로 살라는 말이 옛말이 아닙니다. 


<아리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 필리프 샹슬>

반면 동북아시아는 개인보다 집단주의가 우선시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간 통제를 아주 잘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색션입니다. 북한의 카드색션은 세계적이죠. 이에 못지 않게 카드색션 잘하는 나라가 한국이고 지금도 몇몇 고등학교는 전통이라면서 카드색션 응원을 합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직력, 협동심을 배우지만 정작 그걸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자기 발전이 아닌 보여주기식 행사입니다.


탈출

<사망 추정, 게티즈버그 재현 / 자일스 프라이스>

지구를 탈출하라는 주제는 아닙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즉 휴식을 주제로 한 카테고리입니다. 위 사진은 전쟁을 재현하는 행사를 관람하는 현대인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네요. 누구는 목슴을 걸고 싸운 과거의 전쟁인데 이걸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아픈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돌아보는 취지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냥 쇼죠! 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실제 남북 전쟁 당시 귀족들은 맨 뒤에 서서  마차에서 전쟁을 관람하기도 했다고 하죠. 귀족들에게는 구경거리가 전쟁이었습니다. 


<침묵하는 장군 연작 / 안미 레>

위 사진은 영화 촬영 현장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현대인들의 공통된 인기 휴식 도구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이미지와 액션과 사운드를 체험하면서 우리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도구입니다. 


파열

<미군 1대대 87보병대 / 데이먼 원터>

전쟁, 난민, 무력 분쟁, 시위, 인권 유린. 인류는 항상 이런 폭력에 노출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가 우리와 무관한 것 같지만 전쟁이 없는 한국에서도 가정내 폭력, 아동 학대, 데이트 폭력, 학원 폭력, 군대 폭력 등등 폭력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계질서에 의한 갑질도 하나의 폭력이죠.


<봉쇄된 국경에서 벌어진 이민자들과 마케도니아 경찰의 충돌/조르지 리초브스키>

이민자들의 문제는 항상 뉴스 사진을 크게 장식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자 고통 받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고통 받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젖게 합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이 세상에 너무 많습니다. 


이외에도 미래를 대변하는 다음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미래 기술과 미래의 자화상을 담고 있는 사진들만 가득했습니다. 다양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사진전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은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투영한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마치 300장의 거울을 본 느낌이네요. 그렇다고 사진전의 사진들이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독특함과 함께 이런 대규모 사진전이 사라진 요즘이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사진 만찬을 즐긴 느낌입니다. 


사진전 <문명 :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지구 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떠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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