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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뛰어난 증명성 때문에 증거물로 채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인증샷을 촬영합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2개의 속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메이킹 포토라고 하는 연출성이 있고 또 하나는 증명샷으로 대표되는 기록성이 있습니다. 사진은 뛰어난 재현성의 도구이지만 그 재현성을 기록성에 기대면 보도 사진, 다큐멘터리, 예술 사진이 되고 연출을 하면 연출 사진이 됩니다. 대표적인 연출 사진이 패션 사진, 광고 사진, 예술 사진 등이 있습니다. 


한때 한국 사진계는 리얼리즘 사진 즉 보도, 다큐 사진만이 사진이고 메이킹 포토라고 하는 연출 사진은 사진이 아니다라고 배척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출 사진도 사진, 기록 사진도 사진이라고 둘 다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연출 사진도 맞고 다큐 사진도 맞습니다. 장르만 다를 뿐 둘 다 사진입니다. 

장르는 문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코미디에서 주인공이 죽으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서 슬퍼하지 않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죽으면 눈물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전 더 나아가 다큐 사진과 연출 사진은 아예 다른 매체,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는 어떠한 연출과 과감도 없는 증명성을 극대화 한 사진이고 연출 사진은 증명성보다는 그림처럼 탐미성이나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이미지를 연출하고 가공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같은 사진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뿐 다큐 사진과 연출 사진은 아예 문법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소설이나 에세이나 텍스트로 표현하지만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텍스트이고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습니다. 이렇게 장르를 구분해서 내놓다 보니 소설을 읽고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에세이를 읽고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출 사진, 다큐 사진 구분 없이 배포되는 사진의 문제점

<로베르 두아노의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1950년 촬영>

위 사진은 연출 사진일까요? 다큐 사진일까요? 사진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나 위 사진을 처음 보는 분들 봤어도 관심 없는 분들은 위 사진을 파리의 한 노천 카페에서 '로베르 두아노'가 몰래 촬영한 스냅 사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위 사진은 연극배우를 꿈꾸던 연인 사이의 두 연극 지망생을 모델로 섭외한 후 파리의 여러 곳에서 촬영한 연출 사진입니다. 

이 연출 사진은 당시 가장 인기 높았던 사진 잡지인 라이프지에 실렸습니다. 물론, 두아노는 연출 사진이라고 라이프지에 밝히지 않았습니다. 80년대에 이 사진이 다시 크게 화제가 되자 그제서야 위 사진이 연출 사진임을 밝혔습니다. 

책이라면 어땠을까요? 아예 처음부터 위 사진은 연출 사진이기에 소설 코너에 소개가 되었겠죠. 그러나 사진은 이런 장르 구분을 촬영자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게 연출 사진인지 다큐 사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로버트 카파의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의 사진도 연출 논란이 있었다가 관련 증언들이 나오면서 잦아들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연출사진을 찍고 있는 모델/작성자: Julenochek/셔터스톡>

위 사진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연출 사진인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연출 사진이란 말 그대로 연출자가 의도하는 대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피사체를 인위적으로 설정 조절해서 촬영하는 모든 사진을 연출사진이라고 합니다. 반면 다큐 사진은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개입을 하지 않는 사진을 다큐 또는 보도 사진이라고 합니다. 


<웨딩사진가가 신랑,신부를 촬영하고 있다/작성자: Evgenyrychko/셔터스톡>

연출 사진의 대표적인 사진이 웨딩 사진이죠. 우리가 웨딩 사진을 보고 왜 연출을 했냐고 따지지 않습니다. 웨딩 사진의 목적은 현실을 왜곡하더라도 아름답게 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토샵을 사용해서 사진 보정을 넘어서 수정을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보정했냐고 따지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입니다. 마치 소설을 읽고 왜 거짓 이야기를 담았냐고 따지는 것과 같죠. 


<경복궁 뒤로 흐르는 은하수/작성자: Guitar photographer/셔터스톡>

위 사진은 다큐 사진일까요? 연출 사진(메이킹 포토)일까요? 사진을 잘 모르는 분들은 대번에 아름답다고 탄성을 지를 겁니다.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죠. 그러나 사진을 좀 아는 분들은 포토샵을 이용한 합성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은하수 볼 수 없습니다. 지방 그것도 가로수 없는 곳에서 촬영해야 은하수가 담기지 경복궁을 배경으로 은하수가 뜰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정교하게 합성을 하게 되면서 연출 사진과 다큐 사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위 사진도 합성인지 아닌지 저도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그러나 유사한 이미지를 보면 정황상 합성 사진이 맞습니다. 이렇게 합성 사진(연출 사진)과 있는 그대로 촬영을 하고 보정 정도만 한 다큐 사진이 구분의 느슨해지자 다큐 사진도 연출 사진으로 의심하고 연출 사진을 보고 다큐 사진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한 때 유행어가 되었던 말이 "합성이네"라는 말이었습니다. 


다큐 사진으로 봤다가 연출 사진이라는 소리에 느끼는 배신감

'스티브 맥커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에이전시인 매그넘 소속으로 다큐 사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사진은 세계적인 사진가인 '스티브 맥커리'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위 사진이 세상에 선보인 사진이고 아래 사진이 원본 사진입니다. 보시면 원본 사진에는 인력거를 탄 사람이 4명이고 뒤에 또 다른 자전거가 있습니다. 오른쪽 끝에는 과일 행상을 하는 분이 있네요. 

그런데 '스티브 맥커리'는 이 사진에서 불필요한 피사체를 삭제합니다. 먼저 인력거를 탄 사람을 2명으로 줄이고 과일 행상 테이블과 그 뒤에 있는 사람들과 전봇대도 삭제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포토샵으로 사진 속 피사체를 지워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진이 다큐 사진이 아닌 연출 사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에세이가 소설이 되는 겁니다. 이런 행동이 발각되자 '스티브 맥커리'는 자신은 '비주얼 스토리텔러'라는 변명을 했습니다. 이런 맥커리의 행동에 저 같이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바닥이 다 그런 것 아니겠어요? 순진하시긴 하고 맥커리를 옹호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진 바닥이 연출의 허용을 쉽게 허용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에세이라고 읽고 감명 받았는데 다 읽고 난 후에 그 에세이가 소설이었다면 감동의 깊이나 질이 똑같았을까요? 물론, 두아노의 '파리시청 앞에서의 키스'도 연출 사진이지만 좋은 사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중을 속인 행동에 대한 분노까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큐 사진으로 알고 봤는데 그 사진들이 연출 사진이었다면 감동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요?

반대로 연출 사진이라고 알고 봤는데 다큐 사진이라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배신감이 아닌 감동이 더 흐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현실보다 더 위대한 허구는 없다고 하죠.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영화들이 현실을 재현하거나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많은 이유도 현실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영상입니다. 사진공모전에 흔하게 나오는 계단식 논에서 작업(?)을 하는 아낙네들의 풍경입니다. 전형적인 목가적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보통 이런 사진을 찍는 풍경을 예상해 보면 카메라 배낭을 멘 고독한 사진가가 혼자서 마을 구경을 하다가 몰래 촬영을 한 후에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초상권 허락을 받고 촬영하는 풍경을 예상합니다. 다큐 사진들이 그런 식으로 촬영을 합니다. 

그러나 보시면 이건 다큐 사진이 아닌 명백한 연출 사진입니다. 피사체에 손을 가하고 포즈를 요구합니다. 이건 쉽게 말해서 야외 스튜디오 연출 사진입니다. 하지만 설명을 안 하면 그냥 흔한 다큐 사진으로 생각하죠. 그러나 이런 풍경에서 촬영했다면 왠지 모르게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래요"라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수 있고 한 번 이런 풍경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과 목가적인 사진도 연출 사진이 아닐까 의심을 하고 보게 됩니다. 우리가 보는 수 많은 사진공모전 사진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연출을 한 사진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사진이라서 감동을 받았는데 실제로 드라마 찍듯 연출을 한 사진이면 감동이 덜하겠죠. 


어디까지 연출이 허용될 수 있을까?

< AP 사진기자 '조 로젠탈'이 촬영한 이오지마 섬의 성조기. 1945년 2월 23일 촬영>

그렇다고 다큐사진도 연출이 어느 정도는 가미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어디까지 연출을 허용하느냐는 문화마다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것입니다. 저는 촬영 후에 확대 크롭하는 프레이밍 조절까지는 연출이 아니라고 느껴지지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그마저도 연출로 생각해서 프레이밍 변경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사진은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당시 가장 전투가 치열했던 이오지마 섬을 미군이 탈환한 후 성조기를 꽂는 사진입니다. 누가 봐도 보도 사진이자 다큐 사진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 사진은 연출 사진입니다. 미해병대가 성조기를 이오지마 섬 산 정상에 꽂고 내려가던 중 '조 로젠탈'이 자신이 사진 촬영을 못했다면서 성조기를 빼고 다시 꽂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미해병대 군인인 사진을 위해서 성조기 꽂는 장면을 다시 재현했습니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재현한 사진은 연출 사진일까요? 다큐 사진일까요? 이렇게 연출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다릅니다. 따라서 이건 연출이다 아니다 정의를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과정이 있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대체적으로 우리가 인정하는 연출은 사진 후보정에서 명암 대비나 색조 변경까지는 허용을 합니다. 단, 과도한 보정으로 보정이 아닌 수정이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정은 연출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진공모전들이 합성 사진 금지, 보정도 과도한 보정 사진은 수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맹점을 텍스트 설명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몰을 촬영하는 사진가/작성자: FloridaStock/셔터스톡>

사진은 즉시성이 뛰어난 매체로 백마디 설명 보다 1장의 사진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도 맹점이 있습니다. 먼저 사진은 왜곡하기 쉬운 매체입니다. 프레임만 바꿔도 진실을 왜곡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매체보다 촬영자의 양심이 중요하고 촬영자의 양심과 시선을 오롯하게 담아야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보도, 다큐 사진은 사실 왜곡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사진 1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고 사진을 보고 오해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보도 사진들은 캡션이라는 텍스트를 이용해서 사진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보도 사진들은 캡션이 중요하고 사진 밑에 텍스트 설명을 같이 담아야 합니다. 특히 재현한 사진이거나 연출이 가미된 보도 사진은 그 사실까지 설명에 넣어야 오해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뉴스 동영상에서 재현 장면이라고 적극적으로 캡션을 답니다. 

우리가 즐겨 보는 책이나 영화는 장르를 구분해서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구분을 하고 책 서두에도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밝히거나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염두하고 책이나 영화를 봅니다. 그러나 사진은 장르 설명이 없습니다. 그냥 사진만 보고 이게 연출인지 다큐 사진인지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사진을 보는 사람이 연출인지 재현인지 다큐인지 알 수 있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사진은 적극적으로 연출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나 사진은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오해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사진도 책이나 영화처럼 사진 구석에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적어 놓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냥 보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해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도구는 동일하지만 사진을 사실을 담는 도구로 활용하는 다큐 사진이 있고 허구의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 활용하는 연출 사진이 있습니다. 이 구분을 아이러니하게도 텍스트를 이용해야 사진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질 겁니다.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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