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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목격자. 핵고구마 비호감 주인공이 범인보다 더 미워보이다

by 썬도그 2018.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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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참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고구마 20개를 먹은 듯한 핵고구마 주인공을 본 적이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보통의 주인공들은 오글거리지만 정의감 충만하고 선하고 바른 길을 걷는 주인공이 대부분입니다. 악마인지 천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주인공이 있긴 했지만 이 영화 주인공처럼 악마는 아니지만 이렇게 답답하고 이기적인 주인공이 있었나 할 정도로 보는 내내 짜증났습니다. 

보다가 액정을 찢고 들어가서 주인공 뒤통수를 한대 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의 안절부절


어린 딸을 둔 가장 상훈(이성민 분)은 얼마 전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상훈은 회사에서 회식 후에 혼자 택시를 타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여자의 비명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아서 집으로 올라갑니다. 


씻고 생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하려던 상훈은 아파트 1층에서 들린 여자 비명 소리를 듣고 창가로 갑니다. 창 밖을 보던 상훈은 깜짝 놀랍니다. 한 사내가 여자를 무심한 듯 둔기로 때려서 죽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상훈은 술이 확 깹니다. 이때 아내가 거실 불을 갑자기 켭니다. 6층에 사는 상훈의 집에 불이 들어오자 1층에서 사람을 죽이던 살인마는 6층을 바라보고 손가락으로 층수를 세기까지 합니다. 창가에서 황급하게 물러났던 상훈은 살인마가 올라오지 않을까 해서 문단속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는 정내미가 확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1층에서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고 그걸 목격한 주인공이 해야 할 행동은 112 신고입니다. 그러나 이 상훈이라는 주인공은 하지 않습니다. 안 할 수 있습니다. 살인마가 무서워서 안 할 수 있고 실제로 뉴욕 제노비스 사건도 목격자들이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아서 제노비스가 죽었다고 하죠.

그러나 이 방관자 효과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는 뉴욕 제노비스 사건은 진실이 아닙니다. 언론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입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불의를 보고도 아주 잘 참습니다. 한국의 법이 그렇죠. 길가에서 누군가가 맞고 있으면 말리다가 가해자와 주먹 다짐을 하면 쌍방 폭행으로 경찰서에 끌려 갑니다.

이번 거제도 살인사건이 그걸 잘 보여줍니다. 새벽에 한 할머니가 맞다가 쓰러져 죽었고 차를 타고 지나가던 3명이 이걸 보고 가해자와 싸움을 합니다. 목격자는 가해자를 패서 바닥에 엎드리게 합니다. 보통 이런 용감한 시민 또는 목격자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너무 많이 팼다고 지적을 합니다. 

정당방위도 잘 인정하지 않고 아무 잘못도 없이 일방적으로 맞다가 반격을 해서 서로 때리면 쌍방과실로 치부합니다. 또한 선의로 남을 도와주다가 오히려 내가 피해를 보는 일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불의를 보고도 참아야 한다고 한국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한국 법이 거지 같아서 만들어진 풍토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위급한 사람을 도와줍니다. 


비호감 겁쟁이에 이기주의자 주인공에 분노가 치밀다

살인마와 눈이 마주친 상훈은 살인현장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빤히 쳐다 봅니다. 그리고 살인마가 자신을 봤다고 확신이 들자 겁을 먹고 모든 것을 숨기기 시작합니다. 경찰이 목격자를 찾는다고 할 때도 모른 척 합니다. 살인이 일어난 당시에 112로 신고를 하지 않은 것부터 이 주인공이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주인공이 살인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피해자는 죽습니다. 

그럼 다음 날이라도 경찰에 이실직고를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안 합니다. 철저히 숨깁니다. 자신의 딸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 숨기는 행동이 약간은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그렇지 참 비겁하고 치졸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경찰이 정황을 잡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는데도 강력하게 목격하지 않았다고 하는 모습에서는 넌덜머리가 나더군요. 이렇게 까지 목격을 하지 않았다고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자 주인공 뒤통수를 수 차례 가격하고 싶었습니다.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는 것 같은데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살인마가 목격자 상훈의 아파트를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만 살인마가 아파트를 자기집처럼 배회하는 자체도 참 웃깁니다. 살인 사건이 나고 CCTV에 범인의 인상착의가 포착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살인마는 비슷한 복장을 하고 아파트를 돌아다닙니다. 

이 영화 <목격자>가 수천 명이 사는 아파트지만 아파트 생리상 살인사건 같이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에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 아파트촌 사람들의 생리를 그린 영화입니다. 즉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비정함과 도시의 삭막함을 담으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게 잘 담기지 않습니다. 아파트 가격 하락 때문에 부녀회장이 경찰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의하는 모습 속에서 상훈의 아내 수진이 돈 보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게 매끄럽게 담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훈의 찌질함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게 하는 행동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상훈의 주저거림과 살인마가 아파트를 배회함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경찰에 협조를 가열차게 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짜증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게 합니다. 


형사 재엽(김상호 분)이 그나마 주인공 대신 정의감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나마 형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 영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그라운드에 난입한 관중과 같은 캐릭터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짜증은 더 폭발하게 됩니다. 또한 경찰의 무능함이 후반에 펼쳐지면서 정을 붙일 캐릭터가 거의 다 사라집니다. 그나마 영화 가장 말미에 상훈의 아내 수진이 이 미쳐가는 영화의 마지막 등불이 됩니다.

주인공 상훈의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살인을 방조했고 이 행동이 영화를 끝나고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살다살다 이런 추악한 주인공은 처음 봅니다. 물론 상훈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삽니다. 그럼에도 상훈에게 감정이입을 할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영화 <목격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

영화 목격자의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인데 흥행은 250만 명이 봤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본 영화이고 주변에서도 많이 봐서 볼만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전혀 볼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올해 최악의 영화 TOP5 안에 들어갈 정도로 짜증만 가득합니다. 

주인공 자체가 밉상입니다. 영화 후반에 정신을 차리나 했는데 이번엔 너무 과열된 행동을 하면서 영화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그렇게 도망다니던 상훈이 살인마를 쫓아갑니다. 다시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주인공에 대한 분노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합니다. 보면서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영화가 참 못났습니다. 절대 비추입니다.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지는 알겠는데 잘 전달되지도 않고 영화 규모도 크기 않습니다. 개연성 실종에 밉상 주인공 질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합쳐져서 이상한 영화가 만들어졌네요

별점 : ★☆

40자 평 : 범인보다 목격자의 핵고구마 행동에  더 분노하게 된 이상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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