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주제로 한 블로그이다 보니 어느 블로그 보다 사진을 많이 올립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방송국에서 제 블로그에 소개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연락이 오는 것 같네요.
지난 금요일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 종편 예능프로그램 이름으로 제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는 메일이었습니다. 해외 유명 스타 사진이라서 제가 촬영한 사진은 아니고 해외에 소개된 사진을 제 블로그에 소개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이 저에게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사진 저작권 메일을 보내면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거나 회신을 부탁드린다고 하는데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을 해 달라는 내용이 좀 황당하면서도 불쾌했습니다. 메일에 어떤 정중함도 없고 자신의 할 이야기만 적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은 연락하면 알려주겠다라는 소리죠.
좀 고압적인 자세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이런 메일 받으면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난 당신 사진을 쓰고 싶은데 자세한 말은 당신이 나에게 연락하면 알려줄께!라는 태도는 정말 좋은 태도가 아니고 상당히 불쾌한 태도입니다. 물론, 이해는 갑니다. 방송국이 워낙 분단위로 움직이고 많은 인원이 모여서 긴장의 연속에 시간에 쫓겨서 방송을 만드니 이런 간단하고 무례한 태도의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진 저작권 문제 때문에 메일을 자주 보낸다면 어떤 일정한 형식에 맞춰서 정중하게 요청을 했으면 합니다. 또한 방송국에서 메일일 보내는 건지 아닌지 메일만 보고 확실히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위 메일은 닉네임에 종편 예능명이 적혀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메일이라면 종편 방송사 로고라도 넣고 연락처나 담당자 성함을 넣어서 보내는 것이 맞는 형식 아닌가요?
자그마한 중소기업도 정중하게 보내고 자신의 연락처와 주소까지 적어서 보내주는데 어떤 회사가 이런 식으로 협조를 구합니까?
방송국은 블로거 사진을 왜 공짜로 사용하고 싶어할까?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있는 방송국 사람들 / 촬영자 Sinngern (셔터스톡)
한 6~7번 정도 방송사에서 제 사진을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6~7번 모두 사진을 쓰고 싶은 대가인 저작권료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료를 주지 않는 것이 방송국의 기본 방침 같습니다. 한 번은 이번 메일처럼 연락처를 남겼기에 전화를 했더니 예능 작가님이 받으시더군요. 그래서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상당히 난감해 하더니 돈으로 줄 수는 없고 방송국 기념품을 주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아무래도 방송 예산이 많지 않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방송국 제작비가 적은 것은 적은 것이지 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사용하는데 대가를 주지 않는 건가요? 할 수 없이 그럼 그 기념품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결국 안 보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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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것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또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이번엔 제 연등축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연락 달라고 합니다.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대가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공짜로 사용하고 싶다는 소리네요.
방송국에서 일반인이나 블로거에 올려진 사진 사용하고 싶어하면 합리적인 대가를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블로거들이 사진 장사꾼도 아니기에 많은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돈으로 지급하기 어려우면 기념품 정도라도 주던가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대가도 없습니다. 이게 방송국들의 기본 마인드인가요? 돈 많은 방송국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비슷한 일을 다른 분야에서 경험해 봤습니다. 한 잡지사가 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면서 잡지가 나오면 잡지 1권 보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흔쾌히 허락을 했고 약속대로 잡지가 도착했습니다. 또 한 번은 역사책을 쓰고 있는 저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는 대가로 3만원과 책이 출간되면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역시나 약속을 잘 지키셨습니다.
방송사 보다 잡지사, 출판사, 저자가 더 돈을 많이 벌지 못합니다. 그런데 1년에 수백, 수천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송사들은 왜 이리 사진 저작권료에 대한 개념이 없을까요?
이런 행동은 방송국이 마치 대단한 상전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에 있습니다. 방송국 사람들도 방송사라고 연락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 눼눼눼하고 공손하게 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아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블로거가 촬영한 사진은 널려 있는 공짜 스톡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막 퍼다 씁니다.
저 메일 보낸 방송국 작가나 조연출 분은 제가 사용 허락을 하지 않으면 다른 블로거에게 연락을 해서 공짜로 쓸 수 있을 때 까지 계속 메일을 돌릴 겁니다. 이게 방송국 사람들의 저작권이 있는 사진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블로거들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방송국에서 자신의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대가를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방송국 사람들의 고압적이고 성의 없는 태도는 고질병
방송국의 모든 사람들이 예의 없고 버릇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일부라고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방송국 사람들은 다들 고압적이었습니다. 방송국이 무슨 상전인지 사람들이 방송국 다닌다고 하면 우러러 봐서 그런지 고개가 빳빳합니다.
기가 쎈 연예인들을 상대해서인지 일반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지 못합니다. 한 방송사가 상암동에 있는 유명한 동네 서점을 담은 제가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사용하고 싶다고 메일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상암동 서점은 그 방송사에서 500m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입니다. 그냥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촬영하면 됩니다. 그게 싫어서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 방송국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 태도가 싫어서 방송국 사람들이 싫습니다.
방송국 안테나 / 촬영자 : gyn9037 (셔터스톡)
유튜브 같은 방송 대체재 시장이 커지면서 공중파 방송을 비롯 종편 시청률을 계속해서 떨어질 겁니다. 그리고 TV말고 볼거리 즐길 거리가 계속 늘어나면서 TV 안 보는 인구도 늘어날 것입니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무조건 우러러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방송사들이 방송 욕심에 거짓 방송, 고압적인 연출, 연출 조작 등의 문제도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방송국을 호의로 대하니 자신들이 상전으로 아는 방송국 사람들 그래서 요즘 방송국놈들이라는 말이 나오나 봅니다. 방송 방영하고 VOD 서비스 등으로 저작권 수익을 내면서 그 방송을 만드는 원소스가 되는 참고 사진들은 왜 저작권을 주지 않은 것일까요? 보도, 비평 목적의 사진은 사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만 예능은 보도 프로그램도, 비평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그럼 정당한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내야 합니다.
블로거가 무슨 방송 하청 업체입니까? 앞으로 방송사들도 사진 1장을 쓰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내고 쓰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