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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술 먹고 보면 딱 좋은 B급 애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by 썬도그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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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애니 강국입니다. 애니는 아이들만 본다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프라임 타임에 성인용 애니를 방영할 정도로 애니가 일상인 나라입니다. 이렇게 애니와 만화에 대한 저변이 견고하다 보니 말도 안되는 애니, 독특한 애니가 많이 나옵니다. 

내가 본 일본 애니 중에 손 꼽히는 독특한 애니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입니다. 


검은 머리 아가씨는 술을 마음껏 먹고 싶지만 이목 때문에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없습니다. 어느 날 회식 후에 벚꽃이 핀 주점 거리에서 술을 마음껏 먹게 될 기회가 생깁니다. 이런 검은 머리 아가씨를 흠모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선배는 이 아가씨를 좋아하지만 쑥맥이라서 좋아한다고 고백은 하지 못하고 짝사랑만 합니다. 선배는 최대한 동아리 후배인 아가씨와 우연히 자주 만나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이런 행동은 소심한 남자들이 흔히 하는 행동 중 하나죠.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진정한 술꾼 이백을 만나게 됩니다. 이백과의 술 대결에서 승리한 아가씨는 교토 폰토초의 여름 헌책시장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읽은 책을 구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선배는 좋아하는 후배가 찾은 책을 찾기 위해 매운 음식 먹기 대회를 통해서 그녀가 찾는 책을 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스토리는 궤변에 가까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선배가 좋아하는 여자 후배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는 로맨스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줄거리를 축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마치 초등학생이 자기 멋대로 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보다는 그냥 이 애니가 주는 상상력만 따라가면 됩니다. 

맨 정신에 보면 뭔 소리야! 뭐 이 따위 이야기가 다 있나? 하겠지만 의식의 흐름이자 막말 같은 스토리의 논리를 찾기 보다는 그냥 무던하게 보면 재미있는 상상의 쾌감이 좋습니다. 추천하는 감상법은 술을 마시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보면 가장 좋습니다. 다만 술 먹고 자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1년 같은 하룻밤을 애니로 담았습니다. 일본 출판 전문지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1위에 오른 원작을 영화로 만든 이 애니는 작화가 독특합니다. 대충 그린 것 같으면서도 뛰어난 채색과 상상력으로 구현한 세상은 표현주의 그림에서 팝아트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현란하다라는 말이 가장 적당할 정도로 작화가 판화 같다고 할 정도로 원색이 가득합니다. 여기에 술 먹고 또는 꿈 속을 영상으로 옮긴 듯한 뛰어난 상상력을 녹여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아예 없는 것도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귀여운 여자 후배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 선배의 고군분투와 사랑스러운 아가씨의 당당함이 벚꽃 아래서 마시는 와인처럼 상큼합니다. 다만 이런 B급 애니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서 호불호가 강합니다. 궤도에서 벗어난 전철을 타고 벚꽃 길을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치 밤 벚꽃길을 그녀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느낌입니다. 


술주정뱅이의 혀꼬인 소리 같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제목 자체도 독특하죠. 이 말은 감기에 걸린 이백으로 인해 온 마을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아가씨가 폭풍을 뚫고 병문안을 합니다. 이때 이백이 하는 대사입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쉽게 말하면 청춘은 짧으니 마음 껏 즐기라는 소리죠. 비유도 독특합니다. 보통 청춘은 한 낮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백은 청춘을 밤으로 비유했네요. 

밤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 지배하는 시간입니다. 청춘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가치있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죠. 특히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해야 합니다. 감성에 따라 움직이라는 이백의 충고. 그렇게 아가씨는 감성을 큰 잔에 따라서 마시면서 점점 감성의 눈을 뜹니다. 마찬가지로 이성이 지배해서 좋아하는 후배 앞에서 데이트 신청 한 번 못한 선배도 감성에 따릅니다. 

그런면에서 감성 증폭제 술은 청춘의 친구이자 도우미입니다. 좋아서 마시고 슬퍼서 마시는 술. 맛 좋은 술을 마시고 밤 벚꽃 길을 그녀와 함께 걷는 느낌의 애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말도 안되는 상상력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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