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steemit)을 아시나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의 SNS 플랫폼입니다. 정확하게는 SNS 보다는 마이크로 블로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내/외부 광고를 붙일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카카오 브런치나 네이버 포스트 같지만 글의 길이가 짧은 글들이 많고 사진만 올리는 모습을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느낌도 납니다.
콘텐츠 생산자와 큐레이터 모두에게 수익을 주는 스팀잇(Steemit)
스팀잇은 아주 독특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입니다. 보통 우리가 백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려도 돈을 주지 않습니다.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부착해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카카오에서 돈을 주지 않죠. 공짜로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스팀잇은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부착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글과 사진을 올리면 다른 분들이 내 글을 보고 보팅(좋아요! 와 비슷한 개념)을 해주면 나에게 수익이 발생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내 글을 리스팀이라는 리트윗 또는 공유를 해도 수익이 발생하고 보팅을 해도 수익이 발생합니다. 즉 콘텐츠 생산자와 좋은 콘텐츠를 퍼 나르고 소개하는 큐레이터 모두에게 보상을 줍니다.
이런 모습은 2008년 '다음블로거뉴스'에서 먼저 시도한 방식입니다. '다음블로거뉴스'는 블로거들의 우물가인 메타블로그 서비스였습니다. 블로거 플랫폼에 올라온 양질의 글을 모아서 소개하면서 동시에 좋은 글 발굴을 다음 운영자가 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 소비자인 일반인들에게 그 권한을 이양했습니다.
좋은 글을 발굴하는 추천왕(큐레이터) 중에 가장 좋은 글을 많이 발굴한 큐레이터를 매주 수 명을 선정해서 1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줬습니다. 콘텐츠 생산자인 블로거들은 큐레이터가 좋은 글이라고 발굴하면 메인에 뜨고 그렇게 메인에 뜨면 방문자가 늘어서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콘텐츠 생산자도 수익을 내고 그 글을 발굴한 사람도 수익을 내는 모습이 지금의 스팀잇과 비슷합니다.
초기 '다음블로거뉴스'는 이 추천인들의 차별을 뒀습니다. 추천왕에 오른 분들은 다른 분들이 추천을 하면 1이 올라가는 것과 달리 1번 추천을 해도 추전지수 20이 올랐습니다. 즉 추천지수의 차별화를 뒀습니다. 이는 신뢰성 높은 추천인들의 추천의 질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을 초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만 예상했던 대로 완장을 찬 추천왕들이 자기들끼리 추천을 하는 추천품앗이를 자행하면서 일반 추천인들의 불만을 자아냅니다.
결국 추천왕들의 어뷰징과 권력을 이익으로 전환하는 행태가 만연하면서 다음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을 동일하게 주는 방식으로 바꿉니다.
스팀잇의 추천왕들인 고래
스팀잇은 구조가 아주 복잡합니다. 블로그 구력 10년이라고 해도 2주가 지난 지금도 이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글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있긴 한데 큰 생태계를 친절하고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이 많지 않네요. 게다가 에디터도 조악해서 사진과 글을 올리고 꾸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글의 다양성이 아직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글이 가상화폐 관련 글과 스팀잇 자체에 관한 글입니다. 글의 다양성 부족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입소문이 더 커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지금은 2008년 다음블로거뉴스의 초기 모습으로 보입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스팀잇은 스팀이 있고 스팀파워가 있고 스팀달러가 있습니다. 이 3개를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립니다. 이러다 보니 시작을 해도 이걸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스팀잇은 스티머가 내 글을 읽고 글 하단에 업보팅을 누르면 업보팅 카운팅이 1올라가고 수익이 바로 하단에 표시되면서 올라갑니다. 이 업보팅에는 레벨이 있습니다. '다음블로거뉴스' 추천왕처럼 업보팅(추천)을 하면 다른 사람과 달리 수익이 확 오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흔히 고래라고 합니다.
플랑크톤(입문자)이 글을 읽고 업보팅을 하면 0.01스팀달러도 올라가지 않지만 고래가 업보팅을 하면 10 스팀달러가 확 올라갈 수 있습니다.
스팀잇의 권력자라고도 할 수 있고 스티밋 뉴비(입문자)를 이끌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이 고래들이 추천을 누르면 수익이 확 오릅니다. 이런 권력을 얻은 고래들은 스팀잇 생태계에 큰 영향력을 줍니다.
고래라는 시스템을 보면 마치 대의민주주의 같기도 합니다. 분권화가 좋긴 하지만 의견 결정 속도가 느린 단점도 있죠. 그래서 국민들의 권력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고래라는 권력이 높은 분들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이 생태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수도 있고 그렇다면 댓글로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고래들은 권력이 높습니다. 이 고래들은 뉴비들을 이끌고 이 스팀잇 세계를 보살피고 이끌고 방향을 만드는 큰 역할을 합니다. 그 대가로 높은 스팀파워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스팀파워도 돈 주고 살 수 있어서 이런 역할을 꼭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팀잇의 추구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쓰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의 만들려면 이 고래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고래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업보팅을 해주면 글을 쓴지 얼마 안되는 사람도 힘을 얻어서 또 양질의 글을 계속 올리게 되고 다시 추천을 받으면 계속 좋은 글을 계속 쓰게 될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양질의 글을 쓰고 노력을 해서 써도 고래들의 버프를 받지 못하면 글을 좀 쓰다가 수익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글 쓰기를 중단하고 이 스팀잇을 떠날 것입니다.
양질의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고래들에게 좋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스팀잇 생태계는 커지고 그렇게 되면 고래들의 수익 및 파워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
보팅봇보다 고래풀이 더 문제같은데.. 스팀잇글 읽기
그러나 이 스팀잇의 고래들이 좋은 고래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이 글을 읽으니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네요. 고래들이 자신의 높은 권력을 자기들끼리 돌려 쓰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업보팅 품앗이는 물론 셀프보팅(자신의 글에 자신이 추천해서 수익을 내는)과 함께 부계정을 만들어서 보팅을 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블로거뉴스'에서 발생한 추천품앗이와 비슷합니다.
이런 악의적인 고래들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 다 그렇고 그렇죠. 문제는 이런 어뷰징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고래들이 선의를 가진 착한 고래보다 많으면 스팀잇은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어뷰징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착한 고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뿐입니다.
단기 수익을 원한다면 악의를 가진 나쁜 고래들의 행동이 낫겠죠. 그러나 그렇게 자기들끼리 업보팅을 하고 수익을 나누면 이 스팀잇은 망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인 수익을 낼 수도 없습니다. 스팀잇이 망했는데 수익을 어떻게 내겠습니까? 따라서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서라도 양심에 위배되는 업보팅을 해서는 안됩니다.
대세글 중에 읽을 만한 글이 거의 없다
스팀잇에는 대세글, 인기글이 있습니다. 인기 높은 글을 따로 모아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대세글이나 인기글에 양질의 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좋은 글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스팀잇이나 가상화폐에 관한 글이고 레벨이 높은 분들의 글이 많습니다. 물론 글을 많이 쓴 분들이 글을 잘 쓰기에 좋은 글을 많이 쓸 확률이 높지만 전체적으로 갸우뚱하게 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아직 미흡한 게 많은 스팀잇이고 어뷰징도 많고 헛점도 많고 진입장벽도 높습니다.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에게 많은 수익을 주는 그 목적만큼은 아주 좋네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티머들이 모두 선의를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합니다. 지난 2주일 동안 지켜본 스팀잇은 장단점이 확연하고 일부 어뷰징들이 보이지만 선의를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선의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2의 다음블로거뉴스(나중엔 다음뷰로 이름을 바꿨죠)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매일 쳐다 보면서 선의를 다독이면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