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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엇갈리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 깊은 사랑이 가득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by 썬도그 201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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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스토리텔링 강국입니다. 영화의 표현력이나 에너지는 한국 영화가 좋지만 스토리만 보면 일본 영화들이 좋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의 만화나 소설 의 힘이 아주 좋기 때문이죠. 일본은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실로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만화와 소설이 나와 있습니다. 영화의 원자재라고 할 수 있는 만화와 소설 중에 대중성 높은 만화와 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영화 중에는 일본 원작 만화나 소설인 영화가 많습니다.

사실 일본과 우리의 다른 점은 기발한 상상을 우리는 소설이나 만화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약간 대중성이 떨어져도 기발한 상상을 소설로 만화로 만듭니다. 소개할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기발한 상상이 발화되어서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네요.  


고마츠 나나 때문에 선택한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요즘 일본 영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젊은 여배우 중에 눈여겨 보는 배우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막내로 나온 '히로세 스즈'와 <바쿠만>에서 처음 본 '고마츠 나나'입니다. '고마츠 나나'는 빅뱅 지드래곤과 스캔들이 있어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배우입니다. 전 이 '고마츠 나나'를 보고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지만 한 번 보면 잊지 못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매혹적인 얼굴입니다. 

이 '고마츠 나나'의 연예물이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봤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흔한 일본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죠. 다 보고 나니 제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불꽃 같은 사랑을 한 연인의 모습이 참 마음 아프면서도 따뜻하게 하네요. 


영화 제목이 스포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영화 제목이 스포입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이 제목만 보고 갸우뚱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설명을 들으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시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는 시간여행물은 아닙니다. 다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두 연인의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20살 미대생인 타카토시(후쿠시 소타 분)은 전철에서 에미(고마츠 나나 분)에 한 눈에 반해버립니다. 숙맥인 타카토시는 용기를 내서 전철에서 내린 에미에게 전화번호를 묻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이 됩니다. 전철 플랫폼에서 서로를 소개하고 또 볼 수 있느냐는 타카토시의 말에 에미는 주르룩 눈물을 흘립니다. 흠짓 놀란 타카토시. 그렇게 두 사람은 첫 만남을 한 후 내일 보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다음 날 동물원에서 기린을 그리고 있던 타카토시 앞에 에미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매일 같이 만난 두 사람은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점점 연인이 되어갑니다. 숙맥인 타카토시는 속도 조절을 하지만 신기하게도 타카토시의 모든 제안을 에미가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에미가 만든 스튜의 맛에 반한 타카토시의 칭찬에 초콜렛을 넣었다고 하는 에미. 초콜렛을 넣어서 스튜를 만드는 건 타카토시 엄마의 레시피인데 이상하게도 그걸 에미가 똑같이 따라합니다. 마치 예지력이 있는 것처럼요. 

에미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는 타카토시는 에미가 집에 놓고간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큰 혼란에 빠집니다. 그 다이어리에는 나의 첫째 날, 그의 30일이라는 글이 써 있고 그날 있었던 일들이 간단명료하게 적혀 있습니다. 갸우뚱하면서 다음장을 넘기니 날짜가 미래가 아닌 과거로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30일 동안 행적이 적혀 있는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혼란스러워 할 때 에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데 내일 다 밝히겠다고 합니다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시간이라는 열차에서 스쳐 지나가는 30일을 담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다음날 에미는 타카토시에게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해줍니다. 자신은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으로 타카토시와 달리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고 말합니다. 아마 평행우주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만 과학적 배경은 이 영화에서 큰 의미가 없기에 너무 신경써서 보면 영화적 재미가 확 떨어집니다. 아무튼 에미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어서 어제 타카토시가 만난 에미는 자신의 내일 모습이라고 고백하죠.

이런 모습은 영화 제목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어떻게 보면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2명을 배치해서 서로 다른 시간을 달리는 기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타카토시는 에미와의 추억을 함께 쌓지 못합니다. 

어제 신나게 놀이동산에서 놀았지만 내일 만나는 에미에게는 미래의 일입니다. 따라서 어제 신나게 같이 논 기억이 없는 에미입니다. 타카토시는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랑에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수첩에 오늘은 어디를 갔다!라고 적힌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거북스럽습니다. 마치 운명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에미의 희생과 믿음에 마음이 녹아 내립니다.


심심한 스토리지만 사랑의 본질이 주는 감동이 가득한 영화<나는 내일, 너의 어제의 너와 만난다>

시간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이제는 식상합니다. 좀비물과 시간 여행물이라는 양대 산맥 같습니다. 이러다 좀비가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간 여행물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 인간이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소재를 환타지에 녹여서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그러나 시간 여행은 이제는 진부한 소재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소재 자체는 진부합니다. 소재는 진부하고 전하는 메시지도 어떻게 보면 진부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진부한 메시지도 공감하는 공감의 깊이가 다릅니다.

제목이 스포인 이 영화의 초반부터 후반까지 연인 사이에 흐르는 에피소드는 심심하기만 합니다.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졸리지 않는 다이나믹한 에피소드를 전반과 후반에 배치했으면 했는데 그런 것은 없습니다. 마치 맛 좋은 맹물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두 주인공 말고 조연도 딱 1명만 보이고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2인극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심심함이 강합니다. 그러나 기본이 주는 힘이 좋습니다. 꾸미지 않는 힘이 좋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뭘까요? 각자 사랑의 정의는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본질 중 하나는 희생입니다. 수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 자식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연인이 행복할 수 있다면 참고 견딥니다. 

타카토시가 발견한 것은 에미의 희생입니다. 에미의 희생을 알게된 후 타카토시는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에미에게 돌려줍니다. 이 영화는 희생을 기본으로 한 사랑의 뫼비우스 띠같은 영화입니다. 자신의 삶 보다는 연인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강력한 이타주의에서 깊은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또 하나의 사랑의 정의는 신뢰입니다. 두 사람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열차에 타고 있습니다. 20살 딱 30일 동안 두 기차의 시간이 동시간대에 흐르게 되고 두 사람은 헤어질 것을 알면서 30일 동안 짧은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나 서로의 상황을 인지하고나서 사랑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신뢰입니다. 이 강력한 신뢰가 없었다면 둘 중 한 명이 먼저 탈선을 했을 것입니다. 

희생과 신뢰. 이 2가지의 메시지를 배경 인물이나 에피소드 없이 담백하게 담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자 아쉬움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짧은 순간의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시간의 방향이 다른 두 연인은 인생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인 20살에 만납니다. 안타깝게도 30일 동만 동일한 젊음을 유지한 채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두 연인은 연인의 과거와 만나게 되는 긴 여정을 떠납니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스토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 사는 동안 만나는 수 많은 사랑도 가장 화려한 시절 또는 첫 사랑의 변주일 뿐입니다. 남자 같은 경우 두 번째, 세 번째 사랑도 첫 사랑에 대한 오마쥬이자 이미테이션일 뿐입니다. 인생도 절정이 있지만 사랑도 절정이 있고 그 절정을 평생 기억하거나 복원하려고 노력하다가 사멸합니다. 

정말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상상을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담백하고 조용한 영화지만 사랑이 뭔지 두 연인을 통해서 잘 담은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꽤 좋은 흥행 성공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인기가 높은 영화입니다. 

사랑을 시작하고 의문을 가진 분들에게 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시간의 엇갈림 속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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