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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호전주의자들을 위한 회초리 같은 영화 강철비

by 썬도그 2017.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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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서울에 핵미사일이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수십년 간 전쟁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전쟁불감증이 굳은살처럼 박혔습니다. 이런 모습을 외국 사람들은 신기하게 봅니다. 핵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무사태평하게 사는 한국 사람들. 그렇다고 우리가 태어나면서 전쟁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초 '서울불바다' 발언이 나오자 슈퍼마켓에서 라면이 동이 나는 등 엄청날 정도로 전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시때때로 전쟁 발언에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등을 보면서 북한이 뭐라고 협박을 해도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려버립니다. 오히려 요즘은 북한이 전쟁 운운하면 선제 공격하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호전적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북한과 남한 모두 매파가 장악하던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적대적인 관계인 70년대 냉전 시대로 돌아갔습니다. 연일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과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폭탄이 쏟아지는 현 상태를 영화로 담고 풀어낸 영화가 <강철비>입니다.


남북한 분단에 대한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를 깊은 혜안으로 담은 영화 <강철비>

북한군 고위 간부는 현역에서 은퇴한 엄철우(정우성 분)에게 쿠테타 정보가 있다면서 쿠테타 세력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고 개성공단에 잠입합니다. 개성공단에는 중국 기업 진출 때문에 중국측 고위인사와 북한 지도자 그리고 쿠테타 세력이 한 장소에 모입니다. 쿠테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저격 준비를 하던 중 하늘에서 강철비라고 불리는 다연장 로켓포가 떨어지고 일대가 쑥대밭이 됩니다. 

놀라운 것은 이 강철비는 남한에 있던 미군 군장비를 탈취한 괴한이 쐈습니다. 이 강철비로 개성공단 직원들은 물론 북한 1호까지 큰 부상을 당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쿠테타 세력이 살아 남은 사람들을 확인 사살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엄철우는 북한 1호를 승합차에 태우고 남한으로 넘어 갑니다. 


북한 1호의 치료를 위해서 일산의 산부인과에 들려서 명령을 내린 북한 고위 간부에 위성 전화로 자세한 상황 보고를 하고 북한 요원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엄철우는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북한 세력을 만나게 됩니다. 다시 탈출을 시도해서 서울의 한 병원에 북한 1호 치료를 하는 도중 북한 1호가 한국에 있다는 정보를 알게된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 분)이 병원으로 찾아옵니다. 


곽철우는 한국에서 더 이상 전쟁이 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비둘기파입니다. 비둘기파 곽철우는 중국과 미국의 정보통을 이용해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합니다. 북한은 강철비로 폭격한 남한 정권을 비난하면서 선전포고를 합니다. 이에 미국은 선제 공격만이 정답이라면서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돈이 들겠지만 선제 핵공격만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은 정권교체기라서 현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인 당선인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현 대통령은 매파로 미국의 선제공격론에 동조를 하고 당선인은 비둘기파로 어떤 일이 있어서 전쟁은 안된다면서 대화로 풀 수 있으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일본과 중국,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이 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의 매파 대통령이 전쟁을 주장하고 있고 당선인과 곽철우 그리고 북한에서 내려온 엄철우라는 비둘기파가 전쟁절대 반대를 외칩니다. 영화 <강철비>는 이 매파와 비둘기파의 갈등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기존 북한 특수 요원 소재 영화와 <강철비>가 다른 점

 북한에서 온 특수 요원의 액션 활극은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지난 10년 간 엄청나게 많은 북한 요원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강철비>는 북한 소재의 영화와 그 괘가 크게 다릅니다. 기존 북한 특수 요원 소재의 영화는 물리적 파괴력과 그래도 한 민족이다라는 식상한 드라마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영화 <강철비>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화에 없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의성과 한반도 정세를 언론보다 정확하게 꽤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핵 문제를 한국과 북한 미국 이렇게 3개 국가의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중국과 일본까지 끌어들이고 남북한의 대립이 강해질수록 주변 국가들에게는 큰 이익이 된다는 내용을 담습니다. 이렇게 국제 정서와 국제 사회 질서의 냉혹함이 기존 북한 소재 영화와 크게 다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가 북한에 핵을 쏴서 통일이 된다고 해도 그걸 북한 동포들이 용서하겠냐는 말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액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크지 않다 

영화 <강철비>는 액션이 많은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액션은 규모가 작고 적었습니다. 영화 초반 강철비가 떨어지는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약간 흘리듯이 담습니다. CG와 특수효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더 화려하게 담을 수 있는 장면임에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후 액션 대신 대사가 많은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중간 부분은 살짝 지루합니다. 

그러다 병원 액션 장면에서 다시 동공은 커집니다. 병원 액션 장면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루함을 날려주기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규모가 확 커집니다. 미국과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의 일촉즉발 상황이 펼쳐지는 모습은 긴장감과 함께 중반까지 아쉬웠던 액션에 대한 목마름에 단비를 내립니다. 그럼에도 영화 전체적으로 액션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트럭 카 체이싱 장면이 독특하긴 하지만 액션의 규모나 새로움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뉴스 기사로만 듣던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긴장감을 영상으로 보여줬다는 점은 무척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올해 최고의 브로맨스 남한 철우와 북한 철우와 전하는 온기

"철우네 나도 철운데" 청와대 외교안부수석인 곽철우는 북에서 내려온 철우를 살갑게 대합니다. 나이도 1살 차이라서 친동생처럼 대해줍니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던 엄철우도 형같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곽철우를 잘 따릅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흐르는 차가운 냉기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 냉기를 지드래곤의 노래가 풀어줍니다. 엄철우의 딸이 좋아하는 남한의 지드래곤에 대해서 엄철우가 물어보자 곽철우는 바로 지드래곤 노래를 틀어줍니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딸이 있다는 것과 둘 다 평화주의자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식 때문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죽는 건 상관 없지만 어린 자식이 아무 잘못도 없이 죽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신뢰를 쌓아가면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풀기 위해 협동 작전을 펼칩니다. 





영화 마지막으로 흐를수록 실제 동갑인 정우성과 곽도원이 연기한 두 철우는 끈끈한 정이 흐릅니다. 영화 후반부 두 사람이 차를 타고 가면서 지드래곤과 김윤아가 함께 부른 Missing you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나누는 표정과 대사는 가슴 뭉클함을 자아냅니다. 영락없는 형동생인데 분단 국가와 국제 정세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총뿌리를 겨눈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곽도원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담백해 지고 날선 표정에서 딸바보 표정으로 바뀌는 정우성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올해 최고의 브로맨스 영화입니다. 아쉬운 점은 정우성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꽤 있습니다. 대사 처리에 좀 더 신경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 이야기가 나와서 더 해보자면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 김명곤, 장현성, 이재용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본 김지호나 박은혜, 박선영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머도 꽤 많이 있어서 딱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주변의 역학 관계를 두 배우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네요. 


호전주의자들을 위한 회초리 같은 영화 <강철비>

지금 한반도 정세를 바로 보는 시각은 2가지가 있습니다. 영화 <강철비>속의 현 대통령과 같은 대북 강경파로 전쟁도 불사하는 시선입니다. 이 시선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그 수는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전쟁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냥 너 먼저 죽고 나는 죽던지 말던지 신경 안 쓴다는 식의 호전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드셉니다. 

전 이런 목소리가 두렵습니다. 저도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니가 방아쇠를 당기면 나는 죽겠지만 너도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제 폭격을 옹호하고 미국의 군사쇼에 박수를 치는 모습은 우리가 처한 실제적인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영화 속 곽철우가 말했듯이 북한이 핵을 쏘든 미국이 북한에 핵을 먼저 쏘든 한반도는 또 다시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수백, 수천만명의 인명 피해가 나는 것을 넘어서 핵으로 승리한 전쟁에서 북한 동포에게 손을 내밀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시선을 역으로 철없는 시선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 말고 내 자식이 전쟁 나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북한 선제 폭격을 옹호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 <강철비>가 현 정부의 대북 노선을 정답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색다르고 공감이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는 아주 영리한 결말입니다. 비둘기파인 두 주인공을 담았다고 해서 진보 색체의 영화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느낀 영화 <강철비>는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또 다른 시선까지 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라라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면 어떤 길이 옳고 바른 길인지 잘 알 것입니다. 그 길을 영화 <강철비>는 환기 시켜주고 있습니다. 두 미치광이가 폭주 기관차에 올라타서 말폭탄을 터트리는 한반도 정세. 그 폭주 기관차의 폭발을 통해서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정우성 배우가 좋아서 별 반개를 더 줍니다.

지드래곤이 평화통일에 선봉에 섰으면 하는 생각으로 마칩니다. 두 미친놈 때문에 미쳐가는 한반도를 정화해 주었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복잡미묘한 한반도 현 정세를 영화로 잘 풀어준 설명문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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