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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쉬운 연출에 설경구만 보이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by 썬도그 2017.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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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에서 지성뿜뿜을 내비쳤던 인기 소설가 '김영하'의 2013년 출간한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반나절만 다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한 스릴러 추리물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면 허망한 것이 좀 짜증나긴 했지만 하루 반나절을 맛있게 해준 좋은 소설입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서 많은 사람이 읽은 이 책을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살인자의 기억법'은 엄청난 반전이 있는 소설로 그 반전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보면 시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9월에 개봉해서 관객 동원 268만 명이라는 중박을 터트린 영화입니다.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던 영화입니다. 인기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잘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 소설처럼 강한 반전이 있는 소설은 더더욱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만들었다면 재해석을 하거나 소설 내용 그대로가 아닌 뭔가 장치를 해서 원작을 읽은 사람도 안 읽은 사람도 만족하게 하는 뭔가를 넣었을 것 같습니다.


연쇄살인범이 치매에 걸리다

소설이자 영화의 소재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연쇄살인범이 치매에 걸려서 자기 자신마저 믿지 못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김병수(설경구 분)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죽입니다. 이후 병수는 인간 쓰레기들을 직접 숙청하는 자경단이 됩니다.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지만 경찰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7년 전 마지막 살인을 한 후 알치하이머 병에 걸립니다. 

지방 소도시에서 동물 병원을 운영하면서 사는 병수는 딸 은희(설현 분)과 함께 삽니다. 최근 이 소도시에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딸 은희가 걱정스러운 병수는 자신이 죽인 사람을 묻은 대나무 숲을 들렸다가 돌아오는 중에 민태주(김남길 분)의 자동차와 추돌을 합니다. 태주는 그냥 가시라고 했지만 살인범이 살인범을 알아본다고 뒷트렁크에 실린 사체를 보고 직감을 통해서 살인범이라고 확신을 합니다. 




친한 경찰인 안소장(오달수 분)에게 태수의 차량 조회를 부탁했는데 놀랍게도 태주는 경찰이었습니다. 게다가 태주와 자신의 딸인 은희가 연인이라고 인사를 드리러 옵니다. 살인범이라고 확신하는 아버지 병수는 은희를 지키기 위해서 태주와 멀리 떨어뜨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최근 기억을 싹 잊어 버리는 치매로 인해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딸을 지키고 싶어하는 연쇄살인마 병수는 또 다른 연쇄살인마인 태주로부터 은희를 지킬 수 있을까?가 이 영화의 핵심 재미입니다.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개봉적인 <기억의 밤>도 기억에 관한 영화이고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기억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억은 인간의 핵심 정체성으로 기억이 있기에 '내가 나 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억이 사라지거나 조작되거나 하면 사람은 혼란스럽게 됩니다.

병수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지금은 살인을 멈춘 상태이지만 기억이 사라진 시간에 살인 본능이 되살아나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공포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살인마가 마을에 등장하면서 삶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이유인 딸을 살인마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합니다. 


소설과 다른 후반 스토리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소설과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담길까였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처럼 원작에 충실할지 아니면 영화에 맞게 각색을 했을 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전반부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영화 내내 주인공인 병수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이끕니다.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은 가장 싼 연출법입니다. 영화는 영상의 힘이 좋은 매체인데 텍스트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했는데 그건 없네요. 그래서 상당히 졸렸습니다. 다 아는 내용에 이렇다할 액션도 눈요기꺼리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눈길이 간 것은 설경구의 노인 분장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정도 밖에 없습니다. 설현의 연기력을 논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연도 아니고 조연에 큰 특징이 있는 인물도 연기력을 요구하는 배역도 아닙니다. 따라서 '설현 연기력' 키워드는 불필요한 키워드입니다. 

전반부는 수시로 졸려서 눈을 감았다 떠도 내용이 이해가 갔습니다. 지루함은 중반에 사라집니다. 드디어 이야기의 구도에 분열이 생기고 새로운 악인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소설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끝나기 30분 전부터 영화는 소설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이런 결말의 변화는 대체적으로 수긍이 갑니다. 소설처럼 끝나면 여간 빡쳤을테고 이미 소설을 읽은 분들은 텍스트를 그대로 영화로 옮긴 모습에 약간의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책을 읽은 분도 안 읽은 분들에게도 흥미를 주기 위해서 결말을 살짝 비틉니다. 그 비틈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비틈이 살짝 어설픕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연출과 지루한 설정들

기억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던 기억이 조작이 되기 시작하면 주인공도 혼란스럽지만 관객도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궁금증은 더 확대됩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거대한 반전과 함께 풀리면 카타르시스는 최고조에 달합니다. 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치매라는 실존하는 기억이 삭제되는 병을 살인범에 접목한 꽤 영리한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 소재와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영화의 6할을 차지할 정도로 스토리가 강한 영화입니다. 여기에 나머지 3할은 설경구가 하드캐리합니다. 김남길 연기도 좋고 오달수도 좋습니다. 다만 주인공인 병수의 기억이 메인이다 보니 주인공에 대한 집중도가 과할 정도로 큽니다. 연출도 별 특색이 없고 그냥 텍스트를 열심히 옮기는 수준입니다. 원작 소설책을 읽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런대로 볼만하고 소설책을 읽은 분들도 그냥저냥 볼만하지만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평범한 작품이네요

스토리가 좋은 영화를 원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별점 : ★★☆
40자평 : 원작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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