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는 시인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무척 어둡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일제를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영화 <박열>를 만듭니다. <동주>는 참 좋은 영화이지만 어두운 모습에 영화 <박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해서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동주>와는 결이 크게 다른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도 통쾌하고 상쾌해서 쾌재를 부를 정도로 박열의 뜨거운 결기가 마음을 훈훈하게 하네요
일본에 사는 조선인 무정부주의자 박열
주인공 박열(이제훈 분)은 일본에 사는 조선인으로 인력거를 끌면서 돈을 법니다. 낮에는 인력거를 끌지만 밤에는 무정부주의자들이자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을 하는 '불령사'를 이끄는 리더입니다. 박열은 시도 잘 쓰는데 그가 쓴 '개새끼'라는 시는 일본인이지만 불령사와 함께 행동하는 무정부주의자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을 흔들어 놓았고 박열의 동지를 넘어서 동거인이 됩니다.
불령사 회원들은 폭탄을 밀반입해서 테러를 계획합니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혁명으로 뒤집어진 세상입니다. 불령사는 일본인들의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이 되어버린 친일파들을 집단 폭행하는 등 정의를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열혈 청년 단체입니다. 그렇게 테러를 꿈꾸던 어느 날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일본 정부는 요동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조선인들이 방화를 하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일본의 자경단과 군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조선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15엔 50전을 말해보라고 한 뒤 말투가 어눌하면 죽창으로 즉결 처형을 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이런 유언비어를 퍼트린 사람들은 놀랍게도 일본 정부입니다.
일본 정부 중에 전직 내무부 장관이었던 미즈노는 조선인에 대한 앙심을 품고 조선인들이 대지진의 틈을 타서 방화와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려서 무려 6천 명 이상의 조선인을 무고하게 죽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러니 일이 점점 커지자 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조선인들의 영웅을 잡아서 사형으로 마무리하면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인물이 '박열'입니다.
'박열'은 실제로 폭탄 테러를 기획했지만 기획만 했을 뿐 실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죽겠다는 각오로 실제보다 과장된 발언을 합니다. 심지어 황태자를 죽이고 천왕을 욕보이는 말을 서슴치 않게 합니다. 용기와 패기로 똘똘 뭉친 아나키스트로 그 결기가 무척 거셉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22살의 열혈 청년 박열이 일본 정부를 농락하는 내용이 영화 <박열>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박열의 연인이자 정신적인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
주인공 박열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예고편 등을 통해서 조금 알고 있었지만 박열의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인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실제적인 주인공은 박열이 아닌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가 아닐까 할 정도로 여자 박열 이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이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일본인이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모습에 일본인 배우를 캐스팅했나?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에 영화를 다 보고 검색을 해보니 한국 배우네요. 순간 놀랬습니다. 한국 배우가 일본인 연기를 이렇게 잘하나? 배우 최희서를 처음 봤는데 한 눈에 반했습니다. 이 배우 크게 될 배우입니다. 정말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네요. 촉망받는 배우이자 주목해야 할 배우입니다.
이제훈도 연기 참 잘 합니다. 이 배우는 점점 연기가 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는 완숙미가 느껴집니다. 두 배우의 케미가 영화 전체를 휘감고 있습니다. 배우 보는 맛이 아주 좋은 영화 <박열>입니다.
후미코는 일본인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조선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부모를 잃고 식모살이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고 혁명을 꿈꾸는 일본내 조선인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어울리게 됩니다. 박열에게 테러를 교주했다는 거짓말을 해가면서 박열과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재판에 대합니다. 이 당찬 모습에 일본인 간수도 뒤로 물러납니다.
감옥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부창부수처럼 천왕을 욕보이고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일본 정부를 가지고 놉니다. 마치 호흡이 잘 맞는 만담꾼처럼 박열과 후미코는 대역죄라는 죄명을 입혀서 사형으로 가는 재판 과정에서도 눈하나 꿈벅이지 않고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조롱합니다. 박열이 주인공이지만 전 이 후미코에 반해버렸습니다. 후미코 때문에 이 영화는 극일 영화가 아닌 청춘 로맨스 영화로 비우어질 정도로 두 사람의 끈끈함이 아주 강합니다.
겉으로는 신사인척 하는 일본 제국을 조롱한 박열 후미코 콤비
박열은 제 발로 감옥에 갔고 거기서 누명을 쓰게 되었지만 오히려 박열은 대역죄를 짓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일본 정부는 박역의 기세에 깜짝 놀랍니다. 스스로 죽겠다는 박열의 모습에 정신병이 아닐까 의심을 합니다. 박열을 무리하게 잡아두고 사형을 하면 국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서 서구 문화를 받아들여서 문명국이라고 자부하는 일본 스스로가 인권 후진국이자 야만국으로 비추어질까봐 박열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이런 것을 잘 아는 박열은 단식 투쟁 등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합니다.
이 영화 <박열>은 일본 정부를 무조건 악독하게 그리지는 않습니다. 일본 정부 안에서도 신사 같은 인물들이 있고 무자비함이 아닌 상식에 맞게 행동하는 인물들이 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생경스러운 모습이지만 영화 시작 할 때 자막으로 나왔듯 실제 사실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신사인 척 합니다. 문명국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이 있죠. 그러나 이 문명국이 조선 땅에서 학살을 하고 만행을 하는 사실을 국제 사회는 모릅니다. 박열은 이런 일본 제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이용합니다. 자신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대역죄로 엮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열은 재판정에 조선의 관복을 입고 나오고 기립하라는 말에도 앉아 있고 한국 말을 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으면서 일본 법원을 그리고 일본 정부를 조롱합니다.
간단하게 끝날 것 같은 일이 점점 커지자 일본 정부가 난처해 하는 모습이 아주 통쾌합니다. 동시에 일본 정부 안에서도 문명국의 품격을 지키려는 다테마스 같은 인물을 배치한 것도 흥미롭네요.
놀라운 박열과 후미코 커플 사진
대역죄를 지은 박열이 단식 투쟁과 재판 거부를 시도하자 일본 정부는 안절부절 못합니다. 이에 박열은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커플 사진을 찍게 해 주면 재판에 협조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혈 청년 커플은 커플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커플 사진이 아닙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이 귀하던 1920년대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포즈로 촬영을 합니다. 이런 포즈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하기 어려운 포즈입니다. 얼굴에 손을 괴고 한 손은 후미코의 가슴에 올라가 있습니다. 후미코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1장의 사진이 박열 커플을 대변합니다. 이는 박열이 사진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를 조롱하고 일본 법원을 모욕한 열혈 청년 박열. 박열의 패기에 반하고 후미코의 깊은 사랑에 반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유쾌하고 통쾌했습니다. 일제 시대를 그리면 비장미가 너무 철철 넘쳐서 보기 거북스러운 것도 있지만 이 영화 <박열>은 말로 일본 제국을 꾸짓는 멋진 청년의 결기가 가득합니다. 그 결기에 반하고 웃음 짓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준기 감독 영화 참 잘 만드네요. 이제훈의 연기도 좋았지만 누구보다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를 발견해서 좋았습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통쾌하고 유쾌한 밝은 영화입니다. 정말 속이 뻥 뚫리게 하는 영화 <박열>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문명국 일제를 조롱한 박열과 후미코의 케미가 뿜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