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강력한 창조물은 에이리언이 아닐까 합니다. 스위스 태생의 디자이너 HR기거가 만든 이 생명체는 가장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긴 머리에 굵은 침을 뚝뚝 흘리는 에이리언은 입에서 또 다른 입이 나오는 기이함에 많은 관객들이 경악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에이리언은 에이리언 2편이 1986년 개봉을 먼저하고 2편이 큰 인기를 얻자 1987년 에이리언 1편이 개봉을 합니다. 그러나 1편은 2편에 비해 액션도 적고 스토리도 긴장감이 떨어져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감독의 역량 차이도 있습니다. 2편은 흥행의 귀재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했고 1편은 '리들리 스콧'감독이 연출을 합니다. '리들리 스콧'감독은 유명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많이 연출한 명장이지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오락물의 귀재인 '제임스 카메론'감독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자신의 자식 같은 영화 시리즈인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를 부활시켰습니다. 1편은 2012년 제작한 프로메테우스입니다.
프로메테우스를 보면서 거장이 만들면 역시 뭔가 다르구나를 느낄 정도로 영험함이 느껴지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를 만나러 가는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인 엔지니어와 인간 그리고 에이리언 사이의 관계와 미장센이 아주 훌륭했던 영화였습니다. 그 프로메테우스의 2편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무척 기대를 했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못 보고 뒤늦게 IPTV로 봤습니다.
프로메테우스 후 10년이 지난 후 개척자들을 실은 커버넌트호의 이야기
영화의 시점은 프로메테우스 후 10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커버넌트호는 새로운 개척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정착민 2,000명을 태운 커버넌트호는 순조로운 항해를 하다가 우주 폭풍을 만나서 큰 사고가 납니다. 동면에 들었던 승무원들은 깨어나지만 이 과정에서 정착민 수십 명과 선장이 죽게 됩니다.
임시 선장을 맡은 오람(빌리 크루덥 분)은 우유부단하고 독선적인 무능한 선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커버넌트호를 고치고 다시 항해를 시작하다가 이상한 신호를 받게 됩니다. 그 신호를 분석하니 우리 귀에도 익숙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그 신호가 나온 행성으로 향합니다. 혹시 모를 조난자를 구할 목적이기도 하고 다시 동면에 들어야 하는 거북함이 이들을 예정되지 않은 행성으로 이끕니다.
모선에서 분리된 셔틀을 타고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승무원들은 지구와 환경이 너무나도 흡사한 행성에서 신호가 나온 곳으로 향합니다. 신호의 위치에 도착해보니 우주선에서 10년 전 실종된 엘리자베스 쇼의 행적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 행성 좀 이상합니다.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지만 이상하게도 동물이 안 보입니다. 흔한 새도, 짐승들도 없는 곳에서 탐사를 하다가 이상한 포자에서 나온 입자들이 승무원 2명이 쓰러집니다. 병에 걸린 듯한 모습에 기겁을 한 승무원들은 셔틀을 타고 돌아가려고 하지만 병에 걸린 듯한 승무원 몸에서 에이리언이 튀어나오고 셔틀은 폭발로 사라집니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승무원들은 에이리언의 습격에 우왕좌왕할 때 두건을 쓴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에이리언을 쫓아내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따라가 보니 거대한 궁궐 같은 곳이 나타나고 두건을 벗은 사나이는 자신은 10년 전에 조난을 당한 데이빗이라고 합니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에서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빗'입니다. 데이빗 혼자 이 행성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승무원들은 모선과의 연락을 시도하면서 자신들을 구조를 요청합니다.
데이빗은 의뭉스러운 말을 같은 동족인 인공지능 로봇인 '월터'에게 말합니다. 창조주를 찾으러 행성 여행을 했다가 조난 당했다는 이야기를 지나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의 지배를 받으면서 천국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지옥에서 지배하면서 살 것인지를 묻습니다. 의뭉스러운 데이빗은 그렇게 승무원들과 함께 구조선을 기다립니다.
더 진해진 창조주에 관한 질문
영화가 시작되면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빗'이 자신을 만든 창조주인 인간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합니다. 너무나 인간처럼 만들어서 호기심과 질문을 많이 하는 데이빗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닌 감정이 담긴 행동도 서슴치 않게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인공지능 로봇이 '월터'입니다.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 '엔지니어'를 만나러 간 지구인들의 호기심까지 이어 받은 '데이빗'은 자신을 만든 인간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리들리 스콧'감독의 대표작인 <블레이드 러너>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리플리컨트라는 인간 복제 인간은 수명이 짧은 약점이 있는 반면 '데이빗'은 인간과 달리 스스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창조주에 대한 진중한 질문은 깊이가 없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리플리컨트'를 통해서 인간의 욕망이 '리플리컨트'에 투영되어서 인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지만 이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파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인간성, 인간미를 예상했던 저에게는 이런 진행이 여간 거북스러웠습니다. 영화 스토리는 경악과 경악으로 이어지고 짙은 어둠은 더 짙어집니다. 영화는 에이리언이라는 새로운 창조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 늪에 빠진 것처럼 질척거립니다.
자기 복제에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 맥이 빠지다
비주얼은 상당히 좋습니다만 액션만 보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액션이 많지 않지만 잔혹함은 더 진해졌습니다. 몸에서 튀어나오는 에어리언 모습은 저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는데 이 모습이 흥미롭다기 보다는 지루합니다. 이 지루함은 '리들리 스콧'감독이 자초했습니다. 장면 장면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가득합니다.
우주선 안에서 에어리언의 대결이나 물리치는 과정이 에어리언2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러다 보니 에어리언 1,2를 본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면서 향수를 느끼기 보다는 너무 허투루 진행한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특히 중장비를 이용하는 액션마저도 기시감을 느끼게 합니다. 여기에 영화 후반의 반전까지도 깜짝 놀라기 보다는 예상한 대로 진행되는 구나를 느낄 정도로 영화 편집도 허술합니다. 이 거장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할 정도로 에이리언 시리즈 중에 최악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에어리언 시리즈 중 가장 재미없었던 <에어리언 커버넌트>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 상쾌하거나 통쾌하다는 느낌 대신에 깊은 빡침이 스물스물 피어나옵니다. 인간의 선한 의지 같은 통속적인 것을 피한다고 해도 난감한 결말은 할인해서 IPTV를 통해서 봐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시고니 위버'의 강력한 여전사의 전혀 주지 못하는 '캐서린 워터스톤'의 이미지도 너무 약합니다. 게다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에이리언과 인간과의 대결 또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 수작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철학도 안 보입니다. 에이리언의 탄생 과정을 담지만 에이리언은 소모품처럼 사용됩니다. 이야기도 로봇과 인간 사이의 흔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참 못 만든 영화입니다. 2편이 이러니 3편에 대한 기대치고 많이 낮아졌습니다. 엔지니어가 왜 인간을 만들었는지는 다음 편에 다루어질 것 같지만 2편처럼 만들면 3편도 호평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전작인 프로메테우스를 안 본 분들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걸림돌도 있습니다. 강력 비추천하는 영화 <에어리언 커버넌트>입니다.
별점 : ★★
40자평 :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어리언 시리즈 중 가장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