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제 45회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정말 멋진 풍경 사진들이 가득했고 모두 훌륭한 사진이었습니다. 한국 사진공모전의 대표적인 사진공모전이기도 하죠.
2017년 45회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작 보러가기
대상은 '굽이굽이 단풍길'이 선정되었습니다. 충청북도 단양군에 있는 보발재입니다. 여기는 제가 몇 년 전에 구인사를 갈 때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사를 연신 내뿜었던 곳입니다. 국도 595 국도로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 옆으로 단풍나무가 가득한 곳입니다.
그런데 대상 작품을 보면서 올해도 드론 사진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작년 44회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대상도 한옥 위에 드론을 띄워서 촬영한 사진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올해까지 2회 연속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드론 사진이 사진공모전에서 큰 활약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드론 사진이 인기 있는 이유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 아름답기 때문이죠. 게다가 시선의 희소성도 강합니다. 우리가 같은 관광 사진이라고 해도 국내 사진 보다 해외 사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해외 관광 사진의 희소성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검색만 하면 구글 어스나 이미지 검색 인스타그램으로 그 유명 관광지 사진을 무한대로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해외 관광 사진을 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외 관광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음에도 국내가 아닌 국외라는 장소라는 높은 접근성의 문턱이 있기에 우리는 해외 사진을 좋아합니다. 게다가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붙기 때문에 국내의 흔한 관광 사진과 해외의 흔한 관광 사진을 놓고 보면 저절로 해외 관광 사진을 선택하게 됩니다.
드론 사진도 해외 관광 사진의 인기 이유와 비슷합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시선,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공간인 공중으로 날아 올라서 하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습니다. '시선의 권력'이라고 할까요? 드론 사진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드론 사진은 쉽게 아무나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드론 사진은 희소합니다.
그 희소성과 "하늘에서 보면 뭐든 다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평소에 보기 어려운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사진은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수 많은 지자체 사진 공모전과 많은 사진 공모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 입선을 넘어 대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드론을 가지고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 사진 같은 사진을 찍는다면 드론 사진에 대한 인기는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드론 사진은 많지 않고 드론 사진으로 촬영한 사진들은 아름답습니다. 나도 드론이 있으면 저런 사진 찍을 수 있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드론을 띄운다고 모두 입선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분명 드론을 운영하는 분의 미적 감각과 장소 선택과 사진에 대한 혜안이 있어야 대상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이는 DSLR로 촬영하면 나도 작품 사진 찍을 수 있다는 장비가 작품을 결정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드론 사진의 아쉬운 점은 현장성
드론 사진이 대상을 받는 것은 어쩌면 시대의 트랜드 같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미적 감각이 만든 사진 트랜드로 꽤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 사진뿐이겠습니까? 요즘 드라마, 예능, 영화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기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죠.
즐겨보는 EBS의 '세계테마기행'은 최고의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그 어떤 여행 프로그램보다 드론 활용도가 높습니다. 드론 한 번 띄우고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모든 장소를 드론으로 스캔을 하고 그 영상을 브릿지 영상으로 수시로 넣습니다. 너무 많이 넣어서 이게 여행 프로그램인지 관광프로그램인지 헛깔리기도 합니다. 여행자가 그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인연과 다양한 경험이 주가 되면 여행이지만 예쁜 풍경 포인트만 콕콕 찝어서 인증 사진 찍듯 돌아다니면 관광입니다. 과도한 드론 사용은 여행의 묘미를 떨어트리죠.
그럼에도 '세계테마기행'은 적당히 잘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안 가본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실컷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렇게 드론 영상을 많이 넣는 것이 현실적일까? 정작 여행 또는 관광을 간 사람들은 드론이 아니라서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을 볼 수 없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대상을 받은 595 국도 보발재를 차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우리가 보발재를 가면 이런 풍경을 보지 드론처럼 하늘에서 내려다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드론 사진은 작은 환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시선. 그러나 현존하는 풍경. 드론 사진의 아쉬운 점은 현장성입니다.
어제 드론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나눴습니다. 몇 분이 드론 사진에 대한 아쉬움을 댓글로 적었습니다. 한 분의 의견을 소개하자면
"예쁜 사진도 좋지만 평범한 여행속에서 일상적인 사진을 뽑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인상주의 전시회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댓글에 큰 공감이 갔습니다. 직접 여행을 가서 친구와 함께 찍은 스마트폰 사진이 더 감성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행의 현장성이 없다 보니 사진공모전 사진들은 생물이라기 보다는 그냥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미술전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관광공사의 사진공모전 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와 수 많은 기업들이 진행하는 사진공모전 사진들은 현실성 보다는 눈에 보기 좋은 탐미적이고 심미적인 사진들만 선정합니다. 또한 이런 특성을 잘 알기에 많은 사진공모전 사진가들이 아름다움을 쫓아서 전국의 아름다운 곳에서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심미적이고 탐미적인 사진을 찍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그런 사진 찍으러 다닙니다. 다만, 이런 사진공모전을 위한 사진들은 보기는 좋지만 보기만 좋은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드론 사진은 보기만 좋은 사진의 꼭지점에 있습니다. 드론의 시선은 결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사진이기 때문이죠.
몇몇 사진 공모전들은 이런 생동감과 현장성이 떨어지는 탐미로 흐르는 사진공모전을 개선하기 위해서 일반 부분과 스마트폰 부분으로 구분을 해서 수상을 합니다. 어차피 사진 공모전은 DSLR 유저들의 잔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고 사진공모전 사냥꾼들만 참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보기만 좋은 사진만 응모를 하고 당선을 합니다.
반면 스마트폰 부분을 따로 시상하면 일반인들의 생기 넘치고 웃음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여행을 가기 전에 구글 이미지 검색에 올라운 탐미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을 참고 하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무작위로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을 많이 참고합니다. 그게 실화와 같은 사진이고 여행에 더 큰 도움을 줍니다. 탐미적인 사진, 최고의 절정일 때의 사진을 보고 여행 또는 관광을 갔다가 실망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가면 실망이 크지 않기 때문이죠.
전국의 사진 공모전 관계자들은 이 점을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생동감은 없고 오로지 아름답게 보이는 사진만 공모하는 사진도 공모하지만 동시에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진 공모전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면에서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사진 말고 여행의 느낌이 묻어나는 사진 또는 스마트폰 사진과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신설했으면 합니다.
시대는 변해가는데 45회 동안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아름다운 사진 모으기가 목적인가요? 아님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많이 공모하는 것이 목적인가요? 고민을 해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