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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아동 학대 대신 포옹으로 훈육하라고 말하는 영화 <너는 착한 아이>

by 썬도그 2017.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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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맞았습니다. 안 맞고 자라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참 열심히 맞고 자랐습니다. 나도 맞고 옆집 애도 맞고 서로 맞고 자라다 보니 맞는 게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옆집 아이가 맞는다고 이웃집 아저씨가 나서서 때리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서로의 묵인 아래 참 열심히 때렸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저 어렸을 때 때린 기억을 꺼내면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전 아무 대답도 안 합니다. 때린 사람도 두발 뻣고 자지 못한다고 하지만 맞은 사람은 평생 그 기억을 가져갑니다. 

물론 압니다. 그게 악의를 가진 폭력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러나 폭력에 한 번 길들여지면 사람 자체가 주눅이 잔뜩 들어서 살게 됩니다. 물론 어머니는 이런 제 유년 시절의 삶을 잘 모르죠. 단지,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셨죠. 그렇다고 원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훈육 방식은 좋은 훈육 방식이 절대로 절대로 아닙니다. 

혹자는 그럽니다. 누구는 맞고 자랐는데 폭력의 대물림을 하지 않고 누구는 대물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맞고 자란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한 후 아이를 떄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확률로 따져보면 폭력에 노출되어서 자란 아이가 커서 폭력으로 아이를 키울 확률이 높습니다. 

왜 그리 떄리면서 키울까요? 때리면 좋죠. 당장은 말을 잘 들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말 잘 듣는 것이 아닌 폭력에 항복한 주눅들고 수동적인 삶 또는 항상 눈치만 보는 삶일 뿐입니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포옹으로 다스리라고 말하는 <너는 착한 아이>

오카노(코라 켄고 분) 선생님은 초등학교에 막 부임한 초보 선생님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소리를 쳐 보고 화도 내보고 하지만 그때 뿐 아이들은 선생님을 무시하는 행동을 합니다. 한 아이가 화장실 갔다 오고 싶다고 해서 보내줬더니 여기저기서 자기도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일관성 없는 선생님으로 비추어질까봐 안 보내줄수도 보내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일이 하루 종일 일어나다 보니 수업을 마치면 파김치가 됩니다.


그러다 한 학생이 수업이 끝났는데도 집으로 가지 않자 조용히 묻습니다.
"왜 집에 안 가니?"
"아빠가 4시 넘어서 들어오라고 했어요"
오카노 선생님은 제자 '간다'의 손을 잡고 집을 직접 찾아갑니다. 그리고 제자의 아버지를 만납니다. 아버지는 남의 집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선생님을 밀치고 아들을 집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우당탕 소리가 납니다. 분명히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것을 알지만 선생님은 나서지 못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마사미(오노 미치코 분)는 어린 딸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장기 출장을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모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잘못을 하면 경직된 행동을 합니다. 마사미는 아이가 잘못을 하면 체벌을 가하는 폭력을 구사하는 엄마입니다. 남들 앞에서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을 봐서는 폭력이 나쁜 행동임을 아주 잘 압니다. 그러나 둘만 있을 때 딸이 실수를 하면 가차없이 구타를 합니다. 이제 아이는 엄마가 때리지도 않았는데도 실수를 하면 울어 버립니다. 

히로야(카베 아몬 분)는 자폐증이 있는 아이입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집 앞에서 혼잣말을 하면서 지나갑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꼬박꼬박 합니다. 치매에 걸린 사사키 할머니는 이 자폐아에 관심이 점점 많아집니다. 


<너는 착한 아이>는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3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엉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냥 독립된 에피소드도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만나기도 하지만 개별적인 이야기입니다. 3개의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지만 소재는 비슷합니다. 이 <너는 착한 아이>가 다루고 있는 소재는 아동에 대한 부모 또는 사회의 폭력입니다. 

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수업이 끝났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간다'와 남에게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조그마한 아이의 실수도 용납못하고 폭력을 가하는 미즈키 그리고 장애아를 둔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미안합니다'라고 하는 3가지 에피소드는 모두 우리 주변의 아이들에 가하는 다양한 폭력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의 폭력 주체는 친부모들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의 이면을 보면 폭력의 대물림이 있습니다. 이는 무척 현실적인 시선이죠. 또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항상 머리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이런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아동에 대한 학대와 폭력의 해결책으로 포옹을 제시합니다. 

그날도 말 안 듣는 초등학생들에게 시달려서 파김치가 된 오카노 선생님은 기운이 쪽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런 삼촌을 유치원생인 조카가 안아줍니다. 포옹의 효엄을 느낀 오카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냅니다

"강아지 같은 애완 동물을 빼고 가족 누구라도 괜찮으니 포옹을 하고 와"
이 다소 황당한 숙제에 아이들은 술렁입니다. 다음 날 포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색했다, 부끄러웠다라는 대답도 있었지만 다시 아기가 된 것 같이 포근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실제 초등학생들이 가족과 포옹하고 느낀 점을 사실적으로 담습니다. 


영화는 포옹으로 이 험한 아동 폭력을 치료합니다. 오카노 선생님은 다시 '간다'의 집에 방문하게 되고 '미즈키'의 딸에 대한 폭력을 포옹으로 막습니다. 치매 할머니는 장애아 '히로'를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은 항상 우리를 눈물 짓게 만듭니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로 상처주기 바쁜 요즘 우리들의 살풍경을 치료해 주는 시선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입니다. 설사 아이들이 잘못이 있다고 해도 아이들은 그런 잘못과 실수에서 배우기 때문에 심한 비난을 해서는 안됩니다.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아이들의 특성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그 그원과 치유 방법까지 소개합니다. 

 

영화는 잔잔하고 수더분하고 성긴 구석이 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아이들의 미소가 가득한 마지막 장면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죠. 우리 주변의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 어른들의 꾸밈 없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잔잔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별점 : ★★★☆
40자 평 : 아동 폭력에 대한 사랑스러운 치유법을 담고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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