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관객을 속이는 마술 같은 도구라서 우리는 제대로 속으면 영화가 재미있다고 엄지척을 던집니다. 특히나 한국 영화들은 반전 강박증이 있어서인지 후반에 커다란 반전을 꼭 넣는 추세입니다. 이 반전이 좋은 반전도 있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인 영화들도 많습니다. 고수가 주연한 영화 <루시드 드림>은 꿈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흔한 소재이지만 항상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하죠. 시간 여행과 달리 꿈은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희미한 기억이라는 비선명성 덕분에 항상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입니다.
자각몽을 소재로 한 <루시드 드림>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루시드 드림)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자각몽은 꿈 속에서 이게 꿈이구나 인식을 하는 꿈입니다. 저도 가끔 꾸는 꿈입니다. 사람들은 꿈이야 생시야라고 자기 볼을 꼬집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한다지만 꿈에서도 볼을 꼬집으면 아픕니다. 꿈임을 자각하는 것은 여러가지 도구의 도움을 받거나 문뜩 스스로 알게 됩니다. 자각몽을 자주 꾸는 분들은 자각몽을 이용해서 운전 연습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자각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꽤 있었죠.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톰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도 있었고 <인셉션>도 있었습니다. 이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꿈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최고는 <인셉션>입니다. 놀라운 이야기와 치밀한 연출과 액션은 몇 번을 봐도 놀라게 하는 영화입니다. 꿈 속에서 꿈임을 인지한다라는 자각은 짜릿함을 줍니다. 내 꿈이기 때문에 반복 연습을 하면 내 맘대로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꿈을 지배하는 신이 되는 것이죠.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자각몽입니다.
그런데 영화 <루시드 드림>은 이 자각몽을 자신의 과거를 보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영화 소재가 자각몽 보다는 최면술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이야기가 엉성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최대호(고수 분)기자입니다. 대기업 비리를 세상에 밝히는 열혈 기자입니다. 아들 바보인 최대호 기자는 아들과 함께 놀이 동산에 갔다가 아들이 납치 유괴됩니다. 최대호 기자는 3년 동안 아들의 행방을 찾으러 다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경찰도 갖은 노력을 했지만 아이의 행방을 찾지 못해서 조만간 미해결 사건으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절망감에 쌓인 최대호는 우연히 자각몽으로 범죄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듣고 뇌과학 전문가이자 친구인 소현(강혜정 분)에게 찾아가 자각몽을 통해서 유괴 당시의 기억을 다시 돌아보고 싶다고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자각몽을 꾸게 된 최대호는 실종 당시의 기억을 또렷하게 기억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하나 둘 씩 찾아갑니다.
송 형사(설경구 분)는 자각몽의 지원을 받아서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에서 경찰들이 무능하게 나옵니다. 최대호는 탐정사무실에 가서 용의자 수색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용의자와 그 배후 세력을 찾아갑니다.
자각몽이라기 보다는 최면술을 통한 수사물 같은 <루시드 드림>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자각몽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하는지도 좀 화가 나지만 자각몽이라기 보다는 최면술로 과거의 기억을 호출하는 최면술 영화에 가깝습니다. 영화 후반에 공유몽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영화 <인셉션>에서 이미 본 내용입니다. 신선도가 낮은 이야기라면 공유몽을 좀 더 확장하거나 좀 더 다이나믹한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인셉션>의 아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치열하고 치밀한 스토리를 구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인 최대호는 오로지 아들을 찾기 위해서 거침없이 달리는 야생마로만 보입니다. 유일한 느낌표는 후반 반전입니다. 이 반전도 솔직히 크게 놀랍지는 않네요. 다만 초반에 허술한 이야기를 잘 봉합하는 수준에서 끝이납니다.
액션도 약합니다. 액션은 후반에 꽤 규모가 크게 나오는데 그 자체도 영화 <인셉션>을 떠오르게 합니다. 문제는 그 마지막 붕괴 장면이 나오기 전에는 이렇다할 액션도 없습니다. 여기에 이야기의 설득력도 약합니다. 뇌파 주파수를 잡아서 공유몽에 진입한다는 설정이나 자각몽에 대한 배경 설명도 약합니다.
또한, 자각몽을 오래 꾸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설정 자체도 구태스럽습니다. 여기에 주인공인 최대호가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나 고민을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돌격만 합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단순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이라면 이야기가 탄탄해야 하는데 탄탄하지도 재미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연출을 잘 하지도 못합니다. 그냥 흔한 TV 드라마 정도입니다. 유일하게 칭찬 받을 구석은 고수의 연기입니다.
조연으로 나오는 박유천도 그나마 살짝 재미를 주긴 하는데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구멍이 너무 많은 영화입니다. 좀 더 재미와 스릴과 놀라움을 첨가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영화는 직진만 합니다. 좋은 소재,좋은 배우를 허투르 쓴 영화입니다. 안타깝네요.
영화 <인셉션>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향으로 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뛰어 넘지도 다른 방향으로 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치밀함도 없습니다.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기대했는데 안타까움만 들게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좋은 소재, 좋은 배우 그러나 조악한 스토리와 연출이 영화를 망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