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이 낳은 특급 조연인 '조정석'이 요즘에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이제는 주연급 배우가 되었다는 방증이겠죠. 2016년 11월 말에 개봉한 영화 <형>은 조정석과 엑소의 디오가 주연을 한 영화입니다. 박신혜가 등장하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이네요. 이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억지 러브 라인이 지우기 위한 감독의 전략 같네요.
사기꾼 형과 유도 선수인 동생의 티격태격
두영(디오 분)은 국가대표 유도 선수입니다. 안타깝게도 유도 경기 중 큰 충격으로 시신경이 끊어져 실명이 됩니다.
두영은 시각 장애인이 된 자신을 자학하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습니다. 고아여서 누가 먹을 것을 챙겨주지도 않아서 시름시름 말라갑니다. 가끔 코치였던 수현(박신혜 분)이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오지만 두영은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두영에게는 두식(조정석 분)이라는 형이 있습니다. 형은 고등학교 때 집을 나갔다가 사기죄로 복역 중입니다. 두식은 가석방 심사에서 시각 장애인이 된 혼자 사는 동생을 돌봐야 한다면서 눈물 연기를 통해 가석방 허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두영은 두식이 영양실조에 가깝게 방 안에 있는데도 오자마자 육두문자를 발사합니다.
형이라고 보다는 돈 받으러 온 일수업자 느낌이 큽니다. 형제라고 하기엔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날이 서 있습니다. 두 사람은 형제이긴 하지만 배가 다른 형제입니다. 배가 달라도 함께 웃으면서 살기도 했지만 갑자기 두식이 집을 나가고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십니다. 형과 부모님 모두 떠난 집에서 두영은 혼자 자랐습니다. 그런데 시각 장애인이 되자 집나간 형이 돌아와서 집을 담보로 자동차나 살 생각을 합니다.
두영을 오로지 챙겨주는 사람은 수현 밖에 없습니다. 수현이 찾아 온 날 두영은 영양실조에 걸려서 병원에 갑니다. 이후, 두식은 두영을 서서히 동생으로 느끼고 츤데레 형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같이 목욕탕을 가는 등 둘 사이는 자석처럼 점점 가까워집니다.
억지 신파를 이겨내는 조정석의 연기
전체적인 스토리는 조악함이 가득합니다. 배다른 형제가 티격태격하다가 형제애를 복구한다는 내용은 안 봐도 뻔한 내용이죠. 특히, 갑작스럽게 저질스러운 신파로 급속도로 흐르는 모습도 참 역한 느낌이 듭니다. 두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게 되는 과정을 담는 스토리도 조악하고 유치합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 아주 괜찮게 봤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조! 정! 석!
조정석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입니다. 소심한 주인공 옆에서 연애코치를 해주던 납득이! 그 이미지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지금까지도 조정석하면 납득이가 떠오릅니다. 조종석은 능청스러운 연기, 자연스러운 애드립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가는 코믹 연기를 무척 잘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보면 조정석의 색깔과 좀 다른 드라마에 강한 캐릭터에 많이 출연했습니다. 드라마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정석이 가장 잘하는 코미디 쪽을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물만난 물고기처럼 조정석은 영화 전체를 휘어잡고 하드캐리합니다. 감히 말하지만 이 영화 스토리 자체는 그냥 그런 영화지만 오로지 조정석 혼자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갑니다. 물론, 디오의 연기도 좋고 조정석과의 캐미도 좋습니다.
이 영화 <형>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라는 캐릭터를 분리해서 영화로 만든 납득이 외전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석의 코미디 연기가 물이 오른 것을 넘어서 콸콸콸 쏟아지네요. 여기에 일반인 포스를 자랑하는 요즘 뜨는 조연 김강현의 연기도 좋습니다.
따뜻한 가족 영화입니다. 신파라는 설탕 시럽이 콸콸 흘러서 끈적거리지만 이 끈적거림을 조정석이 달달함으로 바꿔줍니다. 감독도 신파로 흐르는 것을 알았는지 불필요하고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은 잘 오려냈네요. 영화 후반에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눈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한국형 드라마인 초반 웃기고 후반 감동!의 공식을 잘 따른 그런대로 잘 만든 영화 <형>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납득이 이야기를 길게 늘리면 영화 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