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부산행의 잔혹 버전 같은 일본 좀비 영화 '아이엠 어 히어로'

by 썬도그 2017. 1. 3.
반응형

갑자기 좀비는 뭘 먹고 살까? 좀비 중에 배고파서 쓰러지는 좀비를 보지 못했고 불로불사인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계속 배회하는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네! 압니다. 좀비는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요. 그러나 최근 좀비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언젠가는 좀비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담은 영화가 나올 듯하네요.

공산당, 외계인이라는 식상한 가상의 적 약빨이 떨어지자 헐라우드에서부터 '좀비'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좀비'라는 존재는 현실 세계에 없는 존재이지만 공포라는 단어로 치환해보면 '좀비'는 우리가 항상 두려워하는 무엇인가를 형상화 한 존재로 보입니다. 

이 '좀비'라는 가상의 적은 헐리우드에서 퍼지기 시작하더니 2016년 여름에는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좀비물이 스릴러물의 최전선에 서 있는 느낌이네요.


3류 인생을 살던 히데오, 좀비에 쫓기다

딱 봐도 오타쿠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히데오(오오이지미 요 분)은 15년 전에 만화 가작상을 받은 촉망받은 신인이었지만 현재는 만화가의 어시트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꿈꾸지만 수년 째 애인의 집에서 하숙하는 찌질한 인생입니다. 연재를 따내기 위해서 만화잡지사에 자신의 만화를 들고 가지만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습니다.

이에 애인도 폭발을 하고 취미로 사용하는 클레이 샷건을 들고 집에서 쫓겨납니다. 히데오는 이 와중에서도 총포허가증이 있어야 한다면서 애인에게 부탁하는 찌질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고지식함에 무능력으로 무장한 히데오는 영웅이라는 이름(히데오가 한자로 영웅임) 답지 않은 소심남입니다. 영화 <아이엠 어 히어로>는 이 소심남이 히어로로 변신하는 과정을 가장 큰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부산행의 잔혹 버전 같은 <아이엠 어 히어로>

일본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아서 원작에서는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좀비들의 특징은 부산행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먼저 보지 못하고 소리에 민감한 좀비 설정이 비슷합니다. 정확하게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감독이 이 만화 '아이엠 어 히어로'를 참고했다고 하니 부산행 좀비가 이 원작 만화를 따라한 설정이겠네요. 

그러나 그 묘사력은 꽤 다릅니다. 부산행이 아이들이 볼만한 비쥬얼을 지닌 좀비였다면 <아이엠 어 히어로>의 좀비는 외모가 무척 흉측합니다. 얼굴 붕괴 좀비도 많고 잔혹스러운 모습을 한 좀비도 많습니다. 여기에 액션 표현력도 과할 정도로 머리 파괴 액션이 많습니다. 특히, 후반의 대형 쇼핑몰 지하에서 펼쳐지는 좀비 머리 파괴 액션은 처음에는 잔혹하다라고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별다른 액션이 없어서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부산행과 공통점이 있다면 좀비 연기를 한 배우들이 대부분이 한국 배우라는 점은 같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 후반 쇼핑몰은 파주의 한 망한 쇼핑몰을 빌려서 촬영했다고 하죠. 여기에 한국 배우들을 섭외해서 좀비 연기를 합니다. 

좀비들이 부산행과 다른 점은 또 있는데 좀비들이 과거의 기억에 갇혀서 산다는 설정으로 인해 자신이 주로 했던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 것입니다. 좀비지만 기억을 가진 존재고 각각의 개성이 있다는 점은 신선하네요. 그러나 전체적인 액션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초반의 거리에서의 좀비 떼의 습격 장면은 상당히 현실적이지만 공포를 극대화 시켜주지는 못 합니다. 또한, 수송기가 과도하게 나오는 비현실적인 장면은 인상을 찌푸리게 하네요.

그렇다고 후반 쇼핑몰에서의 액션이 재미있냐? 나름대로 연출을 잘 한 것 같은데 부산행처럼 쇼킹하거나 스릴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부산행에 비해 더 잔인하지만 스릴은 훨씬 덜합니다. 다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부산행처럼 갇힌 공간에 몰아넣는 가성비 좋은 액션을 선보이다.

도쿄에서 탈출한 히데오는 후지산에 가면 좀비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인터넷 소문을 믿고 도망치다가 만난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마 카스미 분)와 함께 후지산으로 갑니다. 히로미는 아기에게 목을 물려서 좀비 바이러스가 침투 하지만 몸의 일부만 좀비가 되는 반인반좀의 인간입니다.

이 히로미는 이 좀비 바이러스 창궐의 해결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원인과 치료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는 부산행과 비슷하죠. 오로지 좀비를 피해 달아나거나 맞서는 내용만 나옵니다. 비슷한 점은 후반 쇼핑몰에서도 보입니다. 부산행은 달리는 열차라는 폐쇄 공간에 좀비를 욱여넣어서 가성비 좋은 액션을 창출합니다. 

이는 <아이엠 어 히어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쇼핑몰이라는 공간에서 좀비와 인간의 사투를 담은 점이 무척 비슷합니다. 비슷한 것은 이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좀비 떼를 피해서 인간들과 함께 좀비에 맞설 줄 알았는데 좀비보다 더 악질 인간들이 있는 모습에 차라리 좀비가 더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영화도 쇼핑몰이라는 공간에서 기거하는 인간들이 하나의 거대한 권력자의 말을 따르는 왕국을 형성한 모습이 더 참혹스럽네요. 


재미는 <아이엠 어 히어로>의 응용 작품인 <부산행>이 2배 이상 재미있습니다. 스토리의 짜임새도 그렇고 액션은 <부산행>이 더 강렬하고 짜릿합니다. 반면 <아이엠 어 히어로>는 샷건으로 좀비의 머리를 날리는 잔혹스러운 장면도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합니다. 


게다가 히로미는 초반에 괴력을 발휘하더니 후반에는 짐짝 역할만 합니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에 민폐 캐릭터로 바로 등극하네요 2편에서는 대활약을 할지 모르겠지만 1편에서는 초반의 그 기세가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럽네요.


3류가 히어로가 되다

좀비 머리 파괴 액션은 흥미롭지도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잔혹하기만 하지 그렇게까지 과하게 표현하는 것이 썩 맘에 들지 않네요.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주인공 히데오에게 있습니다. 클레이 사격을 취미로 가졌지만 정작 좀비에게 총 한 방 쏘지 못하는 소심남이 히로미를 지키기 위해서 총을 듭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 너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점 (애인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이나 여러가지 엉성한 설정은 아쉽네요. 그럼에도 총을 든 히데오의 변신이 손에 힘이 들어가게 합니다.


흥미로운 영화이자 지루함이 없는 영화입니다. 지루함이 없는 이유는 실제적 공포가 도사리는 폐쇄적 공간이 주는 스릴과 좀비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끝판왕 좀비 같은 체육 특기 좀비는 살벌함을 느끼게 하네요. 


부산행2가 안 나온다면 연상호 감독이 <아이엠 히어로2 2편>을 연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전체적으로 과한 잔혹함이 많지만 흥미로운 좀비 영화 <아이엠 어 히어로>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부산행의 잔혹 버전이자 원조 영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