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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일상의 사랑을 3류 소설로 담은 영화 최악의 하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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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랑을 3류 소설로 담은 영화 최악의 하루

썬도그 2016.12.08 10:12

지난 여름 개봉해서 잔잔하게 인기를 끌던 저예산 영화 <최악의 하루>는 입소문이 꽤 좋았습니다. 뒤늦게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 분)은 서촌의 연기 연습실에서 나와서 '사진 갤러리 류가헌'을 묻는 한 일본인을 만납니다. 둘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못하지만 더듬거리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류가헌이 어디있는지 잘 모르지만 빙빙 돌다가 우연찮게 류가헌을 찾아준 은희에게 일본인 료헤이(이와세 료 분)는 커피 한 잔을 사줍니다.

그렇게 둘은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료헤이는 소설가로 한국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가지려고 왔습니다. 료헤이는 은희에게 이름을 묻지만 은희는 자신이 팬레터를 보내겠다면서 이름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가진 은희는 배우인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남산으로 향합니다. 


남자 친구(권율 분)은 마스크와 썬글라스를 쓰고 은희와의 쪽 데이트를 하지만 은희는 가면을 쓴 것 같은 남자 친구의 모습이 못마땅합니다. 그러다 남자 친구 입에서 은희가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게 되고 그 자리에서 절교를 외치고 남산 밑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다가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에 만난 이혼남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그렇게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은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솔직히 영화 스토리는 별 내용이 아닙니다. 흔한 양다리 걸치다가 다리가 찢어지는 흔한 3류 연예 소설 같은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를 좋게 보지 못하겠네요


뭔 이리 우연이 이리 많어!

어차피 허구이지만 개연성과 공감을 위해서는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마치 은희가 두 남자 앞에서 거짓말을 진실처럼 연기하듯이요. 그런데 이 영화 스토리도 단순하고 개연성 없는 뜬금포가 여러번 터져서 좀 짜증이 납니다. 

전에 만났던 이혼남을 만난 것은 트위터를 통해서 은희의 위치를 알았다는 점은 그럴듯 합니다. 그러나 소설가와의 만남이나 이혼남과의 다시 만나는 것은 좀 과한 느낌입니다. 특히, 소설가의 다시 만남은 우격다짐 같네요. 그래서 전 이 영화가 3류 소설 같다는 느낌 또는 료헤이가 쓴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런 식으로 소설을 쓰니 저자와의 만남에 한 명도 안나오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네요. 일본인 소설가가 한국 출판사의 요청으로 한국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다고 해도 '미움 받을 용기'처럼 대박이 나야합니다. 그런데 겨우 100권만 팔렸는데 저자와의 만남을 가진다? 그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온 소설가가 저자와의 만남을 망친 후 방치되는 느낌을 보면서 이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끝까지 드네요

이 영화는 곳곳에서 은유를 배치합니다. 뜬금 없이 인터뷰인지 독자인지 모를 듯한 한 잡지사 기자와 료헤이의 인터뷰도 그렇고 배우 지망생 은희와 소설가 료헤이가 모두 거짓을 연기하고 쓰는 가짜 이야기로 사는 진짜와 가짜의 줄타기를 통한 은유를 곳곳에 배치합니다. 그 은유를 통해서 뭐가 진짜이고 뭐가 가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양다리를 걸치기 위해서 자신은 거짓말 못 한다고 당돌하게 거짓말을 하는 은희의 모습이 우리의 흔한 삶을 엿보면서 겉 같아서 피식 웃습니다. 삶이 거짓부렁 반, 진실 반으로 섞인 것이 삶이겠죠. 그래서 일부러 거짓말 같은 우연을 곳곳에 배치했나요? 이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하기 위해서 우연이라는 각성제를 곳곳에 배치했나요? 만약 그게 감독의 의도라면 좀 더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구성이 세밀하지도 정밀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 삶도 3류

<최악의 하루>의 주인공 은희는 참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지망생인 은희는 남자 친구가 은희가 아닌 다른 여자 이름을 불렀다고 불같이 화를 내고 절교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이 여주인공 아주 당돌하게도 양다리를 걸치는 행동을 합니다. 헤어진 이혼남을 만나서 차를 마시다가 이혼남이 재결합하겠다는 말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자 다시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습니다. <건축학개론>의 한가인이 연기한 국민 X년 못지 않는 짜증나는 캐릭터입니다.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정말 사랑을 위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못된 사랑꾼 같습니다. 이렇게 주인공 자체가 짜증납니다만 재미있게도 양다리의 희생자인 두 남자도 그닥 나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남자 모두 질척거리기는 마찬가지죠. 영화 속 3명의 주인공은 참 찌질한 행동을 많이 보여줍니다. 그런 모습 자체가 상당히 일상의 언어이자 행동입니다.

솔직히 이 3명이 보여주는 짜증나는 사랑 놀음은 이미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자고이래로 삼각관계가 가장 흔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사랑 놀이 아닌가요? 참 졸렬하고 지리멸렬하고 3류 애정소설 같지만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그 3류 소설의 주인공이면서도 마치 이건 베스트셀러 소설이라고 우기면서 살죠. 그런면에서 이 영화 <최악의 하루>는 일상 속 흔한 사랑 방정식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 앞에서 거짓을 연기하고 진실을 강요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당신과 내가 하는 행동을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이 일상의 사랑방정식을 잘 녹여낸 모습은 무척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빼면 이 <최악의 하루>는 지루함과 어이없음의 연속입니다. 조립하다 만 프라모델처럼 다 쓰지 못한 일기 또는 쓰다가 갑자기 환상으로 넘어가는 어설픈 마무리는 아쉽기만 합니다.


거짓과 진실, 우연과 운명이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지만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이 소재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사랑방정식으로 담았습니다. 서촌이 꽤 많이 나와서 내심 기대했지만 서촌의 명소들은 거의 나오지 않네요. 하다못해 류가헌의 그 공간도 제대로 담지 못합니다. 골목도 그게 서촌인지 삼청동인지 구분도 안되고요.

기대를 좀 했는데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연출력도 아쉽고 스토리는 더 아쉽습니다.
딱 한 번의 웃음과 길고 지루한 짜증이 계속됩니다.

별점 : ★★

40자평 :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사는 우리들의 3류 사랑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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