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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이 좋은 소재를 3류 반공 영화로 만든 '인천상륙작전'

by 썬도그 2016.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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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중에 가장 큰 사건이자 작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인천상륙작전'입니다. 어렸을 때 6.25 전쟁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짜릿했던 장면이 '인천상륙작전'입니다. 야구로 치자만 9회말 역전 만루 홈런과 비슷합니다. 수세에 몰린 한국군과 연합군이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인천에 기습상륙에 성공해서 한 방에 전세를 역전 시킵니다. 인천에 상륙한 연합군은 바로 수도 서울을 함락하자 낙동강에서 전투를 벌이던 인민군은 혼비백산해서 북으로 도주합니다. 

드라마틱한 작전이었던 이 '인천상륙작전'을 영화로 만든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하수상하다 보니 혹시 이 영화 국뽕 영화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감독 이름을 보니 이재한으로 2010년 반공 영화 '포화속으로'를 만든 감독이네요. 이재한 감독은 2004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해서 명성이 꽤 있는 감독입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정말 잘 만든 영화죠. 그러나 '포화 속으로'를 보면서 이 감독이 왜 이렇게 쌍팔년도 반공 영화를 만드나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80년대 토요일 오후에 하던 '배달의 기수' 속의 인민군은 악, 국군은 선이라는 딱 뿌러지는 이분법으로 6.25전쟁을 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포화 속으로'는 전형적인 80년대 반공 드라마였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 기조를 반공에 다시 맞춘 이명박 정권에 맞춘 시선이죠. 그런데 이 감독 또 한 번의 전쟁 영화를 다룬 것이 '인천상륙작전'입니다. 


#초반은 잘 나가다가 철저한 반공 구도에 실소가 나오다

좀 의심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도 반공 영화로 만들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초반에는 반공 코드가 거의 안 보입니다. 맥아더의 지시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북한군이 설치한 기뢰 위치와 팔미도 등대를 켜는 작전을 임무 받은 해군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분)은 고위 북한군 간부로 위장해서 인천에 잠입합니다. 이 인천에는 림계진(이범수 분)이라는 김일성의 최측근이 지휘를 하고 있었고 림계진은 기뢰의 위치를 다른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난감해진 장학수 부대는 강제로 기뢰 위치가 담긴 해도를 탈취하려다 발각이 되고 인천에 있는 켈로 부대와 함께 기뢰 위치를 알고 있는 인민군을 납치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을 할 수 있게 부대원을 이끌고 인민군을 괴멸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중반부터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라고 하는 잔인무도한 인민군의 실상을 담으면서 점점 쌍팔년도 반공 드라마로 변질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종교나 가족보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입니다. 쉽게 말해서 공산주의 탈레반이 북한입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이념을 욕보이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재 김정은은 친척도 숙청하는 잔인무도한 인간이죠. 그렇다고 남한이 선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 영화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반공단체인 '보도연맹'이라는 관제 단체가 죽창으로 북한군을 도우거나 의심이 드는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을 합니다. 또한, 한국군도 북한에서 참혹한 행동을 했다는 소리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불편한 진실은 우리 정부가 가르치고 알리려고 하지 않죠. 

그러나 세상에는 평생 가려지는 거짓말은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반공 교육도 받아야 하지만 우리들의 과오도 함께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힘이죠. 주인공 장학수가 자주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것도 개인의 선택이죠"
이념과 가족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림계진의 질문에도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해서 분위기를 쎄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힘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함선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다양성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인민군은 악, 국군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동화책에서나 먹히는 분류체계입니다. 따라서 영화는 입체적이지 못하고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결말이 예상되는 뻔하게 흘러갑니다. 


#엉성한 액션 연출과 짜임새 없는 스토리 전개

이 영화는 대규모 인천상륙작전을 담은 영화는 아닙니다. 전 거대한 인천상륙작전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제작비 때문인지 상륙 직전에 대활약을 한 켈로부대와 첩보부대의 활약만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액션 규모는 대규모보다는 소규모입니다. 

먼저 총격씬은 조잡하다고 할 정도로 긴장감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난사만 가득합니다. 쪼는 맛 보다는 그냥 펑펑 터지는 효과만 난무합니다. 가장 큰 액션은 거리 카체이싱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도 긴장감은 없습니다. 짜임새 있는 편집과 연출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너무나 느릿하고 지루한 연출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포탑이 없는 전차를 몰고 적진을 괴멸시키는 장면은 실소가 나왔습니다. 포 한 방에 날아가는 인민군 부대를 보면서 실소도 빵 터졌네요. 아무리 구라를 쳐도 정도라는 것이 있지. 정도를 넘어서네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했는데 그 장면 보고서 구라가 대부분이구나라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켈로부대가 팔미도 등대를 점령하는 과정이나 사전 작업은 실화지만 그건 영화의 아주 일 부분이고 대부분은 거짓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가장 큰 불만은 부대원을 묘사하는 부분입니다. 보통, 부대원의 활약을 담은 특공대 영화들은 부대원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과거를 살짝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시간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실미도가 대표적인 영화죠. 그러나 이 영화 부대원들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장학수 대위를 보여주지만 그 부대원의 이름도 이 사람의 과거도 보여주지 않아서 장학수만 울게 만듭니다. 부대원 중에 그나마 좀 더 입체적으로 담는 인물이 박철민이 연기한 남기성 말고는 없습니다. 

이는 아주 중대한 연출 착오입니다. 부대원의 장렬한 산화를 담는 것이 키포인트라면 그 부대원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다루어야 하는데 이름도 잘 다루지 않고 처음 보는 배우들이 대부분이고 다 빡빡머리로 나와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도 잘 가지 않습니다. 그나마 도련님과 머슴의 관계가 흥미로운 설정인데 이들의 과거는 한 컷도 안 나옵니다. 오로지 장학수와 림계진을 돋보이게 하는 불쏘시개로만 활용됩니다. 


#맥아더 미화만 가득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은 많은 반대가 있던 작전입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모택동은 김일성에게 연합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할 수 있다고 언질을 했지만 김일성은 무시하면서 제대로 막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된 실수였습니다. 

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맥아더 장군의 고마움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맥아더 장군이 좋은 장군이냐? 그건 좀 의문이 듭니다. 아주 두꺼운 책 '콜디스트 윈터'를 읽어보면 맥아더와 한국 전쟁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책에서는 맥아더의 숨겨진 이면이 가득 나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넣는 것이 불필요하기에 뺏겠죠. 그럼에도 미화할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맥아더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상 CG는 좋은데 과도한 CG가 눈쌀을 찌푸리게 하다 

제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안 본 이유는 CG 때문입니다. 예고편에 보니 조악한 CG에 한 숨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상륙작전은 나오지 않고 켈로부대의 활약만 나오는 것 같아서 안 봤는데 안보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켈로부대의 활약만 담고 있네요. 그럼에도 후반에는 포격이나 대규모 전단이 나옵니다.  해상 CG는 그런대로 볼만합니다만 포격하는 장면은 조악하네요. 제가 실소를 한 것은 콜세어기의 편대 비행입니다. 해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많은 콜세어기의 출연에 실소가 나오네요. 


#스토리, 액션, 연출 모두 엉망인 3류 반공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좋은 소재입니다. 켈로 부대의 활약만 담백하게 그려도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온통 과장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초반에는 쪼는 맛이 있었지만 정체가 탄로난 다음은 폭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후반 액션은 거대한 폭발음은 있지만 실소도 같이 폭발합니다.

특히, 진세연이 연기한 한채선이라는 캐릭터는 극에 방해가 될 정도로 어색한 캐릭터입니다. 감독이 공산주의의 잔혹함을 깨닫고 전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나 본데 그렇게 빠르게 태세 전환하는 것이 공감을 끌어 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어색한 러브라인 언급은 키스를 시키는 것보다 못하네요.  3류 반공드라마입니다. 억지의 연속을 이 좋은 사실적 소재를 엉망으로 만드네요. 청와대가 변호사라는 정권 비판적인 영화를 배급한 CJ 팔을 비틀어서 만든 영화라는 말이 있던데 그것도 이 영화를 좀 먹는 요소입니다. 

좋은 소재를 이렇게 유치하게 담다니 이재한 감독 영화는 앞으로 보지 말야야겠네요.

별점 : ★★

40자평 : 3류 반공 드라마. 연출, 액션, 스토리 모두 실소를 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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