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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아빠 육아의 현실을 제대로 담은 육아 에세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by 썬도그 201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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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D가 발간한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빠들이 아이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무려 6분이나 된다고 합니다. 무려 6분. 네 당연히 OECD 꼴찌입니다. 제가 봐도 우리 주변의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관심도 크게 없습니다. 

먼저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이유는 무척 단순 간단합니다. 늦게 퇴근하니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얘 때문에 먼저 가보겠다고 하면 상사가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 얘 안 키워봤어?" 그 말에 가기도 싫은 노래방까지 끌려가서 새벽에 집에 도착합니다. 이런데 무슨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있겠어요. 아기가 있는 아빠는 일찍 보내줘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최고의 노동 시간을 가진 나라입니다. 아빠라는 자리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 시간을  직장에 뺏어가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하루 6분 아기와 아이와 놀아줍니다. 이러니 아기와 아이들이 엄마만 따르고 아빠를 불필요한 존재라는 섬뜩한 말도 하죠. 물론, 요즘 아빠들은 다정다감이 기본 장착되었고 가정의 소중함을 잘 아는 아빠들이 많습니다. 또한, 아빠 육아에 대한 시선이 너그럽고 관대해졌습니다. 

그럼에도 하루 6분은 정말 충격적인 시간입니다. 이런 식이면 1년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총 합쳐서 12시간이 안됩니다. 딱 하루 출근해서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면 1년치 육아 시간이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빠 육아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아빠 육아는 엄마 육아의 빈틈인 사회성, 정서 발달, 균형잡인 생각, 이성적 판단 등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아빠 효과'라는 말도 나왔잖아요. 0~3세까지는 아빠와 유대감을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감성 아빠 육아 에세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빠 육아 관련 서적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서점과 도서관에 가서 많은 아빠 육아서를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빠 양육 육아서가 있더라고요.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외국인 저자의 책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까지 아빠 육아에 대한 개념이 깊히 박혀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변화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기를 엄마 아빠 함께 키우는 공동 양육 문화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 육아를 하려고 해도 아빠들은 육아에 대한 관심도나 정보 습득 창구가 많지 않습니다. 엄마들처럼 육아 양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도 없습니다. 이런 아빠들에게 좋은 육아 에세이가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빠 육아에 관한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꽤 있고 내용도 비슷하면서도 알찹니다. 그런데 그런 이론서적은 실제를 100%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책에 나오는 아기와 내 아기는 조금이라도 다르기 때문에 그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있습니다. 이런 괴리감이 주는 피로함과 책이 담지 못하는 아빠 육아의 감동을 사진과 곁들들인 아빠 육아 에세이가 '아빠가 되었습니다'입니다. 
저자는 여러 잡지사에서 취재 기자로 활동을 했던 신동섭 아빠입니다. 딸 은지와 아들 민수를 아빠가 전업 양육을 한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습니다. 


책은 출산부터 첫째 은지를 키우는 과정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둘째 민수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래도 첫째 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좋았던 점은 저자가 워낙 달변가에다가 다양한 육아 지식으로 무장해서 그런지 육아 팁도 나오지만 공감이 가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엄마 아빠들은 아기 안고 병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죠. 병원 가면 7일 집에서 치료하면 1주일,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 항생제를 먹을 필요가 없음에도 우리는 병원에 갑니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벗어나서 병원에 가되 조언만 듣고 집에서 감기 치료를 합니다. 또한, 항균제에 오히려 피부에 있는 좋은 세균까지 죽여서 오히려 건강에 더 안 좋다는 생각 등은 참 공감이 갑니다. 

여기에 아빠 미소 같은 따스한 시선이 사진과 함께 깔끔하고 담백한 글로 담겨 있어서 읽는데 막힘이 없습니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육아 이야기 느낌이 듭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읽다가 가끔 마음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하네요. 


그렇다고 육아에 대한 기쁨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출근한 아내 대신에 아이 둘을 키우는 육아의 고단함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겨우 잠든 아기가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서 짜증났던 일이나 둘째를 갖는 것에 대한 고민 등등 살아 있는 육아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시중에 아빠 육아 에세이는 거의 없습니다. 거의 유일한 책인데 그 유일한 책이 아주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네요. 아빠 육아를 준비하는 분들이나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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