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영화의 재미는 총 한 방에 웃고 있다가 요단강을 건너는 급반전이 매력입니다. 많은 액션 영화들이 맞아도 죽지 않고 기절하는 정도이지만 서부 영화는 서로 히죽히죽 웃다가 리벌버 화염이 뿜어지면 10초도 안 되어서 낙엽이 떨어지듯 목숨이 사라집니다.
이렇기 때문에 주인공도 전조 현상 없이 총 한 방에 죽을 수 있습니다. 구차한 액션 없이 총 한 방으로 해결하는 간결함이 서부극의 매력 아닐까요? 서부 영화는 60~70년대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 서서히 그 인기가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단조로운 액션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들에 밀리는 듯 합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 서부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추석에 극장가에 한 편의 서부 영화가 걸렸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매그니피센트7'입니다.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매그니피센트7'
서부 영화는 미국에서 만든 정통서부극과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린턴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마카로니 웨스턴인 '무법자'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좀 더 쫄깃한 맛이 '마카로니 웨스턴'이 좋죠
1960년에 제작한 '황야의 7인'은 정통 서부극입니다. 이 영화가 기억하는 이유는 스토리 때문이 아닌 당시 잘 나가던 배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율브리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로버트 본 같은 인기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두 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보통 단독 주연을 할 배우들이인데 모두 한 영화에 나옵니다. 쉽게 말하면 60년대의 어벤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냥 아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을 뿐이죠.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매그니피센스7'입니다. 황야의 7인의 영어 제목이 '매그니피센트7'이었으니 영화 제목까지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 원작인 '황야의 7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가 원작입니다. 따라서 '7인의 사무라이'를 차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를 매꾸는 화려한 캐스팅?
율 브리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과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이병헌 어떤 쪽이 더 파괴력이 있을까요? 제가 보이엔 1960년 원작이 더 배우들의 무게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7명 중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덴젤 워싱턴'이 전성기를 지나간 배우입니다. 그렇다고 영화 속에서 연기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전성기 시절이 지난 배우들이 몇몇 보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유명한 크리스 프랫은 요즘 한 창 잘 나가는 젊은 배우입니다. 그러나 '덴젤 워싱턴'이나 '에단 호크'는 전성기가 지난 배우죠. 전체적으로 매그니피센트7의 7명의 배우들을 면면히 살펴 보면 인종별 배치가 눈에 뜁니다. 먼저 주인공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 분)이 흑인 배우이고 빌리 락스(이병헌 분)이 동양인입니다. 인디언 역할을 하는 배우는 출연진을 보니 백인이었네요. 전작은 모두 백인이었는데 흑인과 뜬금 없는 동양인 배우가 등장합니다. 이는 인종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인종 관객층을 노린 노림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병헌이 연기한 '빌리 락스'는 1800년대 후반 동양인이 칼잡이가 될 확률이 거의 없음에도 배치하는 무리수에서 태어난 캐릭터입니다. 이왕 나온 김에 '빌리 락스'에 더 말해보죠. 많은 분들이 이병헌의 출연해서 이 영화에 더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과묵한 캐릭터로 나옵니다. 칼잡이 '빌리 락스'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한 10마디 하나요? 전체적으로 소모품 취급을 당합니다. 액션은 꽤 있지만 대사는 거의 없습니다.
7명이라고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샘 치좀(덴젤 워싱턴 분)과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분)입니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아주 강력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특히, 명사수이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샘 치좀'은 7명의 리더와 가장 뛰어난 액션을 보여줍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금광 개발 업자인 보그는 금광이 있는 로즈크릭 마을을 점령합니다. 헐 값에 땅을 매입하고 마을 사람들을 내쫒습니다. 이에 반항하던 엠마의 남편이 총에 맞고 죽습니다. 이에 엠마는 7개 지역 치안을 유지하는 치안 유지관 '샘 치졸'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며 정의를 실현해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에 '샘 치좀'은 자본주의를 종교로 믿는 보그 일당을 처치해서 정의 실현을 위해 용병을 모집합니다. 사기꾼 패러데이, 칼잡이 빌리, 명사수 굿나잇, 곰 같은 잭 혼, 인디언 McCann 등 7명이 모여서 보그 일당이 점령한 로즈크릭 마을에 쳐들어가 보그가 고용한 용병을 싹 처리합니다. 이 사실을 안 보그는 용병 수백명을 고용해서 로즈클릭 마을을 다시 탈환하려고 합니다. 이에 '샘 치좀'은 마을 사람들과 6명의 용병들과 함께 이 거대한 공격을 맞선다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서부 영화의 한계와 올드한 연출이 평범한 영화로 만들어 버리다
매그니피센트7 영상은 콘트라스트가 강한 톤을 유지하면서 사악한 악당인 보그를 묘사하면서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꽤 볼만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중간 단계가 좀 느슨합니다. 케이퍼 무비의 재미는 여러 악당 또는 선인들을 모으는 과정이 솔솔하죠. 그런데 이 영화는 이 재미가 크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인상 깊은 모습은 빌리와 굿나잇을 데리고 오는 과정은 좋지만 인디언을 데리고 오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고 보푸라기가 잔뜩 일어납니다. 뜬금없이 등장해서 우리랑 갈래? 라고 하자 몇 마디 안 하고 따라가는 모습은 억지스럽습니다.
이런 지루함을 남편을 잃은 아내 엠마가 메꿉니다. 헤일리 베넷이 연기한 엠마라는 캐릭터도 배우도 꽤 매력적입니다. 따라서 7명을 모으는 과정의 평이함을 그나마 좀 매끄럽게 만듭니다. 여기에 보그가 복수를 하러 찾아오기 전까지도 지루한 구석이 많습니다.
나름 유머 코드와 감동 코드를 넣으려고 했지만 그 깊이가 깊지 않습니다. 중간 부분이 지루해지는 이유는 캐릭터 형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이미 우리는 '어벤져스'라는 빼어난 케이퍼 무비를 많이 봤습니다. 눈이 확 높아진 상태에서 느슨한 케이퍼 무비를 보니 성에 차지 않습니다. 7명에 대한 배율을 공평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몇몇 용병은 장식품 같은 느낌입니다. 이중에 이병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득하게 기다린 이유는 후반의 대규모 액션 장면입니다. 액션 장면은 화끈합니다. 서부 영화 치고는 액션이 강력하고 다양합니다 그러나 서부 영화라는 장르적 한계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또한, 창의적인 액션도 있긴 하지만 다 예측 가능합니다. 액션에 대한 고민과 연출은 그런대로 좋긴 한데 서부 영화보다 더 화끈하고 화려한 액션 영화가 많아져서 그런지 만족감은 느껴지지 않네요.
보통, 이런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이나믹한 앵글과 편집술을 동원하고 스타일을 넣지만 이 영화는 어떤 스타일이 딱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보다 못합니다. 이러다보니 쾌감은 거의 없고 그냥 그런 액션이 가득합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어떤 느낌이 확 오는 것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뭔가 많이 빠진 느낌입니다. 그 빠진 느낌에는 음악도 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아니더라도 60년대 원작 음악이 꽤 좋은데 그 음악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오네요.
안톤 후쿠아 감독은 액션 영화를 많이 연출했지만 화려함 보다는 담백한 액션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60년대 영화보다는 화려하지만 다른 액션 영화에 비해서 화려함은 크지 않습니다. 여기에 단순한 스토리가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하게 해서 스토리가 주는 힘도 약합니다. 마지막에 약간의 반전이 담기지만 오히려 그 반전이 '샘 치좀'에 대한 반감만 생기게 합니다.
추석에 60년대 원작을 기억하는 어르신 모시고 볼만한 영화입니다. 단순한 선악구조에 서부 액션활극가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좋긴 하네요. 그러나 짜릿함은 없습니다.
별점 : ★★★
40자평 : 멋진 7명의 서부의 사무라이?의 칼 끝이 무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