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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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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을 재미없게 만든 구멍 3가지

썬도그 2016. 8. 26. 13:04

영화 터널은 썩 좋게 본 영화는 아니지만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좋은 조건 속에서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주 가벼운 영화 적당한 사회 비판이 잘 섞인 얄팍함도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의 기획영화들은 대통령 연설문처럼 중학교 2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룰을 잘 따르는 것이 영화 '터널'입니다.

이 영화 '터널'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여러가지 스토리의 구멍을 넘어서 묵직한 소재를 너무 가볍게 치부하는 모습들이 좋게 보아지지가 않네요. 이 터널에 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안 본 분들이라면 여기서 뒤로 버튼 누르고 나가실 것을 권합니다. 


영화 터널을 재미없게 만든 구멍 3가지 


1. 유머

이정수(하정우 분)은 기아 자동차 딜러입니다. 그는 큰 계약을 마치고 터널에 진입하자마자 터널이 붕괴됩니다. 빠른 붕괴는 기존의 재난 영화의 클리세를 깨부셔서 좋았습니다. 이 깨부심은 영화 초중반에 가득합니다. 보통, 대형 재난을 겪게 되면 주인공은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그런데 주인공 이정수는 느긋합니다. 핸드폰으로 119에 차분하게 전화를 한 후 언제 꺼내줄거냐고 묻습니다. 이런 과정이 크게 어색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공감대를 얻으려면 보편타당한 선에서 운신의 폭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 주인공의 심정이 관객까지 전달되어야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수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상하다가도 너무나도 자연스러보고 태연스럽게 행동합니다. 물론, 초기에는 핏발 선 눈동자로 공포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점점 그 공포는 사라지고 이정수 안에서 하정우가 튀어 나옵니다. 국내 최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하는 하정우의 능글맞음이 스물스물 기어 나오더니 결국 현웃을 터지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재난 상황에서 웃음을 만드는 감독의 역량에 박수를 치는 분들도 있지만 동시에 재난 상황에서 웃게 만드는 그 행동들이 과연 적합한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유머가 억지스러운 유머는 아니고 생활 유머들입니다. 인간이 가진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자연스럽게 잘 녹였습니다. 그럼에도 저 상황에서 웃음을 만드는 것이 썩 보기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정수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초반의 웃음은 이 영화의 긴장감과 절실함을 다 날려 버립니다. 이 절실함이 사라지니 영화 후반에는 주인공의 생사에 큰 관심이 사라집니다.



2. 구멍이 숭숭 뚫린 어설픈 사회비판의 스토리

많은 사람들이 영화 '터널'을 보고 세월호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이 터널을 보고 비판이 많은 리뷰를 썼더니 저보고 현정권 추종자라는 댓글도 달리네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본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사'를 본 사람이 국뽕 영화라는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과 '국제시장'을 봅니다. '국제시장'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 '터널'은 좌익영화라서 안 볼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재미있으면 보는 것이고 완성도가 높으면 칭찬이 맞고 완성도가 낮으면 비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 '터널'을 보고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꼭 봐야 하는 영화, 현 정권을 싫어한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식으로 영화를 보고 안 보고 하는 관객은 많지 않습니다. 

터널은 세월호를 떠올리는 구석이 많습니다. 영화 원작이 세월호 사건 이전에 쓰여졌으니 세월호 사건을 보고 쓴 소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비슷한 사고에 대한 대응 패턴은 최근 가장 큰 대형 재난인 세월호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터널에서 보여주는 흔한 무능한 관료사회의 대응 패턴은 세월호말고도 많은 대형 재난에 대입해도 딱 들어 맞습니다.

괌에 추락한 KAL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국회의원이나 삼풍백화점 구조 현장에 카메라 스트로브를 키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모습, 장례식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레기들의 행렬은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영화 '터널'은 이런 한국적인 재난에 대처하는 풍경을 적절하게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만 새롭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터널이 붕괴되는 부실 공사나 경제적 이익에 굴복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날카롭지 못합니다. 그냥 그런 풍경들만 스케치하듯 그렸을 뿐 채색은 하지 않습니다.

왜 터널이 붕괴 되었는지? 그 이유가 부실공사가 이유였다면 그 구조적인 문제까지 파해치지 못합니다. 기자들의 도를 넘어서는 취재 경쟁의 이면을 들어다보지도 않습니다. 보통, 이런 재난을 당했으면 영화 말미에는 다시는 이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게 정부의 조치나 사회의 반성이 뿌려져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그 대신 아내가 모는 차가 터널에 진입하자 움찔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심 없다는 시선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재난의 결과와 풍경만 보여주는 아주 가벼운 영화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결코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은유없이 직설법만 있는 솜사탕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스토리 자체도 구멍이 참 많습니다. 아직도 아내가 왜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 이정수에게 구조 계획이 중단되었고 자신이 구조 중단에 싸인을 했다고 고백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 소리를 들은 이정수가 우리 아내 대를 위해서 소(이정수)를 희생시킬줄 아는 훌륭한 아내구나! 거룩한데?라고 생각할까요? 철없는 아내의 행동은 이전에 보여준 행동과 너무 달라서 당혹스럽네요. 물론, 그 싸인을 하는 과정에 구조 과정에서 톱날에 찔려서 사망한 사람이 보여주긴 하지만 그게 왜 아내의 잘못인가요? 설득이 되지 않는 스토리는 더 이어집니다.

다른 터널 폭발로 인해서 이정수의 생존을 확인하고 이정수는 2차 붕괴에 그대로 쓰러집니다. 
그리고 바로 구조를 다시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최소 몇 일은 걸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정수는 2차 붕괴로 자동차 보닛위에 엎드린 상태로 그대로 구조가 됩니다. 그 몇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요? 그 장면을 보면서 마치 냉장고에서 쥬스 꺼내듯 꺼내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인상이 써지더군요. 


3. 희생자 미나를 말하지 않는 영화

영화 초반에 예고편에도 어떤 기사에도 없는 인물이 툭 튀어 나옵니다. 바로 희생자 미나입니다. 이 미나라는 20대 여자는 영화 초반에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터널 안에서 원맨쇼를 해야 하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미나는 예고편에서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영화에서도 미나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습니다. 보통, 터널이 붕괴되면 실종자 접수를 받고 터널안에 누가 있는지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직접 119에 전화를 건 이정수만 초점을 맞춥니다. 미나의 존재도 이정수를 통해서 압니다. 

미나는 깊은 상처 때문에 터널 안에서 죽습니다. 이에 이정수는 고통스러워하지만 나중에는 미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전 영화 후반에 같은 공간에 있다가 사망한 미나의 어머니를 만나거나 미나의 무덤가에서 묵념을 하는 이정수를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시선을 담고자 하는 영화가 아닌 듯하네요. 이 지점이 다른 영화다 다르고 독특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 미나를 하나의 소모품으로 소모해 버리는 모습 같아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이정수만 사람이고 미나는 도룡뇽보다 못한 존재로 보여집니다. 

영화 터널은 이번 주도 적수 없이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는 있어도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재미를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 그 도구와 문제 이면을 보는 깊이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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