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힘은 보여주기에서 나옵니다. 매일 같이 생지옥 같은 나날이 펼쳐지지만 누구 하나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시리아 꼬마가 폭격에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구조된 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전 세계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머리에 잔해 가루가 가득 묻고 피가 흘러 내린 모습의 꼬마는 폭발의 충격 속에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던 러시아는 1주일 간 휴전을 선언했습니다. 사진의 힘을 느끼지만 동시에 인간들은 시각의 노예라는 생각도 드네요. 사진의 힘은 거기에 있습니다. 보여줘야 합니다. 보여주는 힘이 크기에 전쟁도 중단하고 원조도 또는 우리 현실을 인식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사진의 힘을 믿는 남아공의 사진가가 있습니다. Johnny Miller는 남아공의 빈부 격차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남아공은 인종차별정책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이 된 후 이 정책은 사라졌습니다. 정책은 사라졌지만 사람들 사이의 골이나 사는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Johnny Miller는 백인 거주 지역과 흑인 거주 지역을 하늘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사진 시리즈 제목은 '불공평한 장면(UNEQUAL SCENES)'입니다. 인종차별정책 페지된 후 2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길이나 강 하나 사이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Johnny Miller는 이 사진을 찍는 이유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발하기 위함입니다.빈부 격차를 말이 아니 사진으로 담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진을 통해서 빈부 격차의 현실을 인식하고 어떻게 이 빈부 격차를 줄일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길 바라고 촬영을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세상은 이런 사진들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할 때가 많죠.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바닷가에 죽어 있던 시리아 난민 소년 쿠루디 사진이 증명했습니다. 한국도 우리가 모르는 현실들이 있습니다. 그 참혹한 현실을 사진으로 담는 다큐 사진가와 사진기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