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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강남역 사건을 통해 본 성대결 싸움의 졸렬함

by 썬도그 201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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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성 있는 글을 쓰고 않으려고 했습니다. 한 때는 블로그에 사회 현상에 대한 다양한 글을 썼지만 매번 쓸때마다 남는 것은 악플 밖에 없더군요. 대부분의 악플들은 읽어볼 가치도 없는 자기 감정의 배설만 가득했습니다. 지금 이 블로그가 댓글 승인제로 운영하는 것도 자기 감정 배설의 공간으로 활용 되는 것 같아서 승인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 가기에는 이 사회가 참으로 흉측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악플을 각오하고 써보겠습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끔직하고 무서운 이유 2가지 

잘 몰랐습니다. 요즘 바쁘게 지내다 보니 며칠 전에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의 유흥가에서 묻지마 살인이 일어난 지 몰랐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강남역이라는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떠 있어서 알았습니다. 10번 출구 부근 한 유흥업소에서 한 젊은 여성이 30대의 정신 질환이 있는 범인에게 살해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 다를 것 없는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묻지마 살인 사건이 한 두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괜히 일을 키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특히 여자 분들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으로 고인이 된 피해자의 명복과 함께 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문재인 의원은 포스트잇에 있는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세요"라는 추모글을 인용해서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무척 못마땅해하는 분들이 많네요. 

왜 여자 분들이 분노할까요? 이유는 간단하지만 그 뒷 배경은 심각하고 복잡하고 짜증 나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여자 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범인이 여성을 죽인 이유가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노약자와 아이가 아닌 여자라는 타켓팅을 해놓고 남녀 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피해자가 들어오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끔찍스러운 사건이자 흔한 살인 사건이 아닙니다. 먼저 이 사건이 여성들을 넘어서 저도 살 떨리게 하는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특히 한국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사고도 우리가 익숙한 지역 자주 가는 지역에서 일어나면 그 충격이 더 큽니다. 내 회사가 있는 곳, 내가 사는 지역 또는 내가 자주 가는 지역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며칠 전에 강남을 다녔습니다. 또한, 여전히 많은 분들이 강남에서 약속을 잡고 강남을 찾습니다. 최근의 강남은 뒷골목에 있던 주택가가 유흥가가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강남입니다. 이런 공공재 같은 곳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은 큰 충격입니다.

또 하나는 묻지마 살인입니다. 우리가 살인 사건을 무시하는 이유는 원인과 결과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원한이나 돈에 관계된 이익에 관한 살인들은 나와 상관이 없기에 무시를 합니다. 나는 죄도 없고 원한 살 일도 없고 돈 관계도 깨끗해서 살해와는 거리가 뭔데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살해를 당하면 황당하죠. 그 황당함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은 불특정 다수를 향하기 때문에 다수의 공포를 유발합니다.

영화 '곡성'이 무서운 이유도 아무런 잘못이 없고 단지 접촉했다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억울함과 무서움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에 잔혹한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여성을 타켓팅 했기 때문에 계획 살인이라고 합니다. 공감이 갑니다. 다만 제가 묻지마라고 한 것은 여성이라는 타켓이 너무 크기 때문에 여성 범주 안에서 불특정한 사람을 노린 것이라서 묻지마라고 했습니다. 


여성 혐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다

범인은 "여성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라는 말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변명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여성 분들이 강남구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냥 한 정신질환자의 일탈적인 행위라고 무시하는 남자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 범인의 한 마디로 한국 사회가 여성 혐오 사회가 되는 것 같아 불편한 시선이 저도 있습니다. 사건 하나로 갑자기 한국 사회가 여성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사회가 된 듯합니다. 그런데 전 그 불편함이 곧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여자분들이 요즘 느끼는 한국 사회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초등학교 때 남자 vs 여자로 참 많이 싸웠죠.  아주 유치한 성대결인데 그때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자는 군대간다. 이스라엘은 여자도 군대간다 여자도 군대가라!라고 하면 여자들은 여자는 애 낳는다라고 대꾸합니다. 이에 남자는 남자는 군대 안 갈 수 없지만 여자는 결혼 안 하면 애 안 낳아도 되잖아!라고 대꾸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행동입니다. 그렇게 유치한 언쟁에서 이기면 엄마에게 우리 아들 여자들과의 언쟁에서 이겼구나!라며 밥 2공기 먹으라고 하나요? 쪽팔린 행동입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그런 쓰잘덱 없는 언쟁을 하나요? 집에 엄마 있고 아빠 있고 누나 있고 오빠 있잖아요. 남자와 여자가 떨어져 살 수 없으면 이런 쓰레기 같은 언쟁은 하지 말아야죠. 옛말에 "비싼 밥 먹고 애먼 곳에 힘쓰지 말라고"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성 대결이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심심찮게 많이 보입니다. 여자들을 공격하는 남자들은 '꼴페미', '김치녀'라는 폄하의 단어를 쓰고 이에 여자들은 '한남충'이라는 단어로 받아칩니다.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초딩이 아닌 20대, 30대들입니다. 이게 뭔 짓꺼립니까? 안 쪽팔리세요?

둘 다 똑같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을 가만히 보면 시작은 남자들이 먼저 하더군요. 자기들은 비싼 외제차에 비싼 양주에 비싼 술집에서 하루에 수십 만원 씩 쓰면서 여자들이 스타벅스에서 한끼 식사 비용인 커피를 마시면 '된장녀'라고 합니다. 남이 뭘 입고 뭘 먹건 자기 주제에 맞게 쓰면 참견 할 필요가 없죠. 뭐 이렇게 쓰면 남자 분들 발끈 하겠죠.

실제로 제가 성재기씨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썼는데 온갖 악플을 다는 남자들이 가득하더군요. 심지어 저 보고 여자라고 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남자가 남자 비판하면 여자가 되는 한국 온라인 세상이죠. 그렇다고 인터넷의 성 대결에서 남자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수도 양손이 있어야 소리가 나니까요. 

남자들이 김치녀, 된장녀라고 하는 시선은 그 남자가 뒷골목 똥강아지라는 소리입니다. 자신이 잘나면 남 욕할 시간에 자기 발전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쓰지 남 공격하고 혐호하는데 쓰지 않습니다. 여자 분들도 여성 혐오의 시선과 글이 있으면 무시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 악플러나 찌질이들은 리액션을 먹고 삽니다. 거기서 희열을 느끼니까요. 식물 보다는 동물 괴롭히는 것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잖아요. 여기에 자세히 적지 않겠지만 여자들도 남자를 연봉으로만 바로 보는 물질적인 시선만 보는 것도 참 문제입니다. 

딱 보면 자기 보다 약한 동물이나 곤충 괴롭히고 낄낄거리는 인간들로 밖에 안 보입니다. 
(이글을 쓰는 와중에도 2년 전에 쓴 성재기씨 글에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네요. 아마도 남녀 성대결이 또 시작인가 봅니다. 어제는 한 일베회원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조롱하는 화환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여자 분들은 남자친구가 일베를 한다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베의 핵심 가치가 여성 혐오니까요. )



어른은 자신의 말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여성, 장애인,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모두 약자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은 강자에게는 깨깽거리는 짐승의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 보다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게는 강하게 윽박 질러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는 사람들이죠. 

이번 강남역 살인 사건은 전형적인 약자를 타케팅한 살인 사건으로 넓게 보면 사회적 약자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입니다. 그 사회적 약자에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범인이 정신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성을 죽이겠다는 계획범죄이 맞긴 하지만 그게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정신 치료 병력이 없었다면 또 다르겠죠. 그래서 많은 남자 분들이 속된 말로 '미친 놈'이 살인한 사건이라고 치부하고 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에 대한 시선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꽤 많은 남자 분들이 왜 애먼 자신들에게 화살을 돌리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역정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분명,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넓고 크게 봤으면 합니다. 여성들이 왜 저렇게 분노하고 항의하고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남자들이 모르는 여자들이 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정이나 과정이나 삶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아직도 한국은 유리 천장이 자리잡고 있고 여성상위시대라고 농담식으로 말하지만 남존여비가 남아 있는 사회입니다.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전체 142개 조사국 중 117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상 많이 좋아졌다는 접두어 같은 문장을 깔고 말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아직 개선될 것이 많습니다. 

특히, 남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시선 때문에 예전에 비해 여성들에 대한 혐오가 더 심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 혐오의 출발점 이해합니다. 부계 사회이다 보니 남자들의 능력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데 반해 사회는 더 경쟁이 심해졌으니까요. 이에 여성들도 남자들에 대한 시선을 좀 더 너그럽게 봐줘야 합니다. 남자들이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서로 협의하고 합의하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풀어갈 수 있습니다. 여자들이 사회적 약자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남자들이 혐오의 시선 또는 편가르기 시선을 접고 내편 니편 편가르기가 아닌 여자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점점 고착화 되어가는 여자들도 남자들에 대한 시선도 바뀌지 않을까요? 

이번 강남역 살인 사건을 남자들은 그냥 흔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살인사건인데 언론이 호들갑 떤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여자들의 느끼는 공포나 불만을 들어볼 수는 없나요? 이 사건에만 초점을 두고 이게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다 아니다만 현미경으로 보는 것이 좋은 모습일까요? 그 현미경 판단의 근간에는 편가르기 시선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여자들이 고통을 듣고 남자들의 고통을 듣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상도, 전라도로 갈리고 남북으로 갈리고 이제는 남자 여자로 갈라서 싸워야 합니까?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합니다. 어른들이 나이 먹고 이게 뭔 짓거리입니까? 어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을 때 어른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그 김치녀, 한남충 발언 다른 사람 면전에 대고 할 수 있나요? 못하죠? 못한다는 자체가 스스로 쪽팔리는 걸 아는 겁니다. 남 앞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하지 마세요. 뒷골목 강아지마냥 뒤에서 짓지 마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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