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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자녀에 대한 과도한 애착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로봇 소리

by 썬도그 2016.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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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이성민 분)은 10년 전에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 분)를 찾아 전국을 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자식 잃은 애비의 넋 나간 모습을 부인은 그만 잊으라고 채근하지만 해관은 그럴 수 없습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딸 유주를 찾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대에 2g폰을 쓰고 새로운 집주소로 바꾸려는 공무원을 내쫒아 버립니다. 


10년이 지난 어느날 전단지를 보고 딸과 비슷한 사람이 굴업도 면사무소에서 있다는 제보 전화가 옵니다. 이에 해관은 한 달음에 굴업도로 달려갑니다. 굴업도에 도착했지만 섬에는 젊은 여자는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허탈해 하면서 밤 바다를 보고 있는데 하늘에서 미국의 정찰위성이 추락합니다. 



 

미국의 도감청 위성이 눈 앞에 추락했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해관의 말을 알아 듣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 그 사람의 핸드폰 번호를 말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공위성의 신기한 능력을 이용해서 딸의 위치를 찾으려는 해관은 굴업도에서 이 인공위성을 싣고 대구로 돌아옵니다.

이 인공위성은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 휴대폰 번호를 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전화번호만 들어도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현재 위치까지 찾아줍니다. 이런 설정은 좀 난감하긴 합니다. 실제로 가능한 기술이 아니고 로봇에 대한 묘사가 좀 성긴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용서케 하는 이유는 이 '로봇 소리'라는 영화가 아주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듣고 싶어지는 그런 감동 스토리죠. 청계천에서 일을 했던 친구의 도움으로 로봇에게 TTS를 달아서 음성 대화도 가능하게 하고 전동 휠체어까지 달아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리라는 이름까지 붙여줍니다. 해관은 이 똑똑한 로봇 소리에게 자신의 사연을 말하고 딸의 행방을 찾는데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로봇은 미국의 군사 위성이자 기밀스러운 행위인 도감청 전문위성이라서 미국이 꼭 회수해야 합니다. 
이에 미국은 나사 위성이라고 속이고 한국의 국정원에 협조를 요청합니다.

이렇게 한미 양국이 이 인공지능을 가진 위성이자 로봇인 소리를 찾기 위해 해관을 뒤쫒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 E.T가 생각납니다. 외계에서 온 E.T를 보호하려고 하는 엘리엇과 그 E.T를 잡으려는 정부의 손길이 E.T를 연상케 합니다. E.T를 연상케 하는 이유는 또 있는데 로봇 소리가 참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이 소리는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도감청을 하는 용도였는데 자신의 도감청으로 인해 애먼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자 갑자기 인간의 명령을 모두 거부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추락을 해서 인간의 명령을 아예 거부하죠. 인간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소리는 딸을 찾는 해관을 돕습니다. 


그렇게 해관과 소리는 소리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딸 유주가 실종되기 전의 행적을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딸의 비밀스러운 일상이 조금씩 소개됩니다. 딸이 가수가 꿈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얼마나 간절했는지도 알게 됩니다. 영화 '로봇 소리'는 휴먼드라마입니다. 딸의 실종 전의 행적을 아버지인 해관이 알게 되면서 자신의 애정이 딸의 삶을 파괴한 것을 서서히 알게 되죠.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전국의 수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어머니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강요합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좋아하는 삶이란 판사, 변호사, 검사, 교사 같은 안정되고 유망한 직장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나 가수, 화가, 예술가, 돈 안되는 기타 모든 직업이나 재능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막아섭니다. 

부모가 원하는 삶을 따르면 착한 자식, 안 따르면 못된 자식이라는 시선은 한국에서는 영원불변할 것입니다. 
이런 부모가 강요하는 삶의 원천은 과도한 애정 때문입니다. 과한 보호가 마치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님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영화 '로봇 소리'가 좋은 점은 이 모습을 해관이라는 가족을 넘어서 정부까지 확대를 했습니다.

미국의 도감청 위성였던 소리의 역할은 마치 과도한 국민 사랑(?)으로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국민과 테러범들이 하는 대화를 모두 엿듣습니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는 최근에 한국 국회에서 통과된 도감청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과 비슷합니다.  과도한 보호가 오히려 국민들을 괴롭힌다는 것을 모르고 정부는 테러범으로부터 너희 국민들을 보호할테니까 잠자코 도감청 쉽게 받는 법에 찬성하라고 합니다.

해관이 그랬습니다. 딸 유주에게 니가 인생을 뭘 아냐면서 내가 더 많이 살아본 인생은 이거다라고 정답을 내려 놓고 이 정답을 따르라고 유주에게 강요합니다. 하지만 삶의 색은 가지각색입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삶이 딸 유주가 원하는 삶이 아닙니다. 


영화는 이렇게 정부와 아버지의 과도한 애정(?)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서 정부와 사회 비판을 살짝 녹였습니다. 이런 모습은 참 좋긴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매력이 떨어지다 못해 추락합니다. 결말로 가는 부분도 매끄럽지 못하고 뭘 말하려는 것인지 애매한 행동들이 계속 나옵니다. 후반에 큰 감동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추락한 위성처럼 영화는 큰 추락을 합니다.

처음의 호흡이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그럼에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스토리가 좀 더 튼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버지와 딸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40자평 : 엄한 아버지와 엄한 정부에 대한 쓴 소리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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