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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강화도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 이상엽 사진작가의 '변경의 역사'

by 썬도그 201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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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우재단은 대한항공이 만든 예술 재단입니다. 대한항공 회장님이 사진이 취미여서 일우재단을 만들고 일우재단은 매년 일우사진상을 수상을 합니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지만 일우사진상은 한국의 몇 안 되는 사진상에서도 꽤 유명한 사진상입니다. 다른 사진상들이 오스카상처럼 과거의 기록을 가지고 수상을 하는 반면 일우사진상은 과거의 활동을 참조해서 앞으로 더 잘 하라면서 지원 성격이 큽니다. 즉, 미래가 더 기대되는 사진작가를 발굴해서 시상을 합니다

2015년 일우사진상 수상작가는 노상인, 박찬민, 이상엽입니다. 이중에서 이상엽 사진작가는 좀 알고 있습니다. 이분은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사진 관련 책도 잘 내고 글도 자수 씁니다. 까칠한 시선이 거북스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매혹적입니다. 그 시니컬함이 이 사진작가의 정체성이 아닐까 할 정도로 날이 잘 드는 칼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이상엽 사진작가의 사진을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글 잘 쓰는 사진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우사진상을 수상하셨네요. 이 이상엽 사진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찾아갔습니다.



사진전은 일우스페이스 1,2관에서 2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 진행합니다. 아주 길게 전시를 하네요. 일우스페이스는 2호선 시청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한진그룹 건물 1층에 있습니다.


이상엽 사진작가 솔직히 잘 모릅니다. 알게 된 것도 작년인가 사진책 보다가 알게 되었네요. 2010년에 출간한 '사진가로 사는 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추천하는 책입니다. 상당히 날카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고 국내 사진작가 소개도 아주 좋습니다. 

이상엽 사진작가의 사진전 제목은 '변경의 역사'입니다. 이상엽 사진작가는 조선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강화도라는 변경 지역을 촬영합니다. 조선이라는 꼰대들이 지배한 나라는 서양이 진화의 증기기관을 가동하는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있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전란으로 전국토는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기득권층이 변화 보다는 현상 유지만 외치는 사이 서구 열강이 군함과 총으로 무장해서 강제로 조선의 문을 박살냅니다. 그 조선의 대문 역할을 했던 곳이 강화도입니다. 이상엽 사진작가는 근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강화도에서 일어난 미군과 일본군, 프랑스군의 강제 문따기의 흔적을 찾아 다닙니다.

작가는 이 강화도를 변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변경. 지금으로 말하면 국경 지역이자 나와 너를 구분하는  최전선인 곳이죠. 이 변경은 변화가 가장 활발한 지역입니다. 전쟁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죽는 곳이고 평화 시기에는 많은 문물이 교류가 되는 곳입니다. 강화도는 전쟁의 관문이었고 인천은 교류의 관문이었습니다. 

이상엽 사진작가는 이 변경의 최전선이자 서양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막아내던 강화도의 포대에 천착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 여행을 떠납니다. 


사진들에는 꼼꼼한 캡션이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을 유도하는 캡션으로 보이네요. 조선군이 서양 오랑캐를 막아내던 밤에 뜬 달이 저런 모습이었을까요? 독특하게도 사진은 달을 반으로 쪼겠습니다. 마치 조선의 문을 갈라 버린 듯한 모습이네요



강화도는 하나의 요새입니다. 한강과 3개의 물길이 합류하는 곳이고 큰 섬이기에 고려 시대에는 몽골군과 꽤 긴 시간 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버렸네요. 강화도 곳곳에 있는 포대를 촬영하던 작가는 그 옆에 있는 민간인 소유의 음식점인지 모텔인지 하는 곳을 함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횟집이네요. 포대가 무슨 밥 먹여주겠습니까? 바다가 보이는 전망을 제공하는 흔한 해변가 횟집이네요. 이렇게 맥락 파괴적인 이미지가 살짝 미소 짓게 만드네요. 전국 관광지가 다 저렇죠 뭐. 

한국의 경치 좋은 곳은 군부대의 감시 초소가 있거나 횟집이나 음식점이나 카페가 있다고 하잖아요.


이 사진은 신미양요 당시 미해군이 전함에서 쏜 포탄이 박힌 자국입니다. 



이 사진은 해병대가 먹고 버린 깡통입니다. 지금은 해병대가 강화도 보다 윗쪽으로 이동해서 빈 진지가 되었지만 해병대원들이 저녁 부식 먹고 버린 깡통이네요. 

이 사진은 그냥 쓰레기를 촬영한 사진일 수 있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강화도는 조선 후기에 서양 세력을 막는 입구 역할을 했고 많은 백성과 군인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강화도는 북한이라는 같은 민족을 감시하는 군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감시의 최전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슬픈 풍경입니다.



이상엽 작가는 강화도의 54개 돈대를 모두 찾아가 역사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대조합니다. 강화도를 지키던 병사가 지금은 소총을 메고 있는 국군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바뀌었지만 풍경이나 사람 사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네요



강화도라는 변경에 주목한 그 시선이 좋습니다. 누구도 이런 변경을 깊게 들여다 보지 않았는데  이상엽 작가는 이 강화도의 표면에 흐르는 관광지 이미지를  파내고 그 밑에 묻힌 전쟁의 상흔과 변경이 만드는 살벌함과 측은함과 애처로움과 역사를 드러냈습니다. 마치 역사 발굴의 느낌이 드는 사진이네요.


이상엽 작가는 이전에 '이상한 숲 DMZ'라는 사진전 등을 통해서 변경에 천착하는 모습이네요. 앞으론 어디로 갈까요? 물리적 변경이 아닌 한국 사회의 변경을 찾아가면 어떨까 하네요



2관에서는 역사 속 강화도 사진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네요



이 강화도는 또 하나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사진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위 사진입니다. 위 사진은 1871년 6월 2일 신미양요 때 미군의 엄청난 화력에 200여명이 넘는 조선군이 사망을 합니다. 미군은 5명 이하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강화도에 내린 미군과 영국인 사진가 '펠릭스 비아토'는 죽어 있는 조선군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서글프지 않나요? 한국 최초의 사진이 조선군의 시체 사진이라뇨. 이런 슬픈 역사가 아직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있던데요. 한국에 사드 배치한다 어쩐다 해놓고 자기들끼리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을 주권 국가가 아닌 맘대로 해도 되는 노리개로 여기는 행동입니다. 미국이 먼저 사드 배치 요청해 놓고 이제와서 없던 일로 하겠다는 행동입니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좌와 우로 갈려서 사드 갈등이 얼마나 심했습니까?

한 마디로 한국을 아주 우습게 보는 행동이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구라는 자괴감도 드네요. 이 슬픈 역사는 조선시댑주터 계속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증거가 강화도에 남아 있습니다. 조선과 한국은 한 번도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펼친 적이 없는 나라 같습니다. 군 작전권이 미국에게 있는 나라. 그 역사의 시작점이 강화도에 있습니다.

전시회는 3월 말까지 하니 천천히 들리셔도 될 듯하네요. 변경의 역사를 담은 이상엽 사진작가의 '변경의 역사'사진전 소개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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